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보헤미안 퍼플’이 오는 9월 21일 삼청동 ‘라플란드 드 카페’에서 추상화가 구광모 작가의 쾌유을 기원하는 콘서트를 연다. 왼쪽부터 더블베이스 최지원, 바이올린 배현희, 첼로 홍지연, 피아노 강소연. ⓒ보헤미안 퍼플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가면 ‘라플란드 드 카페’라는 핫플레이스가 있다. 커피도 마시고, 그림도 보고, 클래식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추상화가 구광모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NOMAD 12 SEASONS-시간의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오프닝했고 오는 11월 19일까지 계속된다.

구광모 작가는 1962년생이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30여년간 간판을 만들면서 밥벌이를 했다. 그렇게 생업에 전념하다 50대 초반에 ‘정식으로’ 붓을 들어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늦깎이 중에 늦깎이다. 하지만 실력은 금세 드러났다. 국내는 물론 러시아, 미국 등 주요 해외 갤러리에서 초청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가 이번 개인전을 전문 갤러리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에서 개최한 이유는 작품을 대중 속으로 더 들어가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선물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암투병 중이다. 40여차례의 항암치료를 견디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그의 그림을 보는 일은 ‘구광모의 뜨거운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기회다.

3년 전 ‘라플란드 드 카페’의 권순형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시들어가는 삼청동을 다시 살리기 위해 고심했다. 그래서 묘안을 짜냈다. 개성 있는 음악단체와 협력해 ‘살롱 드 라플란드’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 것.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이젠 삼청동 랜드마크에서 열리는 유명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10월부터는 4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보헤미안 퍼플’과 힘을 합쳐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 무대를 연다. 본격 론칭에 앞서 먼저 오는 21일 구광모 작가의 쾌유를 기원하며 헌정 공연을 연다. 티켓·포스터 판매금액을 치료비에 보탤 예정이다.

보헤미안 퍼플은 바이올린 배현희, 첼로 홍지연, 더블베이스 최지원(리더), 피아노 강소연으로 구성됐다.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두면서도 폭넓은 음악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앙상블이다.

이번 헌정공연에서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Humoresque Op.101 No.7)’,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감상적인 왈츠(Valse Sentimentale Op.51 No.6)’, 자크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Jacqueline’s Tears Op.76 No.2)’을 들려준다. 또한 페드로 발스의 ‘안달루시아 모음곡(Suite Andaluza)’, 필립 글래스의 ‘매드 러시(Mad Rush)’, 아스트로 피라졸라의 ‘리베로탱고(Liebertango)’ 등을 연주한다. 구광모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클래식 음악도 즐길 수 있는 굿찬스다.

그리고 올 10월부터 내년 7월까지 준비한 보헤미안 퍼플의 시즌 테마는 ‘클래식 세계여행’이다. 각 나라의 대표적인 클래식 작품과 함께 음악여행을 떠난다. 맛있는 음식·와인과 함께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의 연주에 흠뻑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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