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딸 강효형 “한라산의 생명력을 남녀 무용수 7분 몸짓으로 담아냈다”

‘발레 판타지아 인 제주’서 신작 ‘한라’ 첫선
“고향서 안무작 처음 무대 올리게 돼 기뻐
​​​​​​​해외서도 이름 알리는 안무가 되고 싶다”

송인호 객원기자 승인 2024.07.12 14:00 | 최종 수정 2024.07.12 14:14 의견 0
안무가 강효형이 ‘발레 판타지아 인 제주’서 신작 ‘한라’를 공개했다. ⓒ강효형 제공


[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발레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몇 해 전부터 이런 최고의 무용수들이 최고 난이도를 갖고 있는 작품의 솔로나 그랑파드되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있어왔다. 그 무대가 올해는 제주도에서 열렸다. 바로 ‘2024 발레 판타지아 인 제주’다. 지난 6일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이 공연에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강효형이 안무한 ‘한라’가 팬들을 만났다. 강효형은 8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지금은 국립발레단에서 솔리스트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미 2015년 ‘요동치다’로 안무를 시작해 ‘빛을 가르다’ ‘허난설헌-수월경화’ ‘Shape of Panthers’ ‘호이랑’ ‘STARDUST’ ‘Mannequin’s story’ ‘활’ 등을 안무해 발레안무가로 도약하고 있다. 강효형을 만나 ‘한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발레 판타지아 인 제주’ 공연에서 선보인 신작은 어떤 작품인가.

“신작 ‘한라’는 남녀무용수(최유정·김준경)가 약 7분가량 추는 컨템퍼러리 스타일의 듀엣무다. 제주도의 상징과도 같은 한라산에서 제목을 따왔고 ‘발레 판파지아 인 제주’ 공연을 위해 특별히 안무했다. ‘한라’라는 이름이 ‘은하수를 붙잡을 정도로 높은 산이다’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그런 한라산의 신비로움과 정기, 산의 생명력을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듀오벗’(김소라·임지혜)의 ‘다리(Bridgeware)’라는 곡에 맞춰 안무했다. 듀오벗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과 약동하는 듯한 에너지로부터 무브먼트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제주도가 고향이다. 고향 무대에서 신작을 올린 소감은.

“그동안 많은 안무를 했지만 돌이켜보니 안무작을 제주도에서 공연한 적은 아쉽게도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나의 아름다운 고향인 제주에 대한 모티브로 작품을 안무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뿌듯하다. 한라산을 나의 방식으로 오마주한 작품 ‘한라’가 제주도 관객들에게 선보여 기쁘다.”

강효형은 첫 안무한 ‘요동치다’ 등으로 2022년 한국발레협회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다. ⓒ강효형 제공


-국립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안무작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한국발레협회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다. 어떤 작품인가.

“‘요동치다’라는 작품이다. 2015년에 처음 올렸던 나의 안무 데뷔작이다. 타악으로만 이루어진 국악 음악에 맞춰 한국적인 소재를 발레와 결합해 모던하게 풀어냈다. 초연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국내는 물론 다수의 국가에서 갈라 프로그램으로 공연했다. 2017년에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춤의 영예’라는 뜻으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림) 안무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까지 얻었다. ‘요동치다’ 비롯해 다수의 작품 안무를 인정받아 2022년 한국발레협회 올해의 작품상도 받았다.”

-발레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발레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약 1년간을 졸랐다고 한다.”

-발레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가장 기뻤을 때는.

“제일 힘들었을 때는 무대 위에서 연습한 대로 해내지 못 했을 때다. 무대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라는 자괴감이 들어 힘들었다. 가장 기뻤을 때는 내가 발레를 하면서 안무를 시작하고 그로부터 나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강효형은 ‘허난설헌-수월경화’ 등을 만들어 프로 안무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강효형 제공


-2009년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발레리나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2015년부터 매년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리고 있다. 무용수와 안무가의 차이점은. 그리고 안무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뭔가.

“무용수와 안무가의 영역은 굉장히 밀접해 있지만 서로 또 굉장히 다르다. 무용수일 때는 수행자 역할이라면 안무가는 창작자다. 무용수는 나의 신체를 사용해 표현해 내야하기 때문에 신체를 단련하고, 동작을 반복 연습하고, 음악적 해석을 위해 음악성을 기르거나 감정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고찰 등을 해야 한다. 안무가는 춤을 만들어내고 극을 완성시켜야하는 점에서 연출도 할 줄 알아야하고 음악, 조명, 의상, 메시지, 미장센 등등 복합적이고 폭넓은 분야들을 아우를 줄 알아야한다. 두 가지의 다른 역할을 수행할 때의 느낌은 당연히 매우 다르다.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춤출 때의 기쁨이라면 안무가는 내 머리 속에 상상으로 불과했던 어떤 그림들을 무대 위에서 탄생시키고 그로부터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 기쁨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프로 무용수에서 프로 안무가로 전향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발레안무가가 설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고 발레 창작 쪽에 있어서는 척박한 편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에까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안무가가 되고 싶다.”

-당신에게 발레란 무엇인가.

“발레는 내가 걸어온 ‘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발레를 빼고 살았던 기간이 없다. 좋은 예술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외길을 걸어왔기에 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나의 인생과도 같다. 그 안에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었고 인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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