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번스타인을 선택한 것은 완벽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본격적인 새로운 축제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올해는 하나의 불꽃 축제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하 자리를 만들겠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이자 핫 지휘자로 떠오르고 있는 안드레아스 오텐잠머(34)가 미국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음악 세계를 소개한다.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3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번스타인 집중탐구 음악을 선보인다.
롯데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클래식 레볼루션’을 개최하고 있다. 매년 작곡가를 선정해 그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음악 축제다. 오텐잠머는 초대 예술감독이었던 크리스토프 포펜의 뒤를 이어 올해부터 새 감독을 맡았다.
오텐잠머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유행 시기 이후 음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번스타인의 음악은 관객이 콘서트의 일부가 돼 음악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데 적합하다”고 밝혔다.
번스타인은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음악 교육자로 20세기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부터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멀티 플레이어였다.
축제 기간에는 번스타인의 오페라 ‘캔디드’ 서곡을 비롯해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등을 연주한다.
번스타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곡가인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오텐잠버는 번스타인과 브람스의 곡에 각각 녹아있는 ‘민속음악’에 대한 경험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는 “번스타인과 브람스의 공통분모는 ‘민속음악’이다”라며 “번스타인은 쿠바의 리듬이나 재즈에서 영감을 받았고, 브람스는 헝가리 쪽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람스는 헝가리를 직접 여행하며 들은 민속음악을 직접 악보에 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브람스뿐만이 아니다. 번스타인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구스타브 말러의 곡을 비롯해 표토르 차이콥스키, 안토닌 드보르자크, 로베르토 슈만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오텐잠머는 “번스타인과 브람스 주변 인물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며 “번스타인은 말러의 인기를 몰고 온 주인공이다. 말러는 당대에는 인기가 없는 작곡가였지만, 번스타인이 그 진가를 알아보고 세계 콘서트장에 말러를 소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미국에서의 드보르자크의 경험을 담고 있지만 번스타인의 음악 세계로의 문을 열어줬다”며 “이처럼 프로그램 곡들 사이에 이들 거장들의 연결점을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에는 7개 교향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11일 개막공연에 나서는 서울시향을 비롯해 12일 성남시향, 13일 한경아르테필, 17일 인천시향, 18일 수원시향, 19일 KBS교향악단, 20일 경기필하모닉이 연주한다.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플루티스트 김유빈,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윤홍천 등이 참여한다.
실내악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14일에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홍수진·홍수경 자매가 속한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15일에는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오텐잠머와 첼리스트 한재민, 비올리스트 김사라 등 솔리스트 7명이 선사하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오텐잠머는 2011년부터 베를린필에서 활동했다. 2020/2021 시즌에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고, 2021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지휘 아카데미에서 1등상인 네메 예르비상을 받았다.
1989년 오스트리아-헝가리계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4세에 피아노를 배우며 일찍이 음악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고 2009년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하버드대 학업을 중단하고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은 늘 당연하게 제 주변에 존재했다. 적절한 때에 클라리넷이 제게 찾아왔고, 금방 실력이 늘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 저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아버지(에른스트 오텐잠머), 형(다니엘 오텐잠머)과 함께 클라리넷 실내악 연주를 한 경험이 가장 즐거웠다.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걸 사랑하고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빈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을 지냈고 형은 빈필하모닉 클라리넷 단원이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축제에서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연주자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공통분모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국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연주자, 솔로 연주자들이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것이다”라며 “이 축제는 한국음악 현장이 세계무대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지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클래식계의 엄친아’는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 관객들은 따뜻하고 열려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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