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슈베르트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순향 회장은 오는 6월 21일 세종체임버홀에서 협회 4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한국슈베르트협회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작곡가 슈베르트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입니다. 어려움과 역경이 가득한 서른 한 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늘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역시 똑같은 위로를 선물해 줍니다. 이게 바로 슈베르트의 힘입니다.”
한국슈베르트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순향 회장(여주대 교수)은 슈베르트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불멸성(不滅性)’이라고 강조한다.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현재진행형 음악이라는 뜻이다. 협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21일(토) 오후 3시 30분 세종체임버홀에서 음악회를 연다.
한국슈베르트협회는 지난 1985년 결성됐다. 슈베르트의 예술혼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전문 음악가들이 그의 음악을 함께 나누고 연주하는 학구적 단체다. 매년 2회의 정기연주회, 신입연주, 기획연주, 특별연주, 지방연주, 한일교류 연주 등 다채로운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슈베르티아데’ 정신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슈베르티아데는 ‘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뜻으로, 슈베르트의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모여 그와 함께 열었던 작은 음악회를 말한다. 김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협회의 가장 큰 강점은 ‘끈끈한 동지애’라며, 선배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저희 단체도 벌써 불혹(不惑)입니다. 이번 음악회는 협회의 역사와 미래라는 주제로 펼쳐집니다. 지나온 시간 동안 묵묵히 협회와 함께한 회원들과 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뉴 페이스들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축제를 마련합니다. 공연 후 회원들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담아 기념품, 선물, 행운권 등을 나누는 작은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무엇보다 협회를 이끌어온 전임 회장님들께 감사패 등도 증정할 계획입니다.”
될성부른 성악 인재 발굴도 이들의 큰 미션이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27회에 걸쳐 ‘슈베르트가곡콩쿠르’를 열어 재능 있는 젊은 가수를 선발해 국내외 전문 연주가로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있다. 올해 28회 콩쿠르는 오는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참가 접수를 받는다.
한국슈베르트협회는 오는 6월 21일 세종체임버홀에서 협회 4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한국슈베르트협회 제공
40주년 무대를 빛내는 출연 라인업이 탄탄하다. 소프라노 이계선·김순향·박지현·백재현·신효진·조윤조, 테너 강신덕·조중혁, 바리톤 박수길·김대수·김재황·염현준 등이 나온다. 베테랑 성악 군단이다. 피아니스트 김윤경·정영하·김성희·이고은, 클라리넷 김길우, 호른 김형일 등도 아름다운 음악에 힘을 보탠다.
“슈베르트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을 모두 모아놓았습니다. ‘송어(Die Forelle)’처럼 귀에 익은 명곡부터 쉽게 듣지 못했던 아리아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성악과 기악의 앙상블이 어우러진 곡들도 있습니다. ‘가곡의 왕’ 작품으로 차린 음악뷔페입니다.”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빈 근교에서 태어났고, 빈에서 공부했고, 빈에서 활동했다. 김 회장도 빈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비록 시간의 갭은 크지만 슈베르트와 직간접적 교감을 나눈 셈이다. 김 회장은 “슈베르트의 기본 정서와 그가 표현하고자하는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그의 음악을 연구하고 연주할 때 진정성을 가질 수 있고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할 때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협회를 더 키우기 위한 마스터 플랜도 귀띔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찾아가는 슈베르트 음악회를 확대하고 슈베르트 음악극이나 오페라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준비된 공연도 즐비하다. 우선은 이번 6월21일 공연 이후 6월26일 부산, 9월10일 프라움악기박물관, 9월28일 슈베르트가곡 콩쿠르, 10월23일 북서울숲, 11월13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공연 등이 줄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슈베르트협회는 ‘고인물 집합소’가 아니다. 늘 젊은 피를 수혈하며 미래를 향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협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 좋은 성악가들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성악가들이나 기악가들이 나이가 들수록 슈베르트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음악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40년도 거뜬하게 롱런할 수 있는 연료는 이미 비축한 셈이다. 더 달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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