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테너 김세일, 리코더 허영진, 바로크 오보에 신용천, 리코더·바순 이정국, 소프라노 정희경·임소정, 포르테피아노 김재연, 앙상블 ‘누리 콜렉티브’ 등이 바로크 음악 뒤에 감춰진 감정을 들추어낸다.
이들은 9월 11일(토)부터 18일(토)까지 7일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리는 제24회 춘천국제고음악제 무대에 오른다.
바로크 음악은 겉만 놓고 보면 고상하고 우아하다. 하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이 녹아있다. 올해 춘천국제고음악제는 바로 이런 외적·내적 이미지가 뒤섞인 이중적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타이틀을 ‘라 페르소나(La Persona)’로 달았다. ‘페르소나’는 원래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분석학자인 융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가면을 쓴 인격’ ‘외적 인격’ 정도로 번역된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바로크 음악에 숨겨진 복합적 감정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다.
춘천국제고음악제는 매년 해외 유명 음악가를 초대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연주자 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최고의 음악가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고퀄리티의 고음악이 호반의 도시를 수놓는다.
고음악은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리코더,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기타, 비올라 다 감바, 포르테피아노 등 원전 악기들로 연주된다는 점이다. 이번 고음악제는 이런 원전 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개막공연(11일)에서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백승록이 이끄는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이 화려한 테크닉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리코디스트 허영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찬사를 받고 한국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김세일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배턴을 이어받아 12일엔 바로크 앙상블 ‘콘체르토 안티코’가 비발디의 곡들과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를 내레이션과 함께 준비한다. 국내 신인 바로크 성악가 이송이(소프라노), 장정권(카운터테너)이 출연해 국내 고음악 분야가 악기뿐 아니라 성악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라이징 스타들의 실력을 확인하는 무대도 마련한다. 14일은 국내 고음악의 떠오르는 음악인을 소개하는 자리로 바로크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인 관악을 테마로 정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음악대학 학·석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네덜란드 Van Wassenaer 콩쿠르 2위를 수상한 바로크 오보이시트 신용천과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음악원 리코더와 바로크 바순으로 학·석사를 졸업한 연주자 이정국이 바로크 관악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15일은 실내 협주곡이 펼쳐진다. 베를린과 바르셀로나에서 주로 활동하며 다양한 국적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앙상블 ‘누리 콜렉티브’가 리코디스트 정윤태와 협연한다. 이들은 ‘영혼의 기쁨(Joie de I'âme)’이라는 주제로 독특한 편성의 이탈리아 바로크 작품을 선보인다.
16일엔 바로크 시대 여성 작곡가로 활동한 바바라 스트로치의 곡과 낭만시대 대표 작곡가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색다른 각색으로 연주한다.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 성악·고음악 성악 석사 졸업,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바로크 성악 최고 연주자 과정,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 고음악 성악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소프라노 임소정과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 및 석사를 졸업한 소프라노 정희경이 듀오 무대를 펼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춘천국제고음악제를 이끌어 온 예술감독이자 하프시코드 및 포르테피아노 연주자 김재연의 무대는 17일에 펼쳐진다. 김재연 전 예술감독은 작곡을 시작으로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 작곡과 전문연주자,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학하였으며 이후 분야를 전자음악으로 확장해 마이스터 엑자멘 과정을 졸업했다.
또한 독일 드레스덴 음악대학 유학시절 Ludger Rémy교수를 만나면서 부터 고음악에 매료돼 프라이부르크국립음대에서 Robert Hill 교수에게 쳄발로와 포르테피아노를 사사하고 전문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로크 첼로, 비올라 다 감바, 바순, 하프시코드의 콘티누오 악기들로 비루투오적이며 매력적인 콘티누오 하모니를 선사한다.
18일 폐막공연은 오페라 부파의 시초인 인테르메초(Intermezzo)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테르메초는 막간극이라는 뜻의 오페라로 일반 오페라가 귀족 사회를 위한 음악이었다면 인테르메초는 코믹한 내용을 가미한 서민들을 위한 오페라였다. 작곡가가 직접 대본을 작성했으며 40분 정도의 2막으로 구성되어있다. 폐막을 위해 준비된 작품은 페르골레시의 ‘리비에타와 트라콜로’로 2003년 한국 초연 후 국내 공연 기록이 없어, 귀중한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공연은 소수의 사전신청자만 무료관람 가능하며, 유튜브 채널 ‘춘천국제고음악제’를 통해 실시간 중계 공연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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