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예술의전당이 국립오페라단의 강력 라이벌로 등장했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신임 사장은 2025년까지 자체 제작 오페라 3편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등 순수예술 장르 공연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월 취임한 장 사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극장에서는 장기대관보다는 오페라와 발레 등 순수예술 작품을 우선 공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페라·발레 전용 극장으로 지어진 오페라극장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라며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은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수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뮤지컬 공연 대관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2016년 이후 만들어지지 않았던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오페라 3편을 공연하고, 오페라 갈라 행사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의 보컬 리사이틀 등을 연다.
10월에 열리는 ‘SAC 오페라 갈라’ 행사를 시작으로 2023년 개관 35주년 기념 오페라 ‘노르마’, 그리고 2024년 오페라 ‘오텔로’ 등을 공연한다. ‘오텔로’는 한국 출신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가 될 예정이다.
2024년 7월에는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해 온 세계적인 성악가 연광철과 사무엘 윤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예술의전당이 직접 오페라 작곡가에게 의뢰해 제작한 한국형 창작 오페라도 2025년 2월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
장 사장은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은 신작 오페라를 제작할 것이다”라며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초연한 뒤 본고장인 유럽 등 전 세계 극장에서 이어 공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이 직접 오페라 제작에 나서는 만큼 국립오페라단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오페라극장은 현재 국립오페라단이 아닌 예술의전당에서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립오페라단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예술의전당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배출한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커리큘럼도 강화한다.
올해로 24년째 운영 중인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장 사장은 “어린 학생들이 경쟁에 노출되기보다는 음악적 재능을 편히 다질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개선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공연 영상화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5월 공연 촬영, 편집, 송출이 가능한 공연영상스튜디오 ‘실감’을 완공했다.
장 사장은 “예술의전당 내 6개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도 실시간 송출이 가능하다”며 “제작한 공연 영상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클래식 미디어 채널과도 협업을 추진해 수익화 및 K클래식 전파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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