3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사색적인 말러’ 노래한다...서울시향 무대 데뷔

3월28일·29일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다섯곡 연주
​​​​​​​서울시향은 보헤미안 정서 가득한 드보르자크 7번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3.25 16:26 의견 0
세계적 명성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이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3월 28일과 29일 공연한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무대에 선 수많은 세월 동안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과 가까워졌다. 저는 이 노래들이 어떤 풍경이나 광경을 떠올리게 해서 그의 작품 중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듣는 사람에게 삶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간적인 성격들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색적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 명성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이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사색적인 말러’를 노래한다. 그는 3월 28일(목)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금) 롯데콘서트홀에서 양일간 ‘얍 판 츠베덴과 토머스 햄프슨’을 선보인다.

햄프슨은 이번 공연에서 말러의 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다섯 곡을 들려준다. 그는 브린 터펠,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함께 ‘스리 바리톤’으로 불린다. 80개 이상의 오페라 배역을 노래했으며, 170장 이상의 음반을 녹음해 그라모폰상 등 수많은 음반상을 수상했다. 말러 음악의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솔로이스트로 기용할 만큼 햄프슨의 말러 해석은 일찍이 정평이 나 있어 더욱 기대된다.

1부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가 만든 최고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한다.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을 오페라에 맞게 각색했고, 모차르트의 재치와 귀족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돋보인다. 경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선율과 환상적인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내내 즐거움을 주는 곡이다.

이어 서울시향은 말러의 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다섯 곡(라인강의 전설,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 울리는 곳, 원광, 기상나팔, 북 치는 소년)을 발췌해 연주한다. 말러는 독일 각지에서 수집한 독일 민요 모음집에서 자신의 가곡 절반 이상의 가사를 따올 정도로 이 민요집에 대한 애착이 깊었다. 이후 교향곡을 비롯한 작품에도 자신의 가곡에서 따온 선율을 배치하는 등 많은 영향을 주었다.

2부는 드보르자크의 9개 교향곡 중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교향곡’이자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교향곡 7번으로 채워진다. 당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던 드보르자크가 런던 필하모닉 협회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곡으로 드보르자크 개성이 잘 드러난다.

작곡가 특유의 보헤미안 정서가 짙게 반영돼 있으며, 어두운 색채와 불꽃이 타는 듯한 격렬한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광대하고 비극적인 악상과 목가적 악상이 교차하며 긴장감과 풍부한 입체감을 주며, 어두운 파토스를 극복한 인간의 의지와 신념의 승리가 절정을 이루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토머스 햄프슨, 실내악 무대도 출연해 ‘네 개의 엄숙한 노래’ 선사

세계적 명성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이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3월 28일과 29일 공연한다. 또한 30일엔 실내악 정기공연 무대에도 선다.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은 3월 30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I: 브람스와 브루흐’를 개최한다.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실내악 정기공연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이 출연해 더욱 풍성한 무대로 꾸며진다.

이날 공연은 헤르만의 ‘기상곡 1번’으로 문을 연다. 헤르만은 라이프치히 음악원 교수이자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수석으로 활동했다. 이 작품은 헤르만이 세 대의 바이올린이라는 이례적인 악기 조합을 위해 쓴 세 개의 카프리치오 가운데 첫 번째 곡으로,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초연됐다. 같은 음색을 지닌 세 악기의 낭만적이고 현란한 스타일의 연주가 돋보인다.

이어 브람스의 말년 걸작인 가곡 ‘네 개의 엄숙한 노래’를 토머스 햄프슨이 노래한다. 브람스가 사모한 ‘정신적 연인’ 클라라 슈만을 향한 숭고한 사랑, 삶과 죽음에 모티브를 두고 있으며, 성서에서 노랫말을 가져온 가곡이다.

중후하고 고독한 음형을 통해 짙은 애수와 젊은 날의 초상과 회한을 보여준다. 클라라가 세상을 떠난 뒤, 브람스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이 곡을 처절하게 불렀다는 서글픈 일화가 전해진다. 이번 공연은 영국 작곡가 데이비드 매슈스가 피아노 파트를 현악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버전을 연주한다.

브람스의 말년은 실내악과 독주곡, 가곡 등에 집중돼 있다. 브람스의 피아노 삼중주 3번은 작곡가 만년의 작법이 반영된 실내악 명곡으로, 그의 피아노 삼중주 가운데 가장 짧고 간결하게 압축돼 있다. 브람스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 삼중주 3번은 1886년 스위스 호프슈테텐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쓴 곡으로, 브람스의 섬세하고 풍부한 서정성이 잘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브루흐의 현악 팔중주로 무대의 막을 내린다. 브루흐는 실내악곡을 즐겨 썼으며, 실내악곡은 그의 음악적 인생과 발전을 잘 반영하고 있다. 현악 팔중주는 그가 쓴 현악 오중주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이 곡은 고전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스케르초를 생략해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브루흐는 이 곡에서 제2첼로를 더블베이스로 교체함으로써 더 풍부한 짜임새와 묵직한 음향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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