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상품 ‘뮷즈’가 지난해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은 케이스티파이와의 협업상품.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우리 문화유산을 새롭게 해석한 ‘뮷즈’가 지난해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빅히트했다.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는 ‘보존’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능동적인 ‘활용’이다. 활용을 통해 문화유산은 시대와 소통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상품 ‘뮷즈(MU:DS)’는 이러한 관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뮷즈’는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독창성, 실용성을 더해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단순히 과거 유물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재해석함으로써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곧 문화유산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더 나아가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의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박물관상품이 처음부터 이러한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박물관상품은 단순히 유물의 복제품이나 이미지를 담은 기념품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뮷즈는 이러한 고정적 이미지 틀을 깨고 문화유산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스토리는 유지하되, 독창성과 실용성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개발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원작의 무거운 색감을 배제하면서도 정교한 조형미를 그대로 살려 책상이나 선반 위에 두고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또한 얼굴무늬 수막새를 활용해 개발한 신라의 미소 파우치는 일상생활에서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한편 뮷즈 상품은 자체기획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아티스트나 브랜드 협업을 통해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각을 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출시한 ‘롱롱타임플라워 초충도에디션’이 있다.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여류 화가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알려진 ‘초충도’를 현대미술 작가 나난이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해,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 있는 협업을 보여줬다. 또한 글로벌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와 협업을 통해서는 현대적 감각의 뮷즈 상품으로 MZ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지난 1월 공개한 뮷즈와 스타벅스의 협업상품 ‘매화에 둘러싸인 서옥 모카텀블러’ ‘매화에 둘러싸인 서옥 머그’ 등은 기증 문화유산을 활용한 점 덕분에 더욱 의미가 있다. 상품의 모티브가 된 조선 말기 화가 이한철의 ‘매화에 둘러싸인 서옥’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문화유산 1만여점 중 하나다. 기증 문화유산을 박물관 전시에 그치지 않고 상품으로 개발함으로써,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는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성과 속 뮷즈의 지난 해 매출액은 213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액 149억과 비교하면 약 42%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재단이 창립한 이래 박물관상품 매출액이 200억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협력과 상생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뮷즈’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상품 ‘뮷즈’가 지난해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은 현대미술 작가 나난과 협업한 ‘롱롱타임플라워 초충도에디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뮷즈는 자체기획 및 외부 협업 외에도 정기 공모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다. 2023년 하반기 정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 상품은 조선시대의 화가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속 취객 선비를 모티브로 개발됐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안료를 사용해, 잔에 차가운 음료를 부으면 잔 겉면에 그려진 선비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재미난 술잔에 대한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출시 후 1년 내내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지난해 6만여개가 팔리면서 약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재단은 지난 해 이 상품을 개발한 업체 ‘아이즈’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후속상품 개발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는 등 업체와 지속적인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재단의 ‘상생’ 프로젝트에는 지난해까지 총 13개 업체가 참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재단은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의 가치 실현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뮷즈 개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 해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뮷즈’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상품 ‘뮷즈’가 지난해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은 스타벅스와의 협업상품.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


지난 한 해 동안 뮷즈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만났다. 지난 10월에는 해외 전용 온라인 뮤지엄숍을 새롭게 오픈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비롯한 뮷즈 대표상품 50품목을 미국을 포함한 220여개국에 선보였다.

또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2’에 등장해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배우 이서진 등 출연진이 아이슬란드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서진뚝배기’의 내부에는 금동대향로 미니어처와 고려청자 접시, 잔 등이 한국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됐다. 손님들이 직접 사용하는 수저로는 백제 무령왕과 왕비의 금제관식을 모티브로 제작한 ‘왕과왕비수저’가 사용돼, 외국인으로 하여금 좀처럼 대하기 어려운 우리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한류 소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박람회’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진행한 ‘2024 모꼬지 대한민국’이 있다. 이 행사들은 모두 K-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는 자리로, 뮷즈는 대표상품 전시뿐만 아니라 보드게임, 윷놀이, 미니유물 발굴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 2025년 뮷즈의 새로운 도약

2025년 뮷즈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재단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뮷즈의 일부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하고, 특별한 기념상품 또한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해외 박람회 참가는 물론, 해외 주요 거점에 위치한 한국문화원과 협력하여 뮷즈를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에는 해외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우리 문화유산 특별전시와 연계해 해당 전시와 관련된 뮷즈를 현지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정용석 사장은 “뮷즈는 유물 원본을 대신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뮷즈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우수성,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