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국립무용단이 오는 4월 25일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김종덕 예술감독의 취임 이후 첫 안무작이다.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가 죽음과 환생의 경계 바르도와 사후 세계에 대해 기록한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흔히 우리가 죽은 자를 위한 49재를 지낸다고 한다. 망자를 떠나보내는 49일간의 여정을 말한다. 이 49일간 사자의 여정에 담긴 생과 사, 그리고 삼라만상의 성찰적 메시지를 서정적이면서도 때론 격렬하게 풀어내 인생 속 길 잃은 누군가에게 삶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만든 작품이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 춤의 지평을 열어온 국립무용단의 2024년 신작 ‘사자의 서’에서 망자의 역할로 혼신의 춤을 보여줄 무용수 조용진을 만났다. 공연은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열린다.
- 이번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망자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맡았습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일반적으로 칠칠일(49일) 동안 내세에 머무르며 심판을 받는 내용입니다.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거기에 대한 분노, 슬픔 이런 것들은 춤으로 표현합니다.”
- 사실 ‘사자의 서’는 철학적인 내용으로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다. 특히 대사 없이 몸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출연자로서 ‘사자의 서’ 작품에 대해 말해 달라. 표현에 대한 부분을 중점으로.
“이번 작품이 서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작으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망자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이미지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 어떤 형태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좀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할까요. 보는 관점에 따라 추상적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최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위한 몸짓을 많이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앞부분과 뒤의 끝부분에 출연합니다. 중간에는 군무로 짜여 있습니다. 저랑 저의 과거가 얘기를 시작하면서 군무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끝부분에 등장합니다.”
- 막연하지만 뜻, 즉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을 동작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했나.
“안무자이신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합니다. 직설적인 표현도 있고 추상적인 표현도 있죠. 저는 그런 것들을 모두 머리에 집어넣고 따로 연습실에서 조금씩 움직임으로 표현해 봅니다. 가장 적합한 몸짓이 뭘까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고 연결해 봅니다. 이렇게 계속 작업하면서 정리하고 다시 감독님과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동작을 넣고 빼고 하면서 또 정리합니다. 최적의 표현 동작을 찾는 거죠. 실제 무대에서 보시면 아마 느낌이 올 겁니다. 어쨌든 정해진 주제와 내용이 있으니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서 하는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봅니다.”
- 개인적으로 안무한 공연은.
“국립무용단에 들어온 지 2년 정도 됐을 때 ‘기본활용법’이라는 작품으로 안무를 했습니다. 처음치고는 만족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뭐랄까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개인 작품을 할 기회가 왔는데 스스로 외면했던 것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무릎을 다쳐 수술도 하고 또 무용단 생활에 더 열중하다보니 개인적인 작품을 할 시간이 없었기도 했죠. 그렇게 훌쩍 10년이 지났는데 드디어 올해 11월에 다시 한 번 나 자신에 대한 도전을 해 보고 싶어 개인 공연을 합니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조금만 바꿔볼까’로 공연을 합니다.”
- 제목이 일반적이지 않다. 무엇을 바꿔 보고 싶나.
“후배랑 공동안무로 작업할 예정입니다. 전통춤을 추셨던 옛날 선생님들께서도 춤을 추면서 ‘아, 이걸 이렇게 조금 바꿔 볼까’라는 생각들을 하셨을 거죠. 그게 발전의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춤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해서 그런 제목을 붙인 겁니다. 동작이라든지 의상이라든지 여러 요소들을 기존의 선입견을 깨트리고 변화를 주는 쪽으로 생각을 한다는 거죠.”
-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무용단 생활을 했다. 본인의 독립적인 안무가로 활동을 해 볼 생각은 없나.
“사실 오랫동안 감독님들이 던져주는 동작들에 춤만 열심히 추면 됐는데 이제 제가 직접 안무까지 하면서 춤을 춰야 하는 입장이라 신경 쓰이는 게 많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원래부터 안무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감독님들이 주는 동작을 연구해서 저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요. 저는 안무랑 무용수랑 둘 다 재미있습니다. 자신도 있고 잘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11월에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 무용은 언제부터 했나.
“저희 어머님이 저를 무용을 시키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학원에서 조금 배우고 바로 국립국악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을 못해 한참 방황을 하다가 중3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했죠. 고등학교에 올라가야 했으니까요. 하하 결국 국립국악고까지 졸업했습니다. 대학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고요.”
- 전통춤은 잘 추나. 어떤 춤을 좋아하나.
“사실 전통춤을 춰 보긴 했지만 제가 그쪽 영역까지 하기엔 전통춤이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전통춤은 하루아침에 실력이 확 느는 게 아니거든요. 꾸준히 오랫동안 춰야 하고 한 30년은 춰야 이제 좀 추는구나 할 수 있거든요. 일생을 한가지 춤을 춰야 한다는 얘기죠. 저는 오히려 창작춤이 좋습니다. 저랑 잘 맞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통춤을 추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굳이 좋아하는 전통춤을 꼽으라면 ‘살풀이춤’이 좋습니다. 전통춤의 기본이 다 들어가 있다고 봅니다.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한 번 춤을 춰 볼까 합니다. 좋은 경험이 되겠죠.”
- 춤은 몸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몸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가.
“동작을 짤 때 늘 고민하는 게 표현이죠. 한국춤이라고 하면 거의 손짓과 발놀림 등 몸의 모든 사위들을 호흡이랑 맞춰 표현해 낸다고 봐요. 작품이 주는 주제나 내용에 따라 그 표현 방법이 다르지만 몸을 오브제라고 한다면 말 대신에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봐요. 몸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몸은 제게 ‘재료’라고 봅니다.”
- 춤을 춰 온지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국립무용단에 있으면서 수많은 작품에 출연을 했다. 그러면서 느끼는 자신의 철학이랄까 생각이 있겠다.
“저는 무용단을 직장이라 생각하지 않고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장소죠. 새로운 예술감독님이 오시면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구나 하면서 그 감독님의 예술적 감각과 스타일 그리고 철학 이런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수가 주어진 동작만 열심히 추면 그건 로봇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늘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러면 배워서 익혀야 하죠. 그래서 저는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면 그분에게 많은 배움을 합니다. 이게 쌓이면 나중에 제가 예술감독으로나 안무가로 나설 때 그런 배움들이 나만의 철학을 만들게 된다고 봅니다.”
- 당신에게서 ‘춤’과 ‘무대’는 어떤 의미인가.
“처음에는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춤을 추지는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잘 추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제 춤도 성장했다고 할까요. 춤을 추는 방향성도 많이 달라지고 20대 때 추던 춤을 지금추면 또 다르게 해석이 되겠죠. 이제는 춤이 제 소울 메이트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제 춤도 나이가 들면서 같이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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