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멧 코헨 트리오’가 오는 2월 5일 용산아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세계 최고 권위의 재즈잡지 다운비트(DownBeat·1938년 창간)가 매년 진행하는 평론가투표(Critics Poll)는 작년에 70회를 맞았고, 114명의 평론가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피아노 부문 라이징스타로 1990년생 피아니스트 에멧 코헨이 뽑혔다.

미국 재즈계의 차세대 주역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그는 21세였던 2011년 델로니어스 몽크 국제 피아노 컴페티션의 최종 결선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같은해 필립스 피아노 컴페티션에서 우승했고, 2014년 아메리칸 재즈 피아니스트 컴페티션 우승, 그리고 2019년에는 미국 피아니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아메리칸 피아니스트 어워즈의 우승자로 저명한 콜 포터 펠로십에 선정됐다.

그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제쳐두고라도 재즈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론 카터, 베니 골슨 등과 함께 음반을 내기도 하고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베이시스트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팁 시티’의 멤버로 활동하며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에도 출연했다. 그는 전통적인 재즈의 명맥을 유지하며 미국 재즈계가 현재 가장 주목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 긍정과 희망의 기운 전파하는 재즈의 순수한 즐거움

세계를 덮친 글로벌 팬데믹으로 수개월이 넘도록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그는 특유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자세로 뉴욕 할렘에 위치한 자신의 집 거실로 재즈 연주자들을 초청해 누구나 볼 수 있는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2020년 3월말 첫 선을 보였던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온라인 공연은 1주일 만에 조회수 4만뷰를 기록했고, 현재까지도 ‘Live from Emmet’s Place‘라는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월요일 저녁에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팬데믹의 시기에 재즈음악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던 에멧 코헨의 온라인 공연은 뉴욕에 거주하던 재즈 뮤지션들에게는 모두가 함께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다는 공동체 의식과 희망의 기운을 심어주었다. 또한 세계의 관객들에게는 참혹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며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해주는 특별한 행복 바이러스였다.

2022년 10월 24일에 100회 공연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한 이 온라인 공연 시리즈는 국내 재즈 팬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으며 총 누적 조회수 1600만, 일부 영상은 단독으로 조회수 542만을 넘어섰다. 이는 재즈 음악이라는 예술매체이자 소통의 창구로 일궈낸 놀라운 결과다.

또한 자신의 삼중주단인 에멧 코헨 트리오(에멧 코헨, 카일 풀, 필립 노리스)를 기반으로 매주 다른 연주자들과 합동공연을 펼치며 그가 나누었던 것은 바로 ‘음악의 순수한 즐거움(joy of music)’이다. 이렇듯 에멧 코헨의 음악과 연주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희망의 에너지가 담겨있다.

세계의 관객들도 그가 나누는 이런 즐거움을 기꺼이 함께 느껴보고자 매주 월요일이 되면 그의 집 거실로 접속한다. 매주 업로드 되는 공연 영상의 한 주 평균 시청자수는 약 2000명 정도로 에멧 코헨은 이미 재즈계의 가장 뛰어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결국 에멧 코헨 트리오가 선사하는 감동은 연주자와 관객 그 누구라도 거부하기 힘든, 가장 즐거운 음악적 체험이다.

● 미국 대중의 사랑 듬뿍 받는 젊은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에멧 코헨이 이끌고 있는 ‘에멧 코헨 트리오’가 오는 2월 5일 용산아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미국 스윙 재즈의 전통과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접근방식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에멧 코헨 트리오는 20세기 초중반에 유행했던 스윙과 비밥의 어휘를 보다 친숙하게 다룬다.

이들은 또래의 젊은 연주자들이 다루지 않는 20세기 초기의 작품들까지 재료로 삼아 꾸준히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지난 과거를 새로운 영감의 출처로 삼으며, 과거의 어떤 거울에 비춰진 재즈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레트로(Retro)와 모던(Modern), 즉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에멧 코헨은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에 걸쳐 폭 넓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22년 12월에 발표된 다운비트 리더스폴(독자투표)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대중들의 일종의 인기투표라고도 할 수 있는 다운비트 리더스폴은, 피아노 부문에서 에멧 코헨을 재즈 피아노의 거장 허비 행콕과 브래드 멜다우에 이어 3위로 선정했다. 그는 선정된 톱5 피아니스트 중에서 유일한 30대로 이름을 올렸으며, 현존하는 재즈의 거장들과 함께 이러한 인지도를 얻게 된 사실 자체가 놀라울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는 물론 세계적으로 솟구치는 뜨거운 인기를 방증하는 결과다.

● 미국과 한국의 90년대생 라이징스타들 무대 장악

피아니스트 에멧 코헨이 이끌고 있는 ‘에멧 코헨 트리오’가 오는 2월 5일 용산아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에멧 코헨 트리오가 오는 2월 5일(일) 오후 7시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이번 콘서트는 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 혹은 새해맞이 첫 재즈 공연으로 더욱 추천할 수 있는 무대다.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현재 가장 좋아하는 20~30대 젊은 연주자들의 신선하고 즐거운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다.

미국 재즈의 영라이언(young lion)들이 그들의 젊은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게 될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국내 재즈계의 떠오르는 샛별과 같은 라이징스타를 초청해 ‘Live from Emmet’s Place‘에서 친숙하게 보았던 잼 형식 느낌의 연주를 무대에서 재현한다. 또한 재즈의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협연곡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1990년생인 에멧 코헨을 필두로, 92년생인 피아니스트 강재훈과 색소포니스트 송하철, 93년생인 드러머 카일 풀, 97년생인 베이시스트 필립 노리스, 그리고 1999년생인 색소포니스트 이수정까지, 모두 90년대 세대를 대표하는 미국과 한국의 재즈 아티스트를 한 무대에서 만난다. 그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쉽게 보지 못하는 특별한 풍경이 될 것이다.

세대간의 소통은 물론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는 음악적 소통을 통해 관객들에게 재즈의 가치와 재즈 음악이 품고 있는 즐거움과 행복, 희망의 기운까지도 선사하게 될 이번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은 2023년 새해에 맞이하는 가장 특별하고 기분 좋은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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