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국립합창단 이사장(태인 대표·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인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안중근 의사의 유묵(생전에 남긴 글이나 그림) ‘녹죽’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시와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된다. 이번 유묵 공개는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특별전과 국립합창단의 기념연주회를 통해 이루어지며,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죽(綠竹)’은 지난 4월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녀인 구혜정 여사가 9억4000만원에 낙찰 받아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됐다. ‘푸른 대나무’를 뜻하는 ‘녹죽’은 1910년 사형을 앞둔 안중근 의사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글귀로, 예로부터 구전되어 온 오언시집 ‘추구(推句)’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안 의사는 생전 이 글귀를 유묵으로 남기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죽’은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을 통해 대중에 처음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은 근대기 문화유산을 통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기획됐으며, 8월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두 달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녹죽’과 함께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된 안 의사의 또 다른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함께 선보인다. ‘일통청화공(‘항상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는 뜻)’은 구혜정 여사의 배우자인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이 2017년 낙찰 받은 유묵으로, 부부가 나란히 안 의사의 유묵을 수집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녹죽’(사진)과 ‘일통청화공’이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을 통해 대중에 처음 선보인다. ⓒ태인 제공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녹죽’과 ‘일통청화공’(사진)이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을 통해 대중에 처음 선보인다. ⓒ태인 제공

또한 ‘녹죽’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합창단의 특별 연주회를 통해서도 시민들과 만난다. 국립합창단은 안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신념을 기리는 기념 연주회를 마련했으며, 뮤지컬 ‘영웅’의 주요 장면과 넘버를 합창 형식으로 재해석해 한 시대를 함께 견뎌낸 이들의 목소리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았던 양준모 배우가 이번 연주회에 출연해 원작의 생동감을 더하고, 합창단의 웅장한 울림과 함께 무대의 감동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8월 21일(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공연에 앞서 실물 유묵 ‘녹죽’을 감상하고, 전문 학예사의 해설을 통해 그에 담긴 의미와 안 의사의 생애를 되짚어보는 사전 강연도 마련된다. 이 강연은 국립합창단 유료회원 및 공연 예매자 중 선착순 신청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공연 말미에는 유묵 ‘녹죽’이 무대 위에 등장해 직접 소개될 예정이다. 독립정신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 공연예술 무대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뜻 깊은 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녹죽’의 국립유산청 전시회 출품과 국립합창단 공연의 공개 기획을 맡은 이상현 국립합창단 이사장(태인 대표·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은 이인정 회장과 구혜정 여사의 아들이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안 의사의 정신을 기려왔다.

그는 2018년 안 의사 관련 우표, 엽서, 메달 등을 기증한 데 이어 2024년 3월에는 순국 115주기를 맞아 안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함께 등장한 일본 우편엽서를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이토 히로부미의 15개 죄악’ 중 하나로 지목된 일본 제일은행 관련 지폐 12종 전종을 공개하는 등 안 의사 역사 자료의 수집·보존에 지속적으로 힘써오고 있다. 가족이 함께 안 의사의 뜻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상현 이사장은 “예술은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 문화유산과 공연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안 의사의 독립에 대한 숭고한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행사 기획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전시와 공연은 안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문화예술과 역사 유산을 통해 기리고, 광복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