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지금 없어선 안 될 물건 하나를 꼽자면 마스크죠. 이어령 선생님 말씀처럼 마스크 덕에 우리는 서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가 연결될 수 있었어요.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 마음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음악제는 ‘마스크(MASK)’를 주제로 오는 7월 2일부터 23일까지 22일간 평창 알펜시아 등 강원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제는 이전까지 축제가 2주 가량 열리던 것과 달리 역대 최장기간인 3주에 걸쳐 최대 규모로 열린다.
팬데믹 상황에서 대형 클래식 축제에 목마른 팬들에게는 여러 음악가들의 다채로운 공연을 집중적으로 즐길 절호의 기회다.
손열음은 “아스펜, 잘츠부르크 음악제처럼 언제 가도 그곳에 음악이 흐르는 그런 대형축제를 꿈꾸며 기획했다”면서 “여름에 대관령은 항상 음악이 흐르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손열음은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아 고향에서 열리는 음악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강원도가 참 ‘핫스팟’이 돼서 숙박난과 교통체증이 심해졌는데, 휴가철을 좀 벗어나 음악제를 7월 초로 당기고 기간도 늘렸습니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축소 운영됐던 음악 교육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부활한다.
특히 개별 악기를 가르치는 마스터클래스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없었던 실내악과 오케스트라아카데미도 마련된다.
“독일에 살면서 어떤 악단이든 오케스트라아카데미가 있고, 거기서 양성된 음악도들이 세대를 거쳐 다음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문화가 독일 음악이 잘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느꼈어요. 우리도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꿈이 있었습니다.”
실내악 아카데미는 일주일간 집중적인 교육을 한 뒤 실제 무대에 오를 기회도 마련해주기로 했다.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참가 음악도들이 오케스트라 일원이 되어 기성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실력을 다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음악제는 메인콘서트 18회, 스페셜콘서트 5회, 찾아가는 음악회 5회 등으로 구성된다.
코로나로 해외 연주자들이 거의 참여하지 못했던 지난번과 달리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들이 평창을 처음 찾을 예정이다.
개막 공연에서는 한국 출신 에스메 콰르텟과 프랑스 출신 모딜리아니 콰르텟이 작년과 올해 초 별세한 작곡가 프레데릭 르제프스키와 조지 크럼의 곡을 연주한다.
손열음은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하나의 시대가 지나가고 다음 시대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돌아가신 분들인 르제프스키와 크럼의 작품을 처음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음악제에선 성악가들이 가곡을 부르는 ‘시와 음악의 밤’도 두 차례 마련된다. 가곡만으로 꾸민 프로그램은 대관령음악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소프라노 임선혜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가 함께 공연하며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손열음이 슈만의 곡을 선보인다.
또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의 피아노 리사이틀과 첼리스트 레오나드 엘셴브로이히와 손열음의 듀오 리사이틀 등 다수의 독주회와 듀오 리사이틀 무대도 마련된다.
손열음은 “그동안은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위주였던 것과 달리 이번 음악제에선 독주회와 듀오 리사이틀을 많이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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