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지휘자 여자경,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플루티스트 최나경 이름 뒤에 이제 ‘작가님’ 호칭이 하나 더 붙게 됐다.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 음악가들이 잇따라 책을 출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전보다 무대에 자주 서지 못하게 돼 시간에 여유를 갖게 되자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작가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여자경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만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 ‘비하인드 클래식’(교보문고. 224쪽. 1만3800원)을 내놓았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도록 일상에서 테마를 찾아 그에 맞는 곡들을 선별하고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1분이 안 되는 짧은 곡부터 시작해 주로 5분 안팎의 곡들 가운데 유명한 곡 위주로 담았다. 20분 남짓한 소나타와 45분을 넘는 교향곡까지 이른바 심화 단계에 해당하는 곡들도 포함됐다. 자연, 기분 전환, 사랑, 위로 등 상황별로 어울리는 곡을 묶었다.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 고뇌, 가십거리 등도 들려준다. 오랜 연인이던 쇼팽과 조르주 상드, 상드의 반려견 마르키의 이야기를 하며 쇼팽의 ‘강아지 왈츠’를 들어보면 곡이 더 친근하게 들릴 거라고 말한다. 또 리스트가 연주회 후 남겨둔 손수건 한 장을 차지하기 위해 여성 관객들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여자경은 “음악은 ‘만국의 공통어’란 말이 있는데 말로 전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비슷한 감정을 전해준다는 것은 마술처럼 놀라운 일이다”라며 “공부할 필요도,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다. 마음만 열려 있다면 음악이 우리를 그 장소로 데려다줄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가디언. 288쪽. 1만6000원)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클래식 콘서트 기획·진행 등을 하는 ‘클래식포유’ 대표인 김수연의 신간이다. 하루를 시작하거나 긴장감이 필요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을 때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40여 개의 순간에 도움이 될 클래식 음악 90여 개를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을 때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봄을 맞이할 때는 베토벤의 ‘로망스 1번’을 들어보라고 권유한다. 연인이 생각날 땐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그리운 그 이름’을, 잠이 오지 않을 땐 포레의 ‘자장가’를 들으라고 추천한다.
김수연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모습이 담긴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위대한 작곡가로 칭송받는 그들이 사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 그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인 신시내티 심포니 부수석을 거쳐 한국인으로는 처음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수석을 지낸 플루티스트인 최나경이 플루트 입문자와 초보자를 위해 기초 교본 성격의 책을 선보였다.
‘최나경의 플루트 교실’(서울음악출판사. 1권 116쪽·2권 128쪽. 각 권 1만원)은 운지부터 기초 이론, 예제곡과 연습곡, 연주곡을 통한 실전 연주 등 단계별로 구성돼 있다. 저자가 직접 알려주는 플루트 연주 비법도 담겼고, 전체 과정을 담은 학습과정표와 색을 사용해 모든 운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운지표도 수록됐다.
최나경은 “처음부터 잘 배우면 가는 길이 더 즐겁고 자유로워진다”며 “플루트의 기초를 적었지만, 악기를 이미 오랫동안 배운 분들도 고치고 싶은 버릇이나 주법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한길사. 428쪽. 2만2000원)은 스페인 출신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가 구술하고 미국 저널리스트 겸 사진작가 앨버트 칸이 엮고 김병화가 옮긴 책이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속에서도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카살스의 삶이 담겼다.
카살스는 “계속 일을 하면서 주변 세계의 아름다움을 지속해서 느낄 수 있다면 나이를 먹는다는 게 반드시 늙는 것은 아니다”라며 삶에 대한 존중과 아름다움에 관한 생각을 표현한다. 또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첼로와 지휘봉뿐이다. 내전 기간에 내가 믿는 목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그 무기를 최대한으로 사용했다”며 프랑코 독재정권에 항의한 이야기도 전한다.
책에선 ‘첼로 연주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재발견하고, 혁신적인 첼로 운지법을 개발했으며, 노동의 가치를 바로 보고 개인의 인격을 존중한 카살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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