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울밑에 선 봉선화야 / 네 모양이 처량하다 / 길고 긴 날 여름철에 / 아름답게 꽃필 적에 / 어여쁘신 아가씨들 / 너를 반겨 놀았도다”
일제 강점기 나라 잃은 슬픔을 위로해주던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 이 곡을 출발점으로 한국가곡의 역사가 어느덧 100년을 넘어섰다. 우리 가곡의 전성기인 70~80년대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K클래식을 이끄는 당당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난파의집’(종로구 홍파동 등록문화재 제90호)은 한국가곡의 세계화를 위한 송년기획 ‘홍난파가곡제’를 개최한다. 서울시 후원으로 오는 12월 26일(월) ‘울 밑에 선 봉선화야’와 27일(화) ‘한국가곡 100년의 노래’ 등 두 차례 음악회를 준비한다. 모두 오후 7시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가곡제는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긴 홍난파 선생의 작품과 함께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 가곡을 선곡했다. 첫날(26일)은 홍난파 선생의 가곡을 중심으로, 둘째날(27일)은 한국가곡 100년을 기념해 가장 많이 불리고 사랑받는 가곡을 선정해 무대에 올린다.
코로나가 한풀 꺾여 그동안 주춤했던 국민들의 예술적·문화적 향유 욕구가 높아지면서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해 그 가곡의 시원(始原)이라고 할 수 있는 홍난파 선생의 음악을 되새기고자 하는 취지를 담았다.
이틀간의 공연에 앞서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40분까지 콘서트홀 로비에서 홍난파 선생의 대표곡 ‘봉선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봉선화식품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추억의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행사도 마련했다.
김봉미의 지휘 아래 소리얼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서울대 교수)이 ‘고향의 봄’ ‘애수의 조선’을, 바수니스트 황윤주(센트럴플로리다대 교수)가 ‘사랑’(장동인 편곡)을 협연한다.
파격적인 무대도 마련했다. 가곡공연에 젊은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래퍼 정상수와 블리스가 바리톤 김민성과 함께 장동인 작곡가가 편곡한 홍난파의 ‘고향의 봄’을 가요 버전으로 부른다. 랩과 함께 드럼과 미디음악을 곁들여 지금껏 보지 못했던 무대를 맛볼 수 있다.
성악공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총감독 소프라노 임청화을 비롯해 소프라노 유소영·박소은·김민희·강혜명·김민지, 메조소프라노 신현선·양송미, 테너 하만택·이재욱·김기선·이정원·이현, 바리톤 송기창·박경준·양진원·김형삼 등이 출연한다.
카자흐스탄에서 대통령장학생으로 각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사랑받고 있는 테너 누르카낫이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무대에 선다. 이외에 어린이노래그룹 작은평화, 난파합창단, 홍난파합창단 등이 나온다.
KBS 예능국장으로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아 활약했던 이문태 홍난파의집 대표가 음악회 전반을 기획하고, 한국가곡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내외 무대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K클래식 선두주자 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부 임청화 교수가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우리 가곡과 홍난파 음악을 사랑하며 홍난파 탄생지인 수원과 화성에서 홍난파를 기념하는 사업에 평생 헌신하고 있는 ‘홍난파가곡제’ 준비위원장 정희준 선생은 “홍난파가곡과 우리가곡 사랑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우리나라 근대음악사의 기념비적 사업인 ‘고향의 봄 꽃동산 사업’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빈다”고 말했다.
홍익표 홍난파의집 이사장은 “이제는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클래식으로 한류바람을 전세계에 일으키려는 의욕도 담았다”며 “한국가곡의 세계화를 위한 음악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행사 소감을 밝혔다.
티켓은 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만 65세 이상은 50% 할인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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