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누스 무지카’ 최혁재 지휘자 “조명받지 못한 실력파들 뭉쳐 숨은 걸작 연주”

스스로 즐기며 행복해하는 연주그룹 만들기 꿈
이번 창단공연 이어 꾸준하게 콘서트 이어갈 것

바스크스 바이올린협주곡 ‘머나먼 빛’ 국내초연
???????다양한 이야기 담고 있어 처음 들었을 때 쇼킹

손민수 객원기자 승인 2023.06.11 07:31 | 최종 수정 2023.07.12 10:24 의견 0
창단공연을 여는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르누스 무지카’의 최혁재 지휘자는 “우리앙상블은 이름값보다는 진정한 실력자들로 뭉쳤다”고 강조했다. ⓒ최혁재 제공


[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최근 좋은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을 연주하고 싶어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르누스 무지카’(‘봄의 음악가’라는 뜻)를 창단하고 연주회를 갖는 최혁재 지휘자를 만났다. 그는 서울예고에서 피아노를, 서울대학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이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오스트리아, 독일뿐만 아니라 국내 다수의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현재 안동대학교 겸임교수, 금천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베르누스 무지카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를 만나 지휘에 대한 얘기와 이번 창단 공연하는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공연은 11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고등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어떤 계기로 지휘를?

“가야금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에는 항상 국악뿐 아니라 클래식음악이 틀어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배웠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곧잘 해서 부모님께서는 음악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당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와 친구 아버지가 캬라얀, 번스타인의 영상을 보여줬는데 그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학교를 마치고 친구 집에서 DVD를 보고 LP판을 빌려 들으며 지휘자들의 전기를 읽기 시작했다. 결국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전기에서 보니 지휘자는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해야 했다. 이미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피아노를 전공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남자가 무슨 음악이냐고 반대했지만 중2때 예고를 진학하게 되면 계속 음악을 하는 것으로 조건부 허락을 받앗다. 밤을 지세우면서 연습을 했다. 예고에 합격한 후로는 부모님께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줬다.”

-1년 준비해서 예고에 들어갔으면 그래도 재능이 있었다. 고등학교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대학은 원하던 지휘 전공으로 입학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재능이라기 보다는 그냥 하고 싶었고 근성은 있었던 것 같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작곡과에 준하게 준비를 해야 했는데 화성법이 제일 힘들었다. 시창, 청음은 예고 다니는 동안 훈련이 되어 있어 어렵지는 않았다. 이후에 화성과 작곡 관련 부분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르누스 무지카’의 최혁재 지휘자는 “이번에 국내 초연하는 바스크스 바이올린 협주곡 ‘머나먼 빛’은 다양한 이야기 담고 있어 처음 들었을 때 쇼킹했다”고 밝혔다. ⓒ최혁재 제공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과정을 졸업했다. 유학시절은 어땠나?

“학사 2년과 석사(마스터) 3년 과정을 모두 마쳤다. 보통 많은 시간을 준비를 하고 입학을 하는데 나는 계속 공부를 하던 습관이 있어서 6개월 정도 준비했다. 학교는 지휘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빈은 전통을 중시해 기초과정을 많이 공부시킨다. 콧대가 높아서인지는 몰라도 다른 곳에서 공부한 것은 인정을 하지 않아 음악사 외에는 모두 새로 공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5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다. 그 덕분에 지휘뿐만 아니라 음악공부는 제대로 한 것 같다.”

-공부하는 동안 작곡 관련 수업이 힘들다고 했는데 유학시절에도 그랬나?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곡을 쓰는 것은 아니어서 괜찮긴 했다. 단지 졸업 때 푸가를 쓰는 것이 어려웠다.”

-빈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많았나?

“첫 2년 과정을 마치게 되면 그 후 3년간은 매주 오케스트라와 작업할 시간이 주어진다. 빈은 학교 수업 분량이 워낙 많아 외부 연주의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졸업 후에는 에이전시를 통해 오케스트라와 협주곡, 성악 반주 등을 주로 하며 경험을 쌓았다. 아쉬운 점은 학생 때 조금 더 많은 콩쿠르 참가와 경험을 했어야 하는데 학생 신분이라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졸업 후 피아노에 자신이 있었기에 극장 오디션을 많이 봤어야 하는데 보지 않고 귀국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창단 공연을 하는 ‘베르누스 무지카’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우리나라는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거나 매스컴을 탄 연주자들 위주로 각광을 받는다. 그에 반해 그런 기회를 받지는 못했지만 아주 뛰어난 좋은 연주자들이 많다. 음악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런 실력 있는 연주자들과 함께 훌륭한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창단하게 됐다.”

‘베르누스 무지카’의 최혁재 지휘자는 “이번에 국내 초연하는 바스크스 바이올린 협주곡 ‘머나먼 빛’은 다양한 이야기 담고 있어 처음 들었을 때 쇼킹했다”고 밝혔다. ⓒ최혁재 제공


-6월 11일 창단 공연에 페테리스 바스크스라는 작곡가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Distant Light(머나먼 빛)’를 국내 초연한다. 어떤 곡인가? 그리고 선정한 이유는?

