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가 필드의 녹턴과 베토벤의 소나타로 오는 7월 8일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일본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1988년 출생)의 트레이드 마크는 ‘맨발 연주’다. 10여년 전 그는 리스트가 직접 연주했던 역사적인 피아노를 연주해야 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항상 하이힐을 신고 연주했는데, 그 피아노는 너무 낮아서 무릎을 넣을 수가 없었어요. 19세기에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키가 작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신발을 준비하지 못해서 결국 벗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맨발 연주는 편안함과 동시에 뜻밖의 깨달음을 주었다. 음악과 더욱 자연스럽게 하나 되는 감각을 선사했다. 이 특별한 습관은 연주 스타일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그는 기존의 형식적인 연주 관행에서 벗어나 청중과 보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식을 모색해 왔다. 아이슬란드의 낡은 피아노로 쇼팽을 연주하거나, 연주 중 신발을 벗고 무대에 오르는 등 그의 열린 태도와 혁신적인 시도들은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선보일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알리스 사라 오트는 2019년 리사이틀을 앞두고 왼손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굳어지는 다발성 경화증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실이죠.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큰 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요”라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진단 이후 한계를 인정하고 무리하지 않는 법을 배운 그는 혹독한 공연과 연습 속에서도 건강을 지키는 법을 익혔다. 또한 다발성 경화증이 음악가로서의 능력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며, 클래식 음악계의 건강한 변화와 개방성을 촉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예술가가 ‘디바’처럼 군림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사람들은 예술가가 자신과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는 걸 알고 싶어 해요. 연주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접할 때, 관객들은 더 큰 공감을 느끼죠.”

알리스 사라 오트는 혁신적인 예술 프로젝트와 풍성한 음반작업,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및 지휘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대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그만의 창의적인 리사이틀 투어는 클래식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맨발의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가 필드의 녹턴과 베토벤의 소나타로 오는 7월 8일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존 필드의 녹턴의 세계와 완전히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

알리스 사라 오트는 개성 있는 표현과 탁월한 기교로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발매한 ‘존 필드: 녹턴 전곡(Field: Complete Nocturnes)’ 음반은 애플뮤직 클래식차트에서 4주 동안 1위를 기록했고, 15년간 도이치 그라모폰과 함께한 음반은 누적 스트리밍 횟수 5억회를 넘겼다.

알리스 사라 오트가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7월 8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존 필드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그의 음악적 통찰력과 대담한 해석을 발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그는 존 필드의 녹턴 음반 발매 인터뷰에서 존 필드의 몇몇 곡이 모차르트나 젊은 시절의 베토벤 작품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반 마디 정도의 짧은 순간에도 깊은 애절함이 느껴지는 마법 같은 음악이라고 설명하며 그의 작품이 지닌 매력을 강조했다. 전혀 몰랐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었다고 하며,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를 강조했다. 1·2·4·9·10·12·14·16·17번을 연주한다.

베토벤 소나타 19번에서는 섬세한 표현으로 생동감을 더하고, 30번에서는 그만의 해석으로 후기 소나타의 낭만적 감성을 깊이 표현하며, 고요한 정적과 격렬한 에너지가 교차하는 극적인 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리사이틀의 대미를 장식할 14번 ‘월광 소나타’에서는 전례 없는 깊이와 강렬함을 선보이며,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음색으로 청중을 매료시킬 것이다. 특히 마지막 3악장의 날카로운 울림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공연장을 전율케 할 예정이다.

“뛰어난 솔리스트로서 눈부신 화려한 기교를 선보였으며, 섬세하고 고요한 순간에는 탁월한 부드러움을 표현했다.”(가디언)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의 무대.”(바흐트랙)

세계 유수의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는 알리스 사라 오트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