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벨의 모든 독주 피아노 작품과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 발매를 기념해 6월과 7월에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연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2025년은 ‘라벨 프로젝트의 해’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라벨의 모든 독주 피아노 작품과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발표했다.
독주 피아노 전곡이 수록된 첫 번째 앨범 ‘Ravel: The Complete Solo Piano Works’은 1월 17일 선보였다. 여기에는 ‘그로테스크한 세레나데(M.5)’ ‘고풍스러운 미뉴에트(M.7)’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M.19)’ ‘물의 유희(M.30)’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M.40)’ ‘거울(M.43)’ ‘밤의 가스파르(M.55)’ ‘하이든 이름에 의한 미뉴에트(M.58)’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M.61)’ ‘프렐류드 a단조(M.65)’ ‘보로딘 풍으로(M.63/1)’ ‘샤브리에 풍으로(M.63/2)’ ‘쿠프랭의 무덤(M.68)’을 넣었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Ravel: The Piano Concertos’는 2월 21일 발매됐다. 이 음반에는 ‘피아노 협주곡 G장조(M.83)’과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M.83)’가 수록됐다.
조성진은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하면서 프랑스 피아노 음악과 더욱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라벨의 곡들이 매우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거울’과 같은 작품은 극도로 섬세하면서도 극적인 표현을 요한다고 설명한다. ‘거울’은 ‘나방(제1곡)’ ‘슬픈 새(제2곡)’ ‘바다 위의 작은 배(제3곡)’ ‘어릿 광대의 아침 노래(제4곡)’ ‘종의 골짜기(제5곡)’로 구성돼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벨의 모든 독주 피아노 작품과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 발매를 기념해 6월과 7월에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연다. ⓒ크레디아 제공
“라벨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주할 때 악보 지시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이번 라벨 프로젝트가 그에게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라벨의 피아노곡 전곡을 녹음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작곡가의 전곡을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6일 동안 녹음했는데, 모든 곡을 녹음하고 나니 라벨의 음악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제야 그의 음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발매했던 같은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음악(‘영상 1권’ ‘영상 2권’ ‘어린이의 세계’ ‘베르가마스크 모음곡’)과 라벨 음악을 비교했을 조성진은 라벨 음악이 더 오케스트라적이고 치밀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라벨의 음악을 처음 들으면 인상주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드뷔시보다 훨씬 더 명확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드뷔시는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반면, 라벨은 훨씬 구체적인 음악을 썼습니다.”
조성진은 음반 발매와 더불어 라벨 프로그램으로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1월 25일 빈 콘체르트하우스를 시작으로 2월 5일 뉴욕 카네기홀, 2월 11일 LA 디즈니홀, 4월 29일 베를린 필하모니홀, 5월 2일 바비컨 센터, 5월 13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홀 등 유럽과 북미 주요 도시를 거친 후 6월과 7월에 한국 공연을 시작한다.
6월 12일 인천을 시작으로 14일 서울, 15일 성남, 17일 서울, 20일 대구, 21일 김해에서 팬들을 만난다. 또한 7월 2일 대전, 6일 천안으로 이어진다. 서울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국 관객을 위해 두 개의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첫 번째 프로그램(6월 14일)은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이다. 앨범 수록곡 순서대로 총 13곡을 두 번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걸쳐 연주하는 대장정의 프로그램이다. 라벨의 작품은 초절기교적인 높은 기술적 난이도의 곡부터 섬세한 음악성을 요구하는 곡들이 많아 연주자에게는 매우 까다롭지만 관객들에게는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6월 17일)은 리스트 ‘에스테장의 분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 ‘전원’, 버르토크 ‘야외에서’,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이다. 첫 곡은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두 번 째 곡은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온함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나타낸다. 버르토크의 ‘야외에서’ 역시 자연의 다양한 소리를 버르토크 특유의 민속적 색채로 표현했고,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의 2악장에는 ‘Der Abend dämmert, das Mondlicht scheint(황혼이 깔리고 달빛이 비춘다)’는 문구처럼 밤의 정취를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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