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솔로이스트’로 불리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가 오는 6월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에서 두 차례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슈퍼 솔로이스트’로 불리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1988년생)는 어린 시절부터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제21회 프레미오 쇼팽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며 단숨에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마슬레예프의 연주는 매 라운드마다 빼어난 기량과 세심한 해석으로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단순한 기교를 뛰어넘는 깊은 감수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연주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연주를 두고 1990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새롭게 발견된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극찬을 보냈다. 마슬레예프는 이후 인터뷰에서 “대회 기간 동안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듯, 그의 몰입감 있는 연주는 새로운 러시아 피아니즘 계승자의 등장을 알렸다.

마슬레예프는 피아노를 가리켜 ‘끝없는 가능성을 지닌 악기’라고 말하며 실제로 그 자신도 끝없이 확장하는 길을 걷고 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그는 루체른, 라 로크 당 테롱, 루르, 라인가우 페스티벌 등 세계 저명한 음악 축제에 초청받았으며, ‘피아노 4 에투알’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르타 아르헤리치, 다니엘 바렌보임, 안드라스 쉬프 등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참여해온 리사이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마슬레예프는 활발한 음반 작업을 통해서도 자신의 음악적 신념과 열정을 선보이고 있다. 스카를라티,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담은 데뷔 앨범은 2017년 스포티파이에서 ‘최고의 클래식 앨범’으로 선정됐으며,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슈베르트 앨범과 함께 독일 음반 비평가상 후보에 올라 수상하기도 했다.

이 음반은 “탁월한 기교와 정밀함, 그리고 유려함 덕분에 스카를라티 음반에서 느껴지는 시적인 즉흥성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호평를 받으며 아티스트로서 마슬레예프가 가진 가치를 보여주었다. 현재보다 앞으로의 음반들이 가장 자랑스러울 것이라 말하는 그에게서 더욱 깊이 있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미래가 기대된다.

‘슈퍼 솔로이스트’로 불리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가 오는 6월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에서 두 차례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년 내한 리사이틀 당시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연주할 수 없다면 관객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기에, 레퍼토리 선정은 제가 진심을 다해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을 기준으로 한다. 연주하는 곡에 있어서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랑에 빠질 법한 곡을 고르곤 한다”고 밝힌 바 있는 마슬레예프가 또 한 번의 그의 음악적 철학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한국 무대에 돌아온다.

오는 6월 13일(금)과 14일(토)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피아노 리사이틀’은 그의 탁월한 음악적 역량과 독창적인 해석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2022년 내한 독주회에서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다운 압도적인 기량과 음악적 깊이를 선보였던 그는 3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서는 한층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짙어진 표현력으로 차세대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승자로서 다시 한 번 명성을 확고히 한다.

“정확성과 완벽한 테크닉과 형식감을 가진 피아니스트”(네바 타임) “탁월한 해석과 함께 섬세한 터치로 극대화한 초월적인 비르투오시티를 전달하는 피아니스트”(디아파종) 등의 찬사를 받은 마슬레예프는 6월 내한공연을 이틀간 진행한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본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관객에게는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안타깝게도 마슬레예프는 임윤찬과 조성진이라는 ‘흥행 보증수표’와 겨뤄야 할 처지다. 마슬레예프 공연 앞뒤로 임윤찬과 조성진 공연이 버티고 있어 샌드위치 신세다. 공연장도 상대적으로 작은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로 잡았다.

임윤찬은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휘하는 파리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13일 LG아트센터·15일 롯데콘서트홀)한다. 조성진도 두 차례 리사이틀(15일·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마슬레예프 공연은 ‘보석’같이 반짝인다. 임(윤찬)·조(성진) 피켓팅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마슬레예프를 예매하라. 첫 날(13일)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소나타 작품을 통해 고전주의의 순수함과 정교함을 탐구하고, 동시에 차이콥스키 작품을 통해 러시아 피아니즘 계승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모차르트 특유의 우아함(피아노 소나타 8번 a단조, K.310)과 베토벤의 강렬한 서사성(피아노 소나타 3번 C장조, Op.2)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그의 세밀한 해석과 탁월한 테크닉으로 새롭게 빛을 발할 예정이다. 특히 베토벤의 극적인 감정 변화와 구조적 완성도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청중을 깊은 몰입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차이콥스키의 ‘18개의 소품(Op.72)’을 통해 감미로움과 비극적 정서, 그리고 유려한 기교가 극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선사한다.

둘째 날(14일) 공연은 마슬레예프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로 가득 채운다. ‘환상소품곡(Op.3)’ 중 ‘애가’와 ‘전주곡’, ‘3개의 회화적 연습곡(Op.33)’, ‘5개의 회화적 연습곡(Op.39)’,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Op.42)’, ‘파편’ 등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을 연주하며, 마슬레예프의 빈틈없는 테크닉으로 무대를 장악할 예정이다.

또한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멘델스존의 ‘한 여름 밤의 꿈’ 중 ‘스케르초’, 프란츠 베어의 ‘폴카’, 무소륵스키의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 중 ‘고파크’를 연주해 러시아 피아니즘이 지닌 리듬감과 생동감을 극대화할 것이다.

이틀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마슬레예프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층 더 원숙해진 연주 세계를 펼친다. 클래식의 전통을 탐구하는 동시에, 개성 있는 해석으로 재창조하는 그의 연주는 한국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