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를 마친 얍 판 츠베덴이 자신의 또 다른 장기인 바그너로 2024시즌 첫 번째 정기공연을 연다. ‘니베룽의 반지’ 4부작 가운데 하나인 ‘발퀴레’의 1막을 콘서트 버전으로 들려준다. 유럽에서 바그너 전문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앨리슨 오크스, 테너 스튜어트 스켈턴, 베이스 바리톤 팔크 슈트루크만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서울시향은 2024년 시즌 첫 번째 정기공연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를 2월 1일(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지난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한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를 통해 국내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한 판 츠베덴이 선보이는 첫 번째 정기공연 무대다.
이번 공연은 ‘질주하는 슬픔’이라 불리며 모차르트 교향곡 가운데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40번으로 막을 올린다. 1788년에 연속으로 작업한 세 편의 교향곡(39~41번) 중 가운데에 위치한 40번 g단조는 교향곡 25번과 더불어 모차르트가 남긴 단 두 곡의 단조 교향곡 중 하나다. 가장 강렬하고 낭만적이며 비극적인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한숨과 울분이 교차하는 듯한 1악장,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2악장, 우아한 춤곡이면서 준엄한 기운의 3악장, 격정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4악장의 순서로 진행된다.
2부는 메인 레퍼토리로 바그너의 ‘발퀴레’ 1막을 들려준다. 판 츠베덴은 홍콩 필하모닉과 녹음한 바그너 ‘링 사이클’로 평단과 대중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유럽에서 바그너 전문 가수로 활동 중인 성악가들이 출연해 콘서트 버전으로 선보인다.
‘니벨룽의 반지’ 4부작(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드, 신들의 황혼) 중 ‘발퀴레’는 음악과 스토리 모두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친다. 바그너의 모든 악극 가운데 가장 강렬한 오프닝으로 손꼽히며, 특히 1막은 격렬한 감정의 폭발과 서정적인 낭만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지클린데 역을 맡은 영국 소프라노 앨리슨 오크스는 베를린 도이치 오퍼의 ‘탄호이저’, 부다페스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각광 받았고 브라운슈바이크에서의 브륀힐데 역할 데뷔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지그문트 역의 테너 스튜어트 스켈턴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발퀴레’ 음반에서 지크문트를 불렀다. 훈딩 역의 베이스 바리톤 팔크 슈트루크만은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베를린 도이치 오퍼의 바그너 링 사이클과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링 사이클에서 활약했다.
서울시향은 첫 번째 정기공연에 이어 2일(금) 오후 7시 30분 세종예술의전당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인다. 서울시향은 지역 간 문화예술 교류 확대를 위해 세종시문화관광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행정수도 세종특별시에서 특별 음악회를 연다. 서울시향은 이번 특별 음악회를 시작으로 지방 도시와의 문화 교류를 통한 지역문화 격차 해소 및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국내 순회공연의 첫발을 내딛는다.
● 시즌 첫 실내악 정기공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훔멜·도흐나니 연주
서울시향은 올해 첫 실내악 정기공연도 준비했다. 2월 24일(토) 오후 5시 세종체임버홀에서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Ⅰ: 낭만과 혁신’을 선보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 한 번쯤 다르게!’와 훔멜의 피아노 오중주, 도흐나니의 육중주를 연주한다.
음악회는 프란츠 하세뇌르가 편곡한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 한 번쯤 다르게!’로 시작한다. 이 곡은 교향시에 해당하지만 슈트라우스 자신은 ‘론도 형식의, 옛날 무뢰한의 이야기에 의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이라고 적었다고 전해진다. ‘틸 오일렌슈피겔’ 주제와 ‘장난꾸러기’ 주제를 중심으로 악상이 계속 변화하면서 틸이 저지르는 온갖 장난을 묘사하다가 음울하고 단조로운 악상이 등장해 틸이 붙잡혀 처형되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틸의 ‘장난꾸러기’ 주제가 다시 등장하며 틸 오일렌슈피겔을 불멸의 존재로 찬양하면서 곡이 끝난다.
이어 모차르트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훔멜의 피아노 오중주를 선보인다. 괴테가 “훔멜은 나폴레옹이 세계를 주무르듯 피아노를 주무른다”고 찬탄할 정도로 훔멜의 연주는 명징한 음색, 정확하고 균일하며 세련된 타건으로 명성이 높았으며, 이런 특징이 그의 작품에도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돼 있으며, 훔멜의 오중주와 같은 편성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상당히 드문 편이다. 네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곡에 걸쳐 피아노가 악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 도흐나니의 육중주를 연주하며 막을 내린다. 이 곡은 도흐나니의 마지막 실내악곡으로 피아노 사중주에 클라리넷과 호른을 더한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런 편성은 음악사 전체를 통틀어서 거의 없기 때문에 실연으로 접하기가 무척 힘든 곡이다. 전부 다른 음색의 여섯 악기가 조화를 이뤄가는 것에 주목해 볼 만하며, 서울시향의 수준 높은 연주로 보고 듣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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