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클라리넷 연주자를 뛰어넘어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오는 8월 열리는 롯데문화재단의 2023 클래식 레볼루션 ‘레너드 번스타인’에 진심을 드러냈다.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그는 개막을 5개월여 앞둔 이른 시점에도 프로그램북 인사말을 미리 써 보낼 정도로 매우 의욕적이면서도 준비된 자세로 페스티벌에 큰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김유빈·황수미·한재민·윤홍천·신창용 등 어벤저스급 협연자들도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문화재단은 8월 11일(금)부터 20일(일)까지 2023 클래식 레볼루션 ‘레너드 번스타인’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2020년 처음 선보인 클래식 레볼루션은 첫해 베토벤을 시작으로 2021년 ‘브람스와 피아졸라’, 2022년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라는 이색적인 조합을 통해 특정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 탐구할 수 있는 유기적 프로그래밍으로 주목 받았다.
교향곡과 협주곡을 중심으로 한 기본적 프로그램에 체임버 뮤직 데이를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실내악 작품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알찬 프로그램 ▲주제를 갖춘 형식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한민국 톱 아티스트들이 총망라된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음악축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 연주자·지휘자·작곡자로 천재적 삶을 보여준 번스타인 집중탐구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음정, 플랫, 코드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멋진 점은 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레너드 번스타인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집중 조명할 작곡가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다. 그는 연주자, 지휘자, 작곡가로서 천재적인 인물이었으며 끊임없이 당대의 음악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언어를 개발했다.
그의 작품에는 재즈의 영향이 강하며 반영돼 있고, 북미와 남미의 뚜렷한 그루브가 종종 선명하게 드러난다.
번스타인의 유명한 ‘캔디드’ 서곡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춤곡 등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연주된다.
이와 더불어 축제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번스타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곡가 중 한 명인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도 다수 선보인다.
번스타인은 전통과 기원을 중시한다. 그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추종자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고전적 형식’에 대한 놀라운 성찰을 담고 있다.
브람스 외에도 번스타인의 친구이자 스승, 그리고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준 슈만, 거슈윈, 차이콥스키, 말러, 드보르자크의 작품도 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연계돼, 폭넓은 라인업으로 축제의 여정을 채운다.
● 솔리스트 넘어 지휘자로까지 음악 보폭을 넓혀가는 오텐잠머
특히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은 베를린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최근 지휘자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새롭게 예술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는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감각으로 보다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이끈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지휘자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솔리스트, 실내악 주자로 활동하며 적극적인 음악적 행보를 펼친다.
오텐잠머는 지난해 내한해 클래식 레볼루션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클래식 레볼루션 개막을 5개월여 앞둔 이른 시점에도 프로그램북 인사말을 미리 써 보낼 정도로 큰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클래식 레볼루션은 페스티벌 이름에 반영된 것처럼 혁신적인 발전과 전통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맞춘 음악축제다”라며 “우리의 뿌리, 유산, 가족, 기원을 존중해야 한다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신념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번스타인을 선정한 것 역시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의 음악적 정신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오텐잠머는 독특하고도 탁월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클라리네티스트, 예술감독, 그리고 지휘자로서 세계 관객과 비평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89년 오스트리아-헝가리계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4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며 일찍이 음악을 접했고, 이후 첼로를 배우기도 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라리넷을 배웠으며, 2009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하버드 대학교에서의 학업을 중단한 후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으로 선발돼 정식 입단했으며, 현재까지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클라리네티스트로 각광받는 그는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안드리스 넬슨스, 야닉 네제 세겡, 다니엘 하딩, 로렌조 비오티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서울시립교향악단, NHK 심포니와 함께 세계 유수 공연장에서 협연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비롯해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과 같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에 초청받아 공연했다.
한편 그는 바이마르에서 니콜라스 파스케를, 취리히에서 요하네스 슐레플리를 사사하며 지휘를 배웠다. 이후 리카르도 무티, 얍 판 츠베덴, 프랑수아 자비에 로스의 부지휘자로 활약했다.
2020/21 시즌에는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다. 2021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지휘 아카데미에서 네메 예르비 상을 수상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한 그는 2022년 여름, KBS교향악단 및 도쿄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성공적으로 아시아 무대에 올랐다.
현재 MDR 라이프치히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니아, 리스본 굴벤키안 오케스트라, 이스탄불 주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도쿄 교향악단, NHK 심포니, 갈리시아 레알 필하모니 지휘가 예정돼 있다.
