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라벨·슈만도 ‘부캐’ 있다...김유빈 2월8일 피아노 독주회서 탐구

‘전원’ ‘밤의 가스파르’ ‘카니발’ 통해 진정한 자아 발견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1.12 11:29 의견 0
피아니스트 김유빈은 오는 2월 8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개최한다. Ⓒ아투즈컴퍼니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피아니스트 김유빈이 베토벤, 라벨, 슈만의 작품 가운데 부제가 붙어있는 ‘전원’ ‘밤의 가스파르’ ‘카니발’ 세곡을 연주해 그들 마음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한마디로 대가들의 음악 속 ‘부캐’를 드러내 보이는 리사이틀을 연다.

김유빈은 오는 2월 8일(화)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개최한다.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세곡 모두 서브 타이틀이 달려있다. 부제가 있다는 것은 연주자의 표현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약점도 있지만, 김유빈은 오히려 이런 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캐릭터가 음악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보여준다.

사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역할, 지위,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꿈꾼다. 이러한 열망이 최근 ‘부캐(부캐릭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듯 베토벤, 라벨, 슈만은 이미 음악으로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표출했다. 베토벤은 자연 속에서 만큼은 귓병을 잊고 불멸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고, 라벨은 글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시각화해 상상을 현실화시키기도 했다. 또한 슈만은 각 곡에 부제를 입혀 마치 자기 자신이 그 캐릭터가 된 듯 내면에 존재하는 다면적 자아의 모습을 자유롭게 선보였다.

피아니스트 김유빈은 오는 2월 8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개최한다. Ⓒ아투즈컴퍼니


이런 점에 주목해 김유빈이 먼저 들려줄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 ‘전원(Pastoral)’. 베토벤이 직접 부제를 붙인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목동의 음악을 연상시킨다’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자연 속 평화로운 안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런 특징은 베토벤 개인적인 상황과 시대적 배경이 맞물려있다. 당시 독일의 번영과 풍요를 위해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베토벤은 귓병이 악화될 때마다 전원에서 온전함과 풍족함을 느꼈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내면 속 자신에게 집중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전원’은 이처럼 자신만의 음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베토벤의 삶을 대변하는 곡이다.

김유빈은 이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를 연주한다. 프랑스 시인 알루아지우스 베르트랑의 산문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어둠 속 신비한 전율과 공포를 표현한 ‘밤의 가스파르’는 라벨이 평소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을 추구하는 만큼 시의 내용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피아노에서 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등장시켰다.

또한 시를 이미지화해 음악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인간을 사랑한 물의 요정 ‘옹딘(Ondine)’, 황량한 벌판 음산한 교수대 주변의 환상을 그린 ‘교수대(Le gibet)’, 장난꾸러기 난쟁이 도깨비를 묘사한 ‘스카르보(Scarbo)’로 구성되어있는 이 곡은 각각의 부제만큼이나 고도의 상상력이 필요한 곡이다.

마지막으로 김유빈은 표제가 붙은 22곡의 소품으로 이루어진 슈만의 ‘카니발(Carnaval)’을 선사한다. 이 곡은 일종의 가면무도회라고 할 수 있다. 파가니니, 쇼팽,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클라라까지 출연한다. 슈만 자신이 음악이라는 가면을 쓰고 친구들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곡에 반영함으로써 분열된 자아를 꾸밈없이 선보인다.

특히 5번 ‘오이제비우스(Eusebius)’와 6번 ‘플로레스탄(Florestan)’에 서로 대립되는 본인의 성격을 등장시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창조적인 캐릭터, 아티큘레이션과 리듬의 반복이 4개의 음표로 된 작은 풍경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 풍경들이 모여 결국에는 소나타 형식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슈만은 여기에서 오는 혼란을 음악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윗 동맹원’의 힘찬 승리의 행진으로 곡의 끝을 맺는 슈만의 기지에서 우리는 각 캐릭터들과 그가 가지고 있는 창의력이야말로 낭만주의의 활력이자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다.

김유빈은 “베토벤, 라벨, 슈만으로 이어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이 혼란한 시기 속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며 “저의 연주가 관객들의 진정한 자아를 찾는 지름길이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건반을 누르겠다”고 밝혔다.

티켓은 2만원이며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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