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1960년 불과 18세 나이로 쇼팽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전설적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저 소년이 기교적으로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라고 극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폴리니는 1942년생이다. 새해가 되면 80세다. 우승 이후 60여년 넘게 ‘쇼팽을 가장 잘 치는 피아니스트’로 사랑받으며 세계무대를 누볐지만, 그동안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가 드디어 내년 5월 처음으로 우리나라 무대에 선다. 늦어도 한참 늦은 내한공연이기 때문에 새해 최고의 콘서트가 될 것으로 기대가 높다.
폴리니뿐만 아니라 역시 오랫동안 톱클래스로 이름을 드높이고 크리스티안 짐머만(1975년 쇼팽 콩쿠르 1위), 당 타이손(1980년 쇼팽 콩쿠르 1위), 랑랑, 유자왕 등도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어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그레이트 피아니스트 시리즈’ ‘오케스트라 시리즈’ 등 2022년 기획공연 라인업을 30일 공개했다. 코로나로 침체된 공연계에 긍정적인 도약을 불러일으킬 풍성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여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았다.
● 짐머만·랑랑·폴리니·유자왕·당타이손 등으로 이어지는 피아니스트 시리즈
새해 마스트미디어 기획공연 중 가장 눈 여겨 볼만한 콘서트는 ‘The Great Pianists Series’다. 먼저 지난 2019년 16년 만의 내한공연으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2월 14~15일 롯데콘서트홀)로 시작한다. 그는 완벽한 서사가 담긴 장중한 연주로 더 이상의 수식어와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다.
같은 달 이루어지는 또 다른 공연으로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2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있다. 지난 내한 공연 일정이 취소된 이후 6년 만에 갖는 무대로, 그가 20년 동안 연구하고 연습해온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뒤이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2명을 만나 볼 수 있는 ‘알렉산드르 칸토로프 피아노 리사이틀’(4월 19일 롯데콘서트홀)과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피아노 리사이틀’(5월 8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이 한달 간격으로 펼쳐진다.
칸토로프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최초로 우승한 프랑스 피아니스트로 우리나라에서의 첫 내한 리사이틀이다. 지난 2019년 내한했던 마슬레예프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적임자로 한국 청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 신예 피아니스트의 독주회는 동일한 콩쿠르 우승자의 각기 다른 연주 스타일을 비교 분석하며 감상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The Great Pianists Series’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우리치오 폴리니 피아노 리사이틀’(5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큰 상징성을 지닌 이번 내한 공연은 클래식계뿐만 아니라 국내 문화예술계 역사의 획을 긋는 공연이 될 것이다.
하반기는 ‘얀 리시에츠키 피아노 리사이틀’(6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시작한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세계무대에 입성한 그가 더욱 성숙하고 짙은 감성의 음악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파격적인 의상뿐만 아니라 괴물 같은 기교로 화제를 모으는 유자 왕 역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유자 왕 피아노 리사이틀’(6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그만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무한한 테크닉의 세계로 인도한다. 건반 위의 비르투오소답게 언제 들어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믿고 듣는 연주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그 실력이 증명된 두 명이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과 백혜선. ‘당 타이 손 피아노 리사이틀’(8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최근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 브루스 리우를 배출해 낸 그만의 서정적인 피아니즘과 노련미 가득한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시리즈 중 유일하게 국내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린 ‘백혜선 피아노 리사이틀’(10월 28일 롯데콘서트홀)은 세계무대를 누비는 아티스트, 교육자,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을 담은 자서전 발간 기념 공연으로 열린다.
거장이 되어 돌아올 신예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로 ‘The Great Pianists Series’의 막을 내린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배출해내고 있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위너 투어 공연으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11월 중)이 개최된다. 세계 클래식계의 스타를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다.
영국 리즈 콩쿠르 우승자인 ‘에릭 루 피아노 리사이틀’(12월 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차세대 거장으로 발돋움 중인 그의 깊이 있는 표현력과 섬세한 연주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방한
새해에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선 ‘미하일 플레트네프 &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5월 중)이 주목된다.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지휘 아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한다.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DG 선정 세계 20대 오케스트라에 뽑혀 단기간에 가장 성공한 민간 오케스트라로 평가 받아왔다.
또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플레트네프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협연자로 초청하는데, 이번 내한에서는 선우예권과의 만남이 서로에게 어떤 긍정적인 시너지 조합을 만들어 낼지 기대된다.
10월에는 ‘산투-마티아스 로우발리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with 힐러리 한’(10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명실상부 영국 클래식 음악의 심장으로 끊임없이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 여겨 볼만한 점은 최근 상임지휘자로 임명돼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산투-마티아스 로우발리의 첫 내한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유연하지만 폭발적인 힘이 내재된 로우발리의 지휘와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 최정상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의 연주. 이들의 매력적인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히사이시 조·데이비드 러셀 등 스페셜 기획 시리즈도 기대
많은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 음악 거장의 내한부터 실내악, 발레, 기타, 성악 등 마스트미디어만의 개성 넘치는 라인업이 계속 이어진다.
내년 가을에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라이브 콘서트 ‘히사이시 조 & 스튜디오 지브리 라이브 인 콘서트’(8월~9월 중)가 펼쳐진다. 작곡가 히사이시 조와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벼랑 위의 포뇨’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빛나는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 스크린이 함께 상영되는 이번 공연 역시 히사이시 조가 직접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아 주옥같은 음악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색다른 만남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레이 첸 & 선우예권 듀오 콘서트’(8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는 레이 첸과 한국인 최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이라는 타이틀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선우예권이 함께 듀오 연주를 완성한다.
세계무대에서 공연 매진을 기록하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9월 14일~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선보이는 아름다운 춤의 향연이 한국을 찾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수석무용수 이리나 콜레스니코바를 중심으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 그리고 인도 왕실을 배경으로 화려함이 눈부신 ‘라 바야데르’ 등의 명작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11월 가을밤은 클래식 기타 선율의 낭만으로 채운다.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클래식 기타 거장의 공연 ‘데이비드 러셀 기타 리사이틀’(11월 중)은 풍부한 감성과 빼어난 테크닉으로 클래식 기타의 예술적 가치를 증명해내는 거장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마스트미디어의 2022년 마지막 공연은 ‘소프라노 강혜정 연말 콘서트’(12월 27일 롯데콘서트홀)로 마무리된다. 국내 최고의 프리마돈나 강혜정의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연말 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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