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송 서미숙 작가가 한글조형아트 개인전 ‘세종과 이순신의 만남’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예문갤러리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예송 서미숙 작가는 한글조형아트의 창시자다. 아름다운 우리 한글의 글꼴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캘리그래피 전문가지만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개발한 서체를 활용해 그림을 그린다. 예송 섞임체, 예송 대소체, 예송 민체, 직립체, 나비체, 자모체 등은 그의 시그니처 서체들이다. 눈을 크게 뜨고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곳곳에 정성 가득한 깨알 한글이 가득하다. 이런 수고와 노력 덕에 한국문화예술명인 타이틀도 얻었다.

서미숙 작가의 개인전 ‘세종과 이순신의 만남’이 서울 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서 10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오픈했다. 이번 전시는 이순신 장군(1545~1598) 탄생 480주년을 기념해 중구청과 중구문화원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전시의 핵심 주제는 ‘한글로 그린 이순신’이다. 장군의 일대기와 ‘효충예인(孝忠禮仁)’ 정신을 한글조형아트라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담아내며,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과 이순신 장군의 삶을 예술적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글자가 곧 그림이자 상징이 되는 작품들은 단순한 미술을 넘어 한국 정신문화의 확장을 탐구한다.

예송 서미숙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문갤러리 제공


‘한산도대첩’ ‘이순신장군상’ ‘학익진’ ‘노량해전’ ‘아산외갓집’ ‘거북선’ ‘부하장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남산과 중구와 이순신’ ‘역사는 흐른다’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신은 이미 준비를 마쳤나이다’ 등의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이번 작업은 전시장에서 그치지 않고 한글과 영어로 번역돼 책으로도 이어졌다. ‘성웅 이순신, 한글로 기억되다’는 전시 작품과 함께 역사 이야기, 작가의 해설, 창작 과정까지 담아내며 한글조형아트를 교육적·문화적 자산으로 확장시킨다.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작품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는 셈이다.

예송 서미숙 작가의 한글조형아트 개인전 ‘세종과 이순신의 만남’이 10월 3일까지 서울 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 ⓒ예문갤러리 제공


관람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방문객은 “한글 글자가 그림으로 변해 장군의 정신을 전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며 “책까지 함께 볼 수 있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아이와 함께 보면서 한글과 역사를 동시에 배우는 값진 시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미숙 작가는 그동안 ‘물의 노래’ ‘엄마꽃’ ‘솔로몬의 지혜’ 등의 출간과 전시를 통해 한글의 조형성과 예술적 확장을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와 신간은 그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한국적 정체성을 시각예술로 새롭게 풀어내는 작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세종과 충무공의 만남’ 전시는 10월 3일까지 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서 진행되며, 이어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는 서울 중구청 로비에서 ‘이순신 장군 탄생 480주년 특별전’으로 시민들과 다시 만난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