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쇼스타코비치 5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실내악 시리즈를 연다. ⓒ국립심포니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올해는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세상을 떠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쇼스타코비치 50주기를 맞아 그의 실내악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한 실내악 시리즈를 준비했다.
첫 무대인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기 기념 실내악 시리즈 Ⅰ’이 오는 2월 27일(목)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린다.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8번과 함께 체코 작곡가 마르티누와 프랑스 작곡가 라이예의 작품을 엮었다.
시대적 격변 속 내면적 고뇌를 작품에 담아낸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의 공포 정치와 전쟁의 여운 속에서 ‘현악 4중주 8번(Op.110)’을 작곡했다. 1960년 폐허가 된 드레스덴을 방문한 후 큰 충격을 받은 그는 ‘파시즘과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며’라는 헌사를 남기고 단 3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자신의 이니셜인 ‘DSCH’ 모티브를 활용한 자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유대 민속음악을 인용하고 공포를 자아내는 타격음과 반어적 표현 등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강조해 서정성과 공포를 오가는 현악 앙상블의 다채로운 색채를 감상할 수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나성인은 특히 4악장과 5악장에 귀 기울여 감상하라고 조언한다.
“4악장 라르고에서는 DSCH 모티브에 이어진 공격적인 세 번의 두드림이 공포의 순간을 연출한다. 스탈린 공포 정치 시절, 밤중에 예고 없이 들려오는 세 번의 두드림, 그렇게 무수한 이들이 끌려가 숙청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려운 타격음이 잦아드는 마지막 5악장 라르고에서는 DSCH의 모티브와 더불어 인간적 감정을 품고 있는 따뜻한 선율이 여전히 목소리를 낸다. 고통과 슬픔과 불안이 묻어 있음에도 이제 네 악기는 DSCH 모티브를 화답하듯이 이어 부른다. 그렇게 나의 고백은 우리의 고백으로 바뀐다.”
2부에서는 보후슬라프 마르티누(1890~1959)의 ‘요리책(H.161)’과 테오필 라이예(1837~1892)의 ‘삼중주(Op.22)’가 함께 펼쳐진다.
제1·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은 마르티누는 쇼스타코비치와 시대적 아픔을 공유한다. 쇼스타코비치가 어두운 내면을 탐구했다면, 마르티누는 재즈적 요소와 유머로 전쟁의 아픔을 승화한다. 듣는 이의 예상을 빗나가는 일종의 ‘음악적 술래잡기’가 그려지는 이 음악은 전쟁의 아픔을 음미하는 가운데도 예기치 않은 즐거움과 풍경을 그려낸다.
한편 살롱 음악이었던 하모니 무지크의 전통을 상기시키는 라이예의 작품은 피아노, 오보에, 바순으로 구성된 독특한 편성을 자랑하며 다채로운 실내악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
연주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참여한다. 바이올린 차민정·김정·김아현, 비올라 윤지현, 첼로 최정우, 오보에 김대건, 클라리넷 박정환, 바순 표규선, 트럼펫 최문규 등이 현악과 관악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앙상블을 선보인다. 든든한 파트너도 힘을 보탠다. 부소니 콩쿠르 ‘부소니 특별상’을 받은 김종윤 피아니스트가 함께해 실내악만의 독특한 유머를 더욱 풍부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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