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하게 욕망하고 처절하게 망가지는 역동의 파멸극...‘맥베스’ 5월8일까지 공연

연우소극장 개최...극단 ‘떼아뜨르 봄날’ 독창적 스타일로 재창작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5.03 20:54 의견 0
극단 ‘떼아뜨르 봄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재창작된 연극 ‘맥베스’가 오는 5월 8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떼아뜨르 봄날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단연 수작으로 꼽히는 맥베스가 극단 ‘떼아뜨르 봄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재창작돼 4월 27일(수) 개막해 5월 8일(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맥베스’는 운명을 거슬러 최고의 자리를 욕망하는 주인공 맥베스가 범죄를 저지른 뒤 죄책감에 빠져 공포와 절망 속에 갇힌 채 무분별하게 죄를 더하며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정점,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맹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맥베스는 자신을 믿고 아끼고 키워 준 국왕 덩컨에게 잔혹한 배신의 일격을 가한다. 그러나 꿈꾸었던 생의 정점은 까마득히 높고 손에 쥔 권력은 제 가슴을 겨냥하고 불면의 악몽이 되어 그의 영혼을 부수고 찢어발긴다.

모든 걸 가진 순간 송두리째 잃었음을 깨닫게 된 그.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도 참혹하다. 믿음을 살해한 배신의 칼날은 방향을 뒤집어 그 주인의 육신을 썰고 저미고 난도질한다.

그동안 관객들에게 새롭고 독특한 경험의 장을 선사해온 떼아뜨르 봄날과 이수인 연출의 ‘맥베스’에서는 얻는 것이 잃는 것이고, 잃는 것은 얻는 것이며, 있는 것은 없음뿐이다. 실재하는 유일한 것은 오로지 모든 것이 부재한다는 사실 뿐이다. 살짝 미친 연출가와 취기 어린 극단은 무모하게도 ‘맥베스’를 통해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불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평범했던 맥베스는 용감하게 탐하고 욕망했으며, 탐욕은 그의 운명을 바꾸어 꿈도 꾸지 못할 자리에 오르게 했고, 그 자리는 그를 상상도 못했던 나락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그 나락의 지옥문 앞에서, 완벽한 파멸의 문턱에서, 맥베스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깨달음과 용기를 획득한다.

이 모든 것들이 짧고 길었던 어느 봄밤의 일격에서 비롯된다. 단 하룻밤이 역동적인 파멸과 그 파멸의 격동하는 파노라마를 만들어 그의 삶을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는다. 모든 것을 얻고자 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잃으면서 그는 다시 모든 것을 얻은 맥베스. 파멸과 죽음 앞에서 알몸의 성자가 된 그의 이야기. 이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욕망하고 탐하고 행동하고 부서지고 깨지고 찢어지고 파멸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연극 ‘맥베스’는 떼아뜨르 봄날과 ‘문정왕후 윤씨’ ‘심청’ ‘왕과 나’ 등 발칙하고 섬세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수인 연출 특유의 몽환적 매력과 초현실주의적 코스프레로 작품의 폭과 깊이를 무한히 확대하려는 시도다. 꿈과 현실을 섞고, 허구와 실재를 뒤집고, 실존과 허무의 경계를 허무는, 완벽에 가까운 파멸극을 완성하고자 한다.

윤주희, 엄태준, 김경태, 김용준, 강민지, 이예진, 하지수 7명의 배우가 출연해 꽉 찬 무대를 꾸민다.

정형화된 연극 스타일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된 ‘소리’와 ‘움직임’ 그리고 ‘이야기’의 어우러짐으로 시각적 풍미와 청각적인 쾌락을 동시에 선사한다.

2006년 창단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은 간결하고 절제된 양식미, 시적·음악적 화법, 통렬한 블랙유머를 동반한 강렬하고 감각적인 페이소스를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연극 ‘맥베스’는 인터파크티켓과 플레이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며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공연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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