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국립오페라단 창단작 ‘왕자, 호동’ 재공연...박현주·김순영 강렬 낙랑공주 변신

3월11·12일 이틀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가 한승원·지휘자 여자경 다시 호흡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2.23 08:51 의견 0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장일남의 오페라 ‘왕자, 호동’을 오는 3월 11일과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962년의 ‘왕자, 호동’이 6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022년으로 온다.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건 낙랑공주의 강렬한 캐릭터다. 소프라노 박현주와 김순영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운명임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강인한 인물을 연기한다. 또한 연출가 한승원과 지휘자 여자경이 다시 환상케미를 뽐내며 국내 창작 작품의 저력을 보여준다.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장일남의 오페라 ‘왕자, 호동’을 오는 3월 11일과 12일 양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왕자, 호동’은 1962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을 기념해 초연한 작품이다. 삼국사기에 기록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고구려 호동왕자와 사랑에 빠져 적들의 침입을 미리 알려주는 신물(神物)인 자명고를 찢어버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친숙한 선율과 아름다운 우리말 가사로 녹여낸 수작이다. 초연 당시 탄탄한 극의 짜임새와 매력적인 노래로 큰 호평을 받았다.

국립오페라단은 60년 만에 ‘왕자, 호동’을 다시 무대에 올려 창단 당시의 초심을 다지고 새로운 60년을 위한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 작품이 초연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관객에게 선보였던 창작 오페라 작품은 많지 않았다. 오페라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기념작품으로 당시 서른 살의 젊은 작곡가 장일남(1932~2006)의 ‘왕자, 호동’을 선택했다. 오페라의 토착화를 위해 한국적 소재를 오페라에 도입하고 젊은 국내 예술가들의 성장을 꾀하고자 함이었다.

장일남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곡 ‘비목’을 작곡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왕자, 호동’ 이후 ‘춘향전’ ‘수양대군’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국내 정상의 작곡가가 됐다. 특히 애잔한 감성과 한국적 정서를 녹여낸 ‘왕자, 호동’은 성악가들에게 익숙한 음악적 어법으로 작곡됨과 동시에 국악적 요소를 활용해 당시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2022년의 ‘왕자, 호동’은 2000년 전의 이야기를 시대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인물에 집중한 관념적인 무대로 펼쳐진다. 이번 작품의 연출가 한승원은 왕자 호동과 관련된 정사와 설화를 오가며 이야기를 구성하고 옛이야기의 빈 공간을 현대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을 예정이다. 시대를 초월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무대 미술과 세련된 의상을 필두로 각각의 캐릭터를 구현한다. 특히 낙랑공주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부여,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운명임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낸다. 또한 기존 오페라와는 달리 막 사이의 해설자(이야기꾼)로 국악인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국내의 주목받고 있는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했다. 2021년 국립오페라단의 국내 초연작 서정오페라 ‘브람스...’에서 합을 맞춘 연출가 한승원과 지휘자 여자경이 다시 만나 국내 창작 작품의 힘을 보여준다.

연출가 한승원은 전통적인 무대에서 벗어나 창작 뮤지컬을 다수 제작해 연달아 흥행 시켜온 공연예술 전문가다. 지휘자 여자경은 오페라와 콘서트 등 국내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힘찬 에너지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호평 받은 마에스트라다. 이번 무대에선 클림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과 함께 엑설런트한 음악을 선사한다.

호동왕자 역으로는 테너 이승묵과 김동원이, 낙랑공주 역에는 소프라노 박현주와 김순영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최리왕 역에 테너 김남두와 정의근, 장초장군 역에 바리톤 박정민과 베이스 박준혁, 무고수 역에 베이스 이준석, 샛별 역에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등이 출연한다. 해설자로는 국악인 김미진과 서의철이 나온다.

티켓은 3만~7만원이다. 3월 11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1만원)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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