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고 있는 윤한결이 오는 9월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무대에 데뷔한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지휘계도 MZ세대 젊은 지휘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60대 이상 백발의 거장들이 포디움에 올라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던 과거와는 달리 30~40대 젊은 지휘자들이 클래식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고 있는 윤한결이 대만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과 함께 서울시립교향악단 데뷔 무대를 갖는다. 오는 9월 12일(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서울시향 윤한결의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를 연다.
지휘를 맡은 윤한결은 2023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수상 직후 이탈리아 피렌체의 마조 무지칼레 오케스트라로부터 지휘 초청을 받았으며,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을 위해 재초청되며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의 첫 곡은 지휘자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윤한결이 작곡한 ‘그리움’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한국과 유럽에서의 기억, 그의 10대 시절의 그리움을 담은 음악의 스크랩북’과 같은 작품으로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윤한결의 지휘로 세계 초연됐다. 이 곡은 그의 예술적 갈망과 그리운 이름들, 슬픔과 아쉬움 등 억눌린 감정이 녹아 있으며, 다양한 악기 소리를 활용해 활기차고 격정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구현한 강렬한 관현악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재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이 오는 9월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무대에 데뷔한다. ⓒ서울시향 제공
이어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제자이자 작곡, 물리학, 수학 등에서도 천재적 재능을 드러낸 천재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으로 협연을 펼친다.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평온과 절제를 바탕으로 섬세한 질감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이다. 밝고 투명한 분위기 속에 빛바랜 듯한 은은한 퇴색감이 쓸쓸한 정서를 보여준다. 섬세한 터치와 풍부한 감성을 지닌 키트 암스트롱의 연주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느낄 수 있다.
2부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한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감명을 받은 32세의 젊은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곡으로 그의 지휘로 초연됐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철학적 사유의 과정을 9개의 에피소드로 풀어낸 걸작으로 웅장하면서도 풍부한 악상과 치밀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 악기의 음악적 효과들을 극대화해 관현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특히 웅장한 오르간과 트럼펫의 팡파르, 팀파니가 어우러져 장대한 우주의 탄생을 그리는 듯한 서주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2025 서울시향 윤한결의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티켓은 좌석 등급별 1만~10만원이며, 서울시향 누리집(www.seoulphil.or.kr)과 콜센터(1588-1210)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 키트 암스트롱, 베토벤·슈만·훔멜의 곡으로 실내악 선사
한편, 서울시향은 다음날인 9월 13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2025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V: 키트 암스트롱’을 개최한다. 풍부한 정서 표현과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키트 암스트롱과 서울시향 단원들이 감미로운 실내악 앙상블을 선보인다.
공연은 베토벤의 피아노와 목관 악기를 위한 오중주로 문을 연다. 장중한 서주로 시작해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 유쾌하고 경쾌한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베토벤의 젊은 시절 열정과 섬세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곡이며,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와 목관 악기의 매력적인 음색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고전주의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어 낭만주의 실내악을 대표하는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를 연주한다. 슈만의 실내악 창작 전성기에 탄생한 작품으로 내면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조화로운 대화가 인상적이며 깊이 있는 감정과 세련된 구성,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정서가 전반에 녹아 있다.
마지막으로 훔멜의 피아노 칠중주 2번 ‘군대’를 선보인다. 이 곡은 훔멜이 쓴 대규모 실내악곡에 비해 다소 밝고 가벼운 편이며 피아노가 솔로 악기처럼 뛰어난 기교와 선율을 이끈다. 곡 전반에 웅장하고 힘찬 에너지가 흐르면서도 훔멜 특유의 감미로운 서정성과 우아함이 돋보이며, 경쾌하고 기교 넘치는 피날레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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