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스 넬손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280년 사운드’ 몰고 온다

‘마리스 얀손스 직계제자’ 넬손스 국내 데뷔
11월15·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내한공연

15일 공연선 조성진 ‘슈만 피아노협주곡’ 연주
16일은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묵직한 울림 선사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7.10 11:18 | 최종 수정 2023.07.10 11:19 의견 0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두 차례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톱 오케스트라 두 곳을 동시에 이끄는 수장이다.

그는 2020년 2월 한국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무산됐다. ‘미국의 자존심’ 보스턴 심포니와 내한공연을 준비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아쉽게 취소됐다.

1881년 창단한 보스턴 심포니는 유독 한국과 인연이 닿지 못했다. 지난 1960년에도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4·19 혁명이 터져 캔슬됐다. 그리고 2020년 공연도 펜데믹 때문에 끝내 태평양을 건너지 못했다.

그는 당시 “동료들이 한국이 좋다고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서울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투어가 취소돼 속상하다”며 “한국 팬들을 실망시키게 돼 매우 유감스럽고 이른 시일 안에 재추진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라트비아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보고 평생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다. 30대 초반까지 트럼펫을 불었다.

한국과도 ‘끈’으로 연결돼 있다. 열한 살 때 한국인 태권도 사범을 만나 10년간 태권도를 했고 빨간 띠까지 땄다. 그런데 스물두 살 때 태권도를 하다가 앞니가 깨졌다. 그는 “트럼펫을 불어야 하는데 난감했다”며, 그 일을 계기로 현재는 ‘스톱’ 상태지만 언젠가 다시 도복을 입겠다고 밝혔다.

“태권도는 ‘수양’과 ‘집중’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었어요. 태권도가 가진 철학과 신비로움에 빠져들었고 ‘명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죠. 그 경험이 지금 제가 지휘하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는 지휘 거장 마리스 얀손스(1943~2019)의 직계 제자다. 2000년대 초 얀손스가 오슬로 필하모닉과 라트비아의 리가에 공연을 왔을 때다. 트럼펫 주자가 배탈이 나서 당시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있던 넬손스가 급히 투입됐다.

공연이 끝난 뒤 그는 얀손스에게 “연주료 대신 지휘를 가르쳐달라”고 청했다. 당돌한 제안이었다. 얀손스는 그 대신 해외 공연에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지휘자의 소중한 악기인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얼마나 겸손하게 단원들을 대해야 하는지, 얼마나 미친 듯이 공부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지휘로 전향한 이후 승승장구했다. 2014년 36세에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이 됐고 2018년부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카펠마이스터(상임지휘자 격)를 맡고 있다. 베를린 필의 유력한 상임 지휘자 후보였고, 매년 당대 최고 지휘자만 설 수 있는 빈 신년 음악회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협연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안드리스 넬손스가 드디어 온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음향으로 유명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11월 15일(수)과 16일(목) 이틀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12년만의 재방문이다. 특히 15일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까지 예정돼 있어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43년에 창단돼 280년에 이르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세계 최고의 민간 오케스트라다. 독일 오케스트라의 전통을 지닌 대표적인 단체로서 라이프치히의 문화적 상징이다.

멘델스존부터 슈만, 브루크너, 그리고 바그너까지 음악사에서 빠질 수 없는 거장들과 함께 동시대를 지내오며 호흡을 맞춰온 만큼, 오케스트라는 유서 깊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1835년 멘델스존이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며 지휘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는 근대 지휘자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 시기 멘델스존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함께 한 바흐와 슈베르트 작품들의 공연은 바흐 부활 운동으로 이어져 서양 음악사에도 크게 기여하는 등 클래식 음악계에 큰 획을 그었다.

밝고 명쾌한 소리보다는 작품 내면에 집중하는 충실한 연주를 지향하며, 오케스트라가 지닌 특유의 단단한 음향으로 바로크, 고전 음악과 더불어 낭만, 현대의 새로운 작품들까지 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독일 최초로 순수하게 시민의 힘으로 시작돼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 악단의 독보적인 정통성을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세상에 즐거움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Res severa verum Gaudium)’는 표어를 내세우며 철학적이고도 순수한 음색의 연주로 세계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아르투르 니키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브루노 발터 등 매번 최고의 지휘자들이 이끌어 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2018년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안드리스 넬손스를 임명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유구한 전통을 지닌 두 대륙의 오케스트라 수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넬손스는 현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최정상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지휘대에서 그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보이는 넬손스는 묵직한 연주와 시원시원한 동작의 지휘로 풍부한 음향에서 느낄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합주력과 함께 연주에서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지휘자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두 차례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그는 그래미상 최우수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부문에서 무려 3번을 수상했고,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두 단체와 더불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들과도 함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지휘자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레퍼토리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지휘자인 그는 독일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함께하는 모든 연주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독보적인 연주 실황을 계속해서 남기고 있다.

더 가이디언은 “디테일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음악의 흐름을 허용하는 안드리스 넬손스의 세련된 브루크너는 그 음악을 가장 설득력 있게 만든다”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12년만의 내한으로 돌아오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이번 프로그램은 악단과 함께 호흡해 온 작곡가들의 해석이 그대로 녹아있는,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15일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던 멘델스존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준비됐다. 멘델스존의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로 시작하는 공연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이어지며 낭만시대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2부에서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통해 오케스트라 특유의 진지하고 풍부한 음향을 선보인다.

이어 16일 공연은 1일차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선사한다. 1부에서는 바그너 최고 걸작으로도 꼽히는 음악극 중 하나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을 관현악 버전으로 연주해 자유롭고 독창적인 바그너의 음악 양식을 전하고, 2부에는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을 통해 넬손스 특유의 실내악적이면서도 각 성부가 풍성하게 표현되는 브루크너 교향곡의 묵직한 울림이 공연장을 물들인다.

특히 넬손스는 지난 2022년까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며 브루크너 음악에 대한 애정을 보여온 바 있어, 이번 공연에서 보여 줄 그들의 남다른 색채로 빚어질 브루크너는 놓쳐서는 안 될 공연이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티켓은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15일(수) 티켓 가격은 R석 38만원, S석 34만원, A석 25만원, B석 16만원 C석 8만원. 16일(목) 티켓은 R석 34만원, S석 27만원, A석 20만원, B석 13만원, C석 7만원.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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