“처음에는 모차르트 곡을 생각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갔으면 하는 연주자들을 모셨기에 작품 또한 그러한 곡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님과 뇌과학자 조용상 단장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여러 곡을 추천했다. 추천해 준 여러 곡들을 듣다가 페테리스 바스크스(Peteris Vasks)란 작곡가의 곡을 듣게 됐는데 너무 좋았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인 ‘개척자(Pioneer)’와도 딱 들어맞는다.”

38분 정도 되는데 처음 듣자마자 전체를 다 듣게 됐다. 흡입력이 있었다. 이 작곡가는 라트비아 출신으로 성장기에 구 소련의 억압체제에 있었다. 침례교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종교적 탄압을 받는 아버지와 그 종교적 신념, 예술적 탄압을 받았던 것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녹였다. 작품 자체에 ‘신’이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빛‘이란 단어를 쓰기 좋아했고 환경파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작곡가다. 자연과 사람들이 잃어버린 사랑과 이상,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곡가다. 작품에 쓰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에 매료됐다.

‘Distant Light’란 작품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전율을 느끼다 못해 쇼킹했다. 번역을 하자면 ‘머나먼 빛’으로 번역을 할 수 있는데 이 곡은 친구인 기돈 크레머가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서의 연주를 위해 부탁한 작품으로 1996~97년에 작곡됐다. 곡은 총 5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실존 작곡가라 곡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악보에 적어 두었다.

현악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독주로 구성된 작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협연한다. 오케스트라가 시작하기 전에 바이올린으로 먼 곳에서 다가오는 빛을 표현한다. 이후 듣기 편한 연주가 지속되다가 정말 현대 곡 같은 클러스터 효과와 전반부에서 복잡해지다가 후반부에 다시 편안해 지면서 바이올린 솔로가 멀어져 가는 빛을 표현하며 마무리 하게 되는 곡이다. 이 작곡가는 아르보 패르트라는 작곡가와 비유 되기도 한다. 패르트보다 악기의 기능적인 면에 조금 더 치중되어 있다. 또한 이 곡은 주제에 따른 의식의 흐름대로 작곡 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체코 독일 등 해외에서도 지휘 경험이 있다. 국내 오케스트라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40대의 지휘자라면 외국에서나 한국에서는 젊은 지휘자라로 본다.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짧은 식견으로 말하자면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있지만, 앙상블의 분위기랄까 정말 행복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적은 것 같다. 즐기면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의무가 되어버린 경향이 좀 있다. 해외에서 연주하기 부족한 역량을 가진 동네 오케스트라들도 끝까지 기쁘게 즐기며 연주하는 모습들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

‘베르누스 무지카’의 최혁재 지휘자는 “이번에 국내 초연하는 바스크스 바이올린 협주곡 ‘머나먼 빛’은 다양한 이야기 담고 있어 처음 들었을 때 쇼킹했다”고 밝혔다. ⓒ최혁재 제공


-두 번째 곡인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Souvenir de Florence)’는 원래 현악 6중주곡이다. 이 곡에 대해 말해 달라.

“이 곡에는 오케스트라 편곡이 존재한다. 이 버전에선 특별히 달라진 곳은 없다. 세컨드 첼로를 더블베이스가 연주할 수 있게 한 것이나 2악장의 멜로디를 솔로 악기에게 주거나 한 부분이 있다. 연주자들이 먼저 제안한 곡이다. 연주자들이 좋아하고 연주하기를 즐기는 곡이라면 나도 도전하고 싶어 선곡하게 됐다.”

-공연에 오는 관객들이 미리 들어보고 싶다면 어떤 연주를 추천할 것인지?

“최근 페트라스 바스크스의 곡이 유럽에서 많이 연주되고 있다. 악보와 같이 나오는 영상도 있으니 좀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앙상블) 연주한 것이 아마 정석적인 것 같다.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트린 루벨과 풀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도 있다. 현악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하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저희는 23인조로 구성됐고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에서 비올라의 중요도가 바이올린과 비슷해 5명으로 구성했다.”

-두 프로그램 중 어떤 곡에 애착이 더 가나?

“처음 기획 했을 때는 2부곡인 차이콥스키가 좋았는데 바스크스를 발견한 후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2곡다 애착이 간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지휘자는 어떤 지휘자인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지휘자가 좋은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주를 계기로 더 연구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 보려 한다.”

-앞으로 계획과 바라는 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베르누스 무지카가 2회, 3회 계속적으로 연주를 해 나갔으면 한다. 금천교향악단 초기에 관객도 적고 사람들이 공연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단원들 몇 명과 키보드를 가지고 골목음악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골목음악회를 꾸준히 했다. 그러자 관심을 가지고 공연장에 오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작은 연주도 소중히,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클래식을 음반으로 접하는 분들이 공연장에 오는 비율이 낮다. 또한 공연에 대한 정보가 없어 못 오는 분들도 있다. 정보를 더욱 공유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 즉 애호가가 많아지는 일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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