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 대표 “음악 탄생 돕는 녹음·믹싱·마스터링...제 손길 닿을 때마다 보람”

오디오가이 6년째 무료제작지원 ‘울림프로젝트’ 진행
올해도 김준영 등 4팀 선정 국내 최초 3D 사운드 지원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3.29 17:28 | 최종 수정 2021.03.29 17:30 의견 0
오디오가이 최정훈 대표는 올해도 '울림프로젝트' 4팀을 선정해 음반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무료로 지원한다. /사진제공=오디오가이


“음악이 탄생하는 모든 순간에는 흥분과 설렘이 있습니다. 6년째 진행하고 있는 ‘울림프로젝트’ 덕분에 아이 러브 뮤직이 더 강해졌어요. 하면 할수록 ‘음악하기 참 잘했다’라고 보람을 느끼죠.”

경복궁의 서쪽문인 영추문 앞에 ‘오디오가이(Audioguy)’가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클래식·재즈·국악 등 어쿠스틱 음악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이자 문화콘텐츠 제작사다.

이곳의 최정훈 대표는 2016년부터 ‘울림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훌륭한 곡을 만들었지만 만만찮은 제작비 부담 탓에 음반을 발매하지 못하는 뮤지션들을 위해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저희가 존재하는 데에는 아티스트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들이 창작한 음악이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최 대표도 한때 힘든 시절을 보냈다. 고교시절부터 새벽 3시 반에 신문을 배달했고 4시 반엔 우유를 배달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이 악물고 일했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갈빗집 철판 닦기, 닭꼬치집·솥밥집 서빙을 하는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 1000만원으로 집에 20평짜리 녹음실을 마련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음악잡지를 읽게 됐는데, 거기에 나와 있는 컴퓨터 음악의 세계에 매료돼 오늘날 오디오가이 설립의 밑거름이 됐다. 음악을 향한 동병상련이 울림프로젝트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최 대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독창성이다”라며 “그래서 실험적이고 어려운 비주류 음악들을 많이 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오디오가이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레이블은 130여 장이 넘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대박’난 것은 없는 이유는, 이처럼 흥행성보다 아티스트의 고유성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세요.” 이것이 오디오가이의 캐치프레이즈다.

오디오가이는 최근 미국의 돌비랩과 협업해 3D 돌비 애트모스뮤직 스튜디오 ‘SOUND 360’을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에 오픈했다. /사진제공=오디오가이

올해는 더 기쁜 소식이 추가됐다. 울림프로젝트에 뽑힌 음악가들에게 국내 최초로 3D 사운드를 지원한다. 오디오가이는 최근 미국의 돌비랩(Dolby Lap)과 협업해 3D 돌비 애트모스뮤직(AtmosMusic) 스튜디오 ‘SOUND 360’을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에 오픈했다. 이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3D 사운드는 기존 왼쪽과 오른쪽 소리를 평면적으로 재생하는 스테레오 음향에서 한 단계 진화해 리스너의 머리 위 방향에서도 소리가 재생되는 느낌을 준다. 사실상 모든 방향에서 소리가 전달돼 마치 콘서트홀에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청각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 탄탄한 실력 갖춘 울림프로젝트6기 4팀 선정

문화예술창작자들의 ‘단비’ 역할을 담당하는 울림프로젝트는 매년 1월에 공고된다. 올해도 울림프로젝트6기 4팀이 지난 25일 선정됐다. 모두 탄탄한 실력을 갖춘 내일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들이다. 지금껏 나온 음반보다 더 멋진 소리를 담을 수 있어 이들의 음반이 기대된다.

울림프로젝트6기에 선정된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 /사진제공=오디오가이


첫번째 선정자는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 전통음악 안에 내재된 본질과 가치를 현재화해 보여주는 음악가다. 오늘의 사회상을 담은 음악으로 바이올린과 첼로가 거문고와 함께 시나위를 연주하는 ‘쓱(S.S.G:String Sinawi from Geomungo)’, 그레고리안 성가와 진도씻김굿·몽골의 토올 등이 믹스된 앙상블 ‘산 자의 기도’를 선보인다.

울림프로젝트6기에 선정된 '고석진 퍼커션'. /사진제공=오디오가이


전통의 엿가위를 국악 장단과 접목한 타악기 명인 ‘고석진 퍼커션’도 이름을 올렸다. 1978년 사물놀이 창단 이후 다양한 팀에서 사물놀이 음반이 나왔으나 2021년 현재는 타악기 음반이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고석진 퍼커션은 이번 음반에서 한국전통 장단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도가 미세한 울림에서부터 가장 큰 울림까지 넓은 영역의 사운드를 통해 공명을 만들어낸다.

울림프로젝트6기에 선정된 가야금 듀오 '그믐'. /사진제공=오디오가이


가야금 듀오 ‘그믐’ 역시 기대된다. 최소 3인으로 구성되는 가야금 앙상블과 차별성을 두며 가야금만이 발현할 수 있는 소리를 위해 ‘타악기적 주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연주법을 창작해 ‘탈피와 확장’이라는 주제로 창작의 고민을 담는다.

울림프로젝트6기에 선정된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사진제공=오디오가이

울림프로젝트6기에 선정된 피리·생황 연주가 박지하. /사진제공=오디오가이


마지막 주인공은 거문고 연주가 박우재와 피리·생황 연주가 박지하로 구성된 ‘박우재 박지하’. 공모한 작품에서는 2019년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안, 두 연주자가 가장 큰 탱크인 ‘T4’의 양 끝 각자의 자리에서 연주를 펼쳐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현재를 저 너머 서로에게 연결시키고 있다. 긴 울림이 연주자를 하나로 만든다.

● 영상 제작지원 프로젝트는 ‘범음악회 서울’ 선정

오디오가이의 영상제작지원프로젝트에 뽑힌 ‘범음악회 서울’. /사진제공=오디오가이

오디오가이는 울림프로젝트 4팀뿐만 아니라 2021영상제작지원프로젝트에서는 ‘범음악회 서울’을 선정했다. 이들은 소리, 타악, 아쟁, 철현금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전통음악의 전형적인 조와 선율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악기에서 자유와 연주자 간의 개성을 동시에 살리고자 노력했다. 내부에서 외부로 퍼져 음률의 수평과 수직이 제각각의 곡선을 이루어 역동성을 가지며 더욱 입체적인 생동감을 창출한다.

오디오가이는 ‘범음악회 서울’의 기획, 연출, 촬영, 편집, 후반작업 및 로케이션 녹음&믹싱, 마스터링 전반을 지원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트그라피 프로덕션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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