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라도, 바르고 진솔하게”...‘조수미 성악 콩쿠르 3위’ 이기업을 키운 스승의 조언

경희대 3학년 때부터 이아경 교수의 A~Z 교육
‘서두르지 마라...기초 중요하다’ 늘 뼛속 가르침

“다른 참가자 통해 많이 배워...콩쿠르 계속 도전”
수상 소감서 차량운전기사까지 언급 ‘따뜻한 테너’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7.20 08:52 | 최종 수정 2024.07.20 08:55 의견 0
테너 이기업(가운데)이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한 뒤 조수미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SMI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테너 이기업(31)이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자, 가장 기뻐한 사람 중의 한명이 스승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경희대 교수다. 이아경 교수는 이기업에게 “늦더라도 바르게, 그리고 진솔하게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라고 늘 강조했다. 스승의 뼛속 가르침을 가슴에 간직한 제자는 3위라는 성적으로 보답했다.

이기업은 지난 12일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에 위치한 고성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수미의 이름을 따 올해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47국에서 총 500여명의 성악가들이 지원했다. 이 중 24명이 본선에 진출해 11명이 결승에 올랐다.

1등은 중국의 바리톤 리지하오(22), 2등은 루마니아의 테너 제오르제 이오누트 비르반(29)이 수상했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기업은 벨기에 겐트 국제오페라 아카데미, 파리 국립오페라 아카데미를 거쳤고 2019년부터 파리에서 벨칸토 테너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테너 이기업이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했다. ⓒSMI 제공


그는 다른 사람에 비해 다소 늦은 고등학생 때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실력이 급성장한 계기는 경희대 성악과 재학 당시 이아경 교수를 만나면서부터다.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이 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무대 매너, 발성 등 많은 부분을 배웠고, 졸업 후에도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받았다.

이기업은 “한국에서 교수님께 잘 배운 덕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이기업의 성악적 재능을 먼저 알아본 이 교수도 수상 소식을 듣자 “너무 기쁘고 대견하다. 워낙 좋은 소리를 가진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너무 서둘러서 뭔가를 이루고자 하지 말고, 기초를 단단히 쌓아서 꼭 성악으로 성공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아울러 이 교수는 훗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학생들에게 “일명 국내파 학생들이 한국에서 기초를 잘 다져 외국에서 언어 적응 후 곧바로 큰 무대에 서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큰 목표를 향해서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빨리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늦더라도 바르게, 그리고 진솔하게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이기업은 3위에 오른 뒤 “대한민국 대표 성악가 조수미 선생님의 이름을 걸고 만든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 수상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다른 수상자나 참가자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해외에서 함께 고생하는 한국 친구들, 차량 운전기사님, 홈스테이 가족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이 상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기업은 8월 프랑스 남부에서 오페라 ‘세비야 이발사’ 공연을 할 예정이고 콩쿠르 도전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11월 한국에서 공연도 진행한다.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우승자 상금은 1등 5만 유로(약 7500만원), 2등 2만 유로(약 3000만원), 3등 1만 유로(약 1500만원)다. 또한 이들은 조수미 국제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돼 조수미와 함께 무대에 선다.

다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2년 후인 2026년에 열린다. 올해는 조수미의 데뷔 40주년을 맞는 해다. 조수미는 “이번 대회는 오페라만 경연 종목으로 삼았는데, 다음엔 다른 장르도 넣고 싶다”며 “2년 뒤엔 더 많은 참가자가 오고 더 높은 수준의 콩쿠르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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