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생기로운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늦잠을 자던 여우도 굴속에서 나오고, 마당 안 장독대도 꿈을 키운다는 봄.
새봄! ‘감성가곡’ 속에서 불멸의 날들을 꿈꾸며, 삼월 한 달도 자신의 삶을 새롭게 부활시키는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새롭고 싱그러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 선곡은 김동환 시·서동석 곡 ‘강이 풀리면’ 입니다.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오겠지
임은 안 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언제 들어도 호소력 있고 당찬 목소리의 임웅균 테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작곡가 서동석(1924~2016)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초·중·고 음악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했고 500여 곡의 동요와 가곡 작곡, 국내 최초 종합 음반집을 발매했습니다. 이후 가곡 동요 악보집과 반주 음원집을 2019년 출시했습니다.
김동환(1901~1958) 시인은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생했습니다. 본관은 강릉, 호는 파인(巴人)입니다. 아버지 김석구, 어머니 마윤옥 사이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1924년 ‘금성’지에 시 ‘적성(赤城)을 손가락질하며’로 등단했습니다.
필명으로는 강북인(江北人), 초병정(草兵丁), 창랑객(滄浪客), 백산청수(白山淸樹) 등을 썼으며, 한국 최초 서사시집으로 불리는 ‘국경의 밤’을 간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명은 삼룡(三龍)으로, 1926년 10월 동환(東煥)으로 개명했습니다.
김동환은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처음으로 북방 정서를 소개한 시인으로 기록됩니다. 우리 시에서 북방 정조라든가 대륙의 풍모에 주목한 시인은 많지 않았습니다. 남북한이 나뉘기 전에도 문단에서 북방의 정서에 주목한 시인은 많지 않았고, 분단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김동환이 거친 터전의 강인한 사람들을 노래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후반기는 ‘강이 풀리면’을 비롯해 민요풍의 서정시를 주로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의 중심은 ‘강가에서의 기다림’입니다. 이 주제는 비단 김동환만의 것이 아니라, 고전시가나 현대시를 막론하고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입니다.
‘강가에서의 기다림’이란 우리 민족 전체의 한과 길고 긴 기다림을 말하며, 사람들은 언제고 시간이 흘러 좋은 소식이 오고, 설움이 풀리기를 기원했습니다.(참고문헌, 동아일보 기사 일부 중)
그렇게 ‘강이 풀리면’은 봄이 오는 강가를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꿈꿉니다. 한국적인 정한이 그대로 나타난 김동환은 자연을 소재로 잔잔한 희망을 노래하며, 담담함과 달관의 느낌을 주는 기다림을 노래합니다.
김동환의 노래 가사가 주는 희망처럼 소망처럼, 우리들 마음속에 봄이 오고 강이 풀리는 날 새로운 소망의 새싹들이 돋아날 것입니다. 호젓이 날이 풀린 들판을 산책하며 듣는 다면 곡이 말하는 의미와 감성을 더 많이 향유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럼, 사월! 가슴 산뜻한 선곡을 안고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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