클래식 레볼루션과 스위스 뷔르겐스톡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서 음악축제를 꾸려나가고 있는 그는 유자 왕, 조성진, 리사 바티아쉬빌리,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필립 자루스키, 고티에 가푸숑, 솔 가베타 등 세계적인 솔리스트와 실내악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폭넓은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김유빈, 황수미, 한재민, 윤홍천, 신창용 등 어벤저스급 협연 라인업
클래식 레볼루션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작곡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완성도 높은 연주로 무대 위에 구현하는 최상의 연주자 라인업에 있다.
초대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이었던 크리스토프 포펜과 차기 예술감독 오텐잠머의 음악적 명성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열흘 간의 음악축제는 축제 4년차를 맞이하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연주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국내를 대표하는 많은 연주자들이 바쁜 해외 일정 가운데서도 해당기간 과감히 한국행을 택하게 만든다.
매 공연마다 솔리스트로서 무대를 이끄는 한국 최고의 연주자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축제의 묘미지만,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은 이러한 연주자들이 한 데 모여 실내악을 선보이는 체임버 뮤직 콘서트 데이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예술감독이자 클라리네티스트인 오텐잠머를 비롯해 레이 첸(바이올린), 윤홍천(피아노), 한재민(첼로), 조진주(바이올린), 김사라(비올라) 등이 함께해 각 연주자들의 개인적 역량을 넘어 시너지를 일으킨 무결점의 무대를 선보인다.
● 단 하나라도 놓치면 후회할 9번의 콘서트
#1. 8월 11일(금) 오후 7시 30분
클래식 레볼루션의 시작은 8월 11일(금) 예술감독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와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그리고 서울시향이 맡는다.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을 시작으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하며 축제의 성대한 시작을 연다.
#2. 8월 12일(토) 오후 5시
8월 12일(토)에는 지휘자 이승원과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플루티스트 김유빈, 성남시향이 함께해 번스타인 ‘바이올린, 현악 오케스트라 하프와 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번스타인 ‘핼일, 솔로 플루트와 현악 오케스트라와 타악기를 위한 녹턴’ 외에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3. 8월 13일(일) 오후 5시
8월 13일(일)에는 지휘자 홍석원과 한경arte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 4번을 연주하고, 소프라노 황수미가 번스타인 뮤지컬 아리아 중 '피터팬' 의 드림 위드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썸웨어, 아이 필 프리티 등을 들려주며 색다른 분위기로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4·#5. 8월 14일(월) 오후 7시 30분·8월 15일(화) 오후 5시
8월 14일(월)과 15일(화)은 체임버 데이 공연으로 꾸민다. 14일에는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이 브람스 피아노 1번과 트리오와 차이콥스키 트리오 가단조를 연주한다.
15일에는 예술감독 오텐잠머(클라리넷)와 함께 윤홍천(피아노), 레이 첸(바이올린), 조진주(바이올린), 김사라(비올라), 한재민(첼로), 조정민(더블베이스)으로 구성된 어벤저스급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슈만 ‘피아노 트리오’, 브람스 ‘2개의 왈츠 A장조’,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 나단조’ 등으로 실내악 성찬을 꾸민다.
#6. 8월 17일(목) 오후 7시 30분
8월 17일(목)은 이병욱의 지휘와 인천시향이 함께해 브람스 데이로 꾸민다. 특히 홍수진(바이올린), 홍수경(첼로) 자매가 함께해 브람스 ‘이중 협주곡 가단조’를 비롯해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7. 8월 18일(금) 오루 7시 30분
8월 18일(금)에는 지휘자 최희준과 수원시향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마단조’를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함께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들려준다.
#8. 8월 19일(토) 오후 5시
8월 19일(토)은 지휘자 지중배와 KBS교향악단이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9. 8월 20일(일) 오후 5시
8월 20일(일)은 오텐잠머가 지휘와 협연을 함께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로 마련된다. 그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2개의 왈츠’를 비롯해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번스타인 ‘프렐류드, 푸가와 리프’ 등을 연주하며 2023 클래식 레볼루션의 대장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클래식 레볼루션의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가격은 R석 9만원·S석 7만원·A석 5만원·B석 3만원이며, 체임버 공연 티켓가격은 R석 6만원·S석 4만원·A석 3만원이다. 특히 Gen.Z(만19~29세) 할인(30%)을 도입해 젊은 세대들이 클래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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