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산골 소년이었던 연광철이 노래하는 ‘고향의 봄’...풍월당 20주년 맞아 의기투합 음반 발매

‘청산에 살리라’ ‘그대 있음에’ 등 한국 가곡 18곡 수록
나희덕·황경민의 시에 곡 붙인 김택수 신작가곡도 담아

“우리 노래 부를 때만큼은 오롯이 나 자신이 된다” 고백
최근 별세한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 표지 디자인도 눈길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1.01 15:45 | 최종 수정 2023.11.06 00:09 의견 0
클래식 문화예술 플랫폼 풍월당이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이 노래한 첫 기획 음반 ‘고향의 봄’을 3일 발매한다. 최근 별세한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풍월당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오페라에서는 주로 왕이나 대신을 연기해야 하지만, 한국 가곡을 부를 때만큼은 오롯이 나 자신이 됩니다.”

세계적인 성악가 연광철이 우리 가곡에 진심을 담은 음반 ‘고향의 봄’을 3일 발매한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발표돼 우리 마음을 적신 ‘고향의 봄’(이원수 시·홍난파 곡) ‘비목’(한명희 시·장일남 곡)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시·곡) ‘그대 있음에’(김남조 시·김순애 곡) 등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가곡 18곡을 선곡했다. 클래식의 명가 풍월당이 제작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들었던 귀에 익은 한국 가곡이 대부분이지만, 김택수 작곡가의 최근작인 ‘산 속에서’(나희덕 시)와 ‘산복도로’(황경민 시)도 수록했다. 옛날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한국 가곡을 소개하려는 풍월당의 아름다운 마음이 녹아있어 더욱 따뜻하다.

클래식 문화예술 플랫폼 풍월당은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연광철이 노래한 첫 기획 음반 ‘고향의 봄’을 선보인다고 1일 밝혔다. ‘신박듀오’의 멤버인 피아니스트 신미정이 반주를 맡았다. 앨범은 풍월당을 통해 발매되며 온라인 음원은 유니버설뮤직코리아가 유통한다.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이 클래식 문화예술 플랫폼 풍월당 론칭 20주년을 기념해 기획 음반 ‘고향의 봄’을 3일 발매한다. ⓒ풍월당 제공


이번 앨범은 주인공은 단연 연광철이다. 세계 최고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광철의 음성으로 한국 가곡을 녹음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첫 번째 한국 가곡집이기도 하다. 연광철은 베를린, 밀라노, 런던, 파리, 뉴욕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서, 또한 콘서트와 가곡 분야에서도 인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베이스다.

연광철은 충북 충주 산골 소년 출신이다. 풍월당에 따르면 그는 음반 녹음 때 ‘고향의 봄’을 부르며 “이건 정말 충주 시골에서 살았던 저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녹음은 한국 최고의 레코딩 환경을 자랑하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됐다. 지난 7월톤마이스터 최진 감독과 함께 특별히 가곡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소리를 찾아내고, 울림이 긴 베이스에 가장 적합한 음향적 균형을 살려내 음반의 완성도를 최상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음반의 표지도 눈에 띈다. 얼마 전 작고한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 ‘묘법 No.980308’가 사용됐다. 박서보 재단은 이번 가곡 프로젝트에 동참해 작품을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풍월당은 “박서보 화백께서는 얼마 전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며 “선생님은 음반가게 풍월당의 한국가곡 작업에 무상으로 도움을 줬고 후원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풍월당에 영원히 잊지 못할 근사한 추억을 남겼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록된 18곡의 가사는 영어, 일어, 독일어 3개 국어로 번역해 음반에 함께 담았다. 영어의 정새벽, 일본어의 요시카와 나기, 독일어의 박술 등 최고의 번역가들은 우리 시의 독특한 정서와 아름다움을 각 언어권 독자들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범위에서 세심하고 탁월하게 옮겨냈다.

클래식 문화예술 플랫폼 풍월당이 론칭 2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이 노래한 첫 기획 음반 ‘고향의 봄’을 3일 발매하는 가운데, 풍월당 식구들이 1일 음반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풍월당페이스북 캡처


풍월당은 “바다 건너에 사는 우리 동포들과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벗들과도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 모든 노랫말을 영어, 일본어, 독일어로 옮겼다”라며 “ 우리 시와 소설을 해외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읻다 출판사/나선 에이전시’의 도움으로 세 분의 번역가가 우리 시의 정취를 탁월하게 옮겼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인 풍월당은 2003년 클래식 전문 음반매장으로 시작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음반매장은 물론 연간 약 300회의 클래식 전문강좌를 운영하고 50여권의 전문도서를 출간하는 문화예술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풍월당 박종호 대표는 “우리가 듣고 불러야 비로소 우리 시와 우리 노래를 가지게 된다”며 “풍월당의 지난 20년을 기념하고, 한국음악계에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자 이번 음반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풍월당에서 만든 연광철의 ‘고향의 봄’ 앨범에 수록된 곡은 다음과 같다. 모두 알토란 같은 곡이다.

1. 장일남/한명희 ‘비목’(1969)
2. 김연준/김연준 ‘청산에 살리라’(1973)
3. 김순애/김남조 ‘그대 있음에’(1964)
4. 나운영/김태오 ‘달밤’(1946/76)
5. 이수인/이병기 ‘별’(1965)
6. 김동진/김동명 ‘내 마음’(1944)
7. 홍난파/이은상 ‘옛 동산에 올라’(1933)
8. 장일남/김민부 ‘기다리는 마음’(1951)
9. 홍난파/이은상 ‘사랑’(1933)
10. 현제명/이은상 ‘그집 앞’(1933)
11. 김성태/김소월 ‘산유화’(1946)
12. 윤이상/박목월 ‘달무리’(1949)
13. 김택수/나희덕 ‘산 속에서’(2023)
14. 채동선/이은상 ‘그리워’(1933)
15. 김순남/김소월 ‘진달래꽃’(1947)
16. 이건우/김소월 ‘산’(1948)
17. 김택수/황경민 ‘산복도로’(2023)
18. 홍난파/이원수 ‘고향의 봄’(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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