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이 오는 2월 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사진은 이번에 소개되는 마쓰이 슈의 ‘지하실’ 일본공연 모습. ©Tsukasa Aoki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일본 연극계가 사랑하는 두 극작가의 희곡을 국내 낭독극 무대로 만난다. 집단주의 속 개인의 몰개성화를 다룬 마쓰이 슈의 ‘지하실’과 인간과 관계의 부조리를 탐구한 기타무라 소의 ‘호기우타’ 등 2개 작품을 뛰어난 연출력으로 인정받는 한국 연극계의 수재 윤성호와 윤혜숙이 연출로 선보인다.

국립극단과 한일연극교류협의회는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오는 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일본 연극계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작가들의 대표작을 엄선해 한국의 유수한 연출가와 배우들이 낭독극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올해는 2편의 작품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집단주의 속 인간 개인의 몰개성화와 무가치성을 말하는 마쓰이 슈의 ‘지하실(地下室)’과 독특한 세계관에서 드러나는 부조리를 그려낸 기타무라 소의 ‘호기우타(寿歌)’다.

‘지하실’(번역 이홍이)의 작가 마쓰이 슈는 1996년 배우로 데뷔한 이후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며 일본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켜 왔다. 제9회 일본극작가협회 신인희곡상, 제55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등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발표한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 중 1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괴기스러울 정도로 기형적인 삶을 일상적인 대화극으로 구성하는 극적 전개로 공동체 안에서 필요에 따라 소비되고 버려지는 개인의 모습을 주로 그려왔다.

‘지하실’은 도쿄의 외딴곳,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배경으로 점장이 그의 아들 모리오를 이용해 공동체를 신성화하고 존속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윤성호가 연출한다. 윤성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순과 부조리한 모습을 탐구하며 인간관계의 나약함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서울연극제 희곡상과 연출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에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화성에서의 나날’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하실’은 김성대, 문가에, 박세인, 이강욱, 이종민, 이지혜, 전성환, 정새별, 지수정이 출연하며 21일(금) 오후 7시 30분과 22일(토) 오후 2시 등 2회차 공연한다.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이 오는 2월 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사진은 이번에 소개되는 기타무라 소의 ‘호기우타’ 일본공연 모습. ©극단프로젝트나비 제공


기타무라 소가 극작한 ‘호기우타’(번역 김유빈)도 무대에 오른다. 기타무라 소는 기시다구니오희곡상, 나고야시예술상, 기노쿠야연극상, 쓰루야남보쿠희곡상 등을 수상한 일본 연극계의 대표적인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현재까지 희곡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소설, 수필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 ‘앙그라 연극’이라 불리는 언더그라운드 연극의 계보를 이으며 1980년대 일본 소극장 연극의 붐을 이끌기도 했다.

‘호기우타’는 기타무라 소가 1979년 극작해 본격적으로 일본 연극계에 작가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핵전쟁 이후 세계를 배경으로 무의미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린다. 피폐해진 자연과 황량한 거리를 지나 어떤 곳을 향해 가는 두 사람, 쿄코와 게사쿠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절망과 희망, 허무함과 밝음이 공존하는 부조리극으로 등장인물들의 목적지가 명확해진 순간, 극 속 세상은 빙하기를 맞이한다.

연출은 윤혜숙이 맡았다. 윤혜숙은 극 요소들을 균형적으로 안배하고 조화시키면서도 각각의 존재감과 개성을 잃지 않도록 감각적인 터치를 더하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서울예술상 연극 부문 우수상, 두산 연강예술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 7 등 주요 연극상을 석권했다.

공연은 22일(토) 오후 6시와 23일(일) 오후 2시에 예정돼 있으며 우범진, 이경민, 정다연이 ‘호기우타’의 세 인물로 분한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이성곤 회장은 “지난 22년간 한일연극교류협의회와 일한연극교류센터는 한국과 일본의 우수한 희곡들을 양국에서 번갈아 소개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국내에 번역·출판은 됐으나 무대 위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지 못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희곡을 매년 소개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은 7일부터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21일 ‘지하실’ 공연 종료 후에는 번역 이홍이, 연출 윤성호가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호기우타’는 23일 공연 종료 후 번역 김유빈, 연출 윤혜숙, 배우 전원이 예술가와의 대화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전석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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