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친구’ 김계희·조지 할리오노 첫 듀오 리사이틀

기악부문 한국인 첫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피아노 부문 준우승자 할리오노와 4월 두차례 호흡
드뷔시·프로코피에프·베토벤·비치·차이콥스키 등 연주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4.09 08:33 의견 0
2023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기악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사진)와 피아노 부문 준우승자인 영국 피아니스트 조지 할리오노가 첫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메이지프로덕션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2023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기악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피아노 부문 준우승자인 영국 피아니스트 조지 할리오노가 첫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노 치는 아나운서로 유명한 MBC 김정현 아나운서가 콘서트 가이드로 나선다.

클래식 음악기획사 메이지프로덕션은 김계희와 조지 할리오노가 4월 14일(일) 오후 4시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과 17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두 차례 콘서트를 연다고 9일 밝혔다.

다양한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클로드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작품번호140)’,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작품번호 94a)’,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A장조 크로이처(작품번호 47)’, 에이미 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작품번호 23)’,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왈츠 스케르초 C장조(작품번호 34)’를 연주한다.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 드뷔시는 1917년 제1차 세계 대전과 암 투병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와중에 힘겹게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를 완성했다. 드뷔시는 말년에 각각 악기의 조합이 다른 여섯 개의 소나타를 계획했으나 그의 죽음으로 중단되고, 세 번째에 해당하는 이 소나타를 포함한 3곡만 완성했다. 파리의 살 가보 홀에서 자신의 피아노 반주와 바이올리니스트 가스통 풀레의 연주로 초연됐고 그것은 그의 생애 유작이자 마지막 연주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소나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형화된 소나타와는 거리가 멀다. 1악장에서는 얼핏 순환 주제와 같은 기법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데, 드뷔시는 이 가운데에서도 규칙보다는 유연성을, 설명보다는 암시를, 경직된 조성보다는 한층 애매한 조성을 선호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2악장에서는 앞선 작품에서와 같은 일종의 간주곡으로서 두 악기 사이의 재치 있는 유희를 통해 소나타 형식에 환상적인 자유로움을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 3악장은 전통적인 빠른 악장으로서 시적 환상과 정묘한 음색이 만들어내는 비정형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다.

2023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기악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피아노 부문 준우승자인 영국 피아니스트 조지 할리오노(사진)가 첫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메이지프로덕션 제공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원해 플루트 소나타였다. 1942년 플루트 소나타로 작곡된 곡을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제안으로 1943년 약간의 개작을 걸쳐 1944년 완성, 그해 6월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의 초연으로 발표됐다. 그의 신고전주의적이고 세련된 프랑스풍의 작곡 스타일이 표현돼 있다.

1악장은 프로코피에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반주가 매력적인 무조적 진행으로 변환된다. 2악장은 전형적인 스케르초 악장이며 바쁘게 움직이는 바이올린의 선율, A-B-A 중 B 부분은 바이올린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음색을 드러내고, 두 주제 사이의 동형 진행을 보이면서 곡은 끝난다.

3악장은 우울한 러시아풍 선율의 모티브로 반음계 진행형의 3연음과 반음계적 반주가 진행된다. 4악장은 ‘열정을 가지고’라는 악상으로 밝은 분위기의 음이 많은 플루트의 요소가 많이 보이며 론도 형식으로 중간 러시안 멜로디 전개 후 갈수록 급진적인 느낌으로 곡을 마친다.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의 영향 속에서 그들의 전통을 토대로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했으나, 새로운 세계의 개척을 과제로 삼아 바이올린이 반주 역할에 만족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후 그는 바이올린의 역할을 격상시켰고, 동시에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두 악기를 대등하게 사용하는 기법을 추구했다. 그 결과로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그러한 기법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보기도 한다.

1악장은 바이올린 솔로의 느린 독백으로 시작되며 빠르고 격정적인 2중주가 펼쳐진다. 무반주의 바이올린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여정을 담은 서주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것을 피아노가 이어받고, 두 악기가 협주한다. 1악장과 대조적으로 피아노의 온화한 선율로 시작되는 2악장은 아름다운 주제와 네 개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베토벤 특유의 아름다운 가락이 마법의 직물을 짜고 있는 듯하다. 3악장은 원래 ‘바이올린 소나타 6번(작품번호 30-1)’의 3악장으로 작곡됐지만, 9번 ‘크로이처 소나타'에 편성됐다. 휘몰아치는 타란텔라 춤곡 리듬이 특징이고 격렬한 2중주로 끝맺는다.

비치는 아직 한국 음악계에서 많이 연주되는 작곡가는 아니지만 미국 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여성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교향곡을 작곡한 최초의 미국 여성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 작곡가들이 가곡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작품의 창작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미사,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등 대작을 많이 썼을 뿐 아니라 그 작품들의 완성도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비치의 ‘로망스’는 1893년에 작곡됐으며 낭만의 근현대음악성이 깃든 곡으로 감성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당시 유명한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모드 파월에게 헌정됐다.

김계희·조지 할리오노 듀오는 마지막으로 차이콥스키 ‘왈츠-스케르초’를 들려준다.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시프 코텍에게 헌정된 곡이다. 평소 왈츠를 좋아했던 차이콥스키는 발랄하고 명랑한 왈츠풍의 멜로디에 해학적인 스케르초의 리듬을 가미했다. 우아한 멜로디가 돋보이고 우수에 찬 듯한 정서가 묻어있다.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러시아 특유의 화려함까지 가지고 있어 솔리스트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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