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장총’ 한자루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다...안효영 창작오페라 1월22·23일 세계 초연

악기 꿈꾸다 무기가 된 졸참나무의 슬픈 이야기
김주완·최병혁·정시영·석승권·이미란·장지민 출연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2.27 16:01 의견 0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창작 오페라 ‘장총’을 새해 1월 22일과 2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세계 초연한다. 사진은 지난 4월에 선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장총’ 쇼케이스 모습. ⓒ최원규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재치가 넘친다. 탕탕탕! 방아쇠를 당기면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리는 장총(長銃)이 주인공이다. 사람도 아닌 사물, 그것도 장총이 한국 오페라의 타이틀 롤을 꿰찼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최후 항쟁을 하던 일본 제국주의는 전시총동원령을 내린다. 인천 부평 조병창에서 쉴 새 없이 무기를 생산한다. 이때 만들어진 소총 한자루의 일생이 스토리의 기본 골격이다. 원래 이 총은 백두산 압록강변의 졸참나무였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아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고 싶었다.

일본 황실의 국화 문양이 새겨진 장총은 기구한 삶을 산다. 처음엔 일본군 소총이 돼 독립군을 죽이더니, 독립군에 빼앗긴 뒤엔 일본군을 죽인다. 이후 총은 중국 팔로군의 손에 들어갔다가 다시 광복군에게 넘어간다.

국내로 들어와서는 미군정에 압수당해 제주도 국방경비대 훈련병의 총이 됐다가 6·25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차례대로 국군, 인민군, 학도병, 의용대의 총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엔 지리산 빨치산의 총이 됐고, 토벌대에 넘어가면서 공비들을 없애는 최전선에 선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창작 오페라 ‘장총’을 새해 1월 22일과 2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세계 초연한다. 사진은 지난 4월에 선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장총’ 쇼케이스 모습. ⓒ최원규

낡은 장총 한자루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관통하는 창작 오페라가 공연된다. 창단 28주년을 맞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장총(The Trigger)’을 새해 1월 22일(토)과 23일(일) 오후 4시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세계 초연이다.

‘장총’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동시대를 대표하는 우수창작신작을 발굴하기 위해 지원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창작오페라 부문 선정작이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만들어진 소총의 의인화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마을 사람들의 갈등상황에 놓이게 된 한 유랑악극단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야 했던 광복전후사를 전쟁 풍자 우화극(寓話劇)으로 다루고 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린 창작 오페라 ‘장총’을 새해 1월 22일과 2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세계 초연한다. 사진은 지난 4월에 선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장총’ 쇼케이스 모습. ⓒ최원규


동아연극상·차범석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낸 작가 김은성과 오페라 ‘텃밭킬러’를 통해 “영화 ‘기생충’의 예견”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곡가 안효영이 오랜 협업을 통해 탄생시켰다.

거기에 더해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구모영의 지휘,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한 이경재의 연출, 창작오페라 작업에 매진해온 장수동 예술감독의 탁월한 앙상블, 지리산 아래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국적 미니멀 공간을 표현한 최진규의 무대미술이 어우러져 히트를 예고하고 있다.

출연 성악가들도 톱클래스다. 장총 역에 테너 김주완, 길남 역에 바리톤 최병혁, 유랑극단 선녀 역에 소프라노 정시영, 봉석 역에 테너 석승권, 지리산여자 정아 역에 메조소프라노 이미란, 나무 역에 소프라노 장지민이 출연한다.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와 노이오페라코러스도 힘을 보탠다.

티켓은 3만~7만원이며 아르코예술극장 홈페이지 또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가능하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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