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내년에 본격적인 여름 국제 음악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축제를 ‘투 트랙’으로 준비했습니다. 공모로 선정된 팀과 해외 유명 연주자들이 함께 공연합니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가 피아니스트 백건우,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 등 거장들과 공모로 선발된 음악가들의 무대로 꾸며진다.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 국면에서 열린 지난 두 차례 축제는 공모를 통해 뽑힌 국내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줬다”며 “올해는 사이즈를 더 키워 거장들의 무대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의 공동 주최로 2021년부터 시작한 여름음악축제는 올해로 3회째다.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틀홀에서 열린다.
이번 6일간의 릴레이 공연에서는 뚜렷한 색깔과 비전을 지닌 공모선정 연주자들과 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의 향연을 펼친다.
오프닝과 피날레는 세계적 권위의 말코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안토니오 멘데스와 유럽, 미국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인 이지혜가 악장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파리 오페라 제2바이올린 수석인 김혜진이 부악장으로 나선다.
개막 콘서트에서는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인기 있는 5번을, 폐막 콘서트에서는 백건우가 협연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6번 ‘대관식’과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멤버들이 고국에 모여 연주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각각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가진 열정에서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며 “여러 도전이 기다리겠지만 여기서 조화로움을 끌어내는 것도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데뷔 67주년을 맞은 국내 클래식계의 살아있는 전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클로징 콘서트 협연 무대(27일) 외에도 젊은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특별한 실내악 무대(23일)를 선보인다. 이번 스페셜 스테이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최송하, 이마리솔, 이소란과 비올리스트 신경식,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한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은 “백건우 선생님께 축제의 좋은 취지를 말씀드려 참여하게 됐다”며 “특히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의미 있게 생각했다.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설명했다.
백건우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 이지혜는 “존경하는 음악가인 백건우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선생님의 음악 인생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분위기로 청중을 압도하는 세계 최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26일)는 여름음악축제로 5년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난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날카로운 연주로 브람스, 슈베르트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라트비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레이니스 자린스가 호흡을 맞춘다.
‘음악적 방랑자’로 불리며 36년째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이는 프랑스 실내악단 트리오 반더러(25일)와 깊은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독일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트리오 가온(26일)의 무대도 선보인다. 트리오 반더러는 공연 당일인 25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인춘아트홀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이번 여름음악축제에서는 공모로 선정된 연주팀들의 각양각색 매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무대가 이어진다. 예술의전당은 다채롭고 조화로운 무대를 선보이기 위하여 공모심사 기준에 변화를 주었다. 선정조건을 국내 신예 연주자로 국한하지 않고 장르의 다양성, 기획안의 창의성 위주로 심사해 신예부터 중년, 국내부터 해외연주자, 바로크·현대음악부터 재즈까지 폭넓게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서고우니 본부장은 “다른 여름 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일주일 동안 다양한 장르와 구성으로 프로그램을 편성 기획했다는 것이다”라며 “솔로 리사이틀부터 오케스트라, 시대악기를 연주하는 팀부터 현대음악을 하는 팀까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IBK챔버홀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프로젝트 띵(23일), 바로크음악의 진수를 선보이는 알테무지크서울(24일),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현대음악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 작품을 선보일 스튜디오페이즈(25일), 유쾌한 내레이션과 함께 목관 5중주 공연을 펼치는 블래져앙상블(27일)의 연주를 즐길 수 있다.
리사이틀홀에서는 네덜란드NPU 수석 오보이스트로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바로크 오보이스트 신용천(22일)의 무대를 시작으로, 더블베이스 특유의 깊은 울림을 전하는 바쓰만 콰르텟(23일), 화려한 저음의 더블베이스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임채문 더블베이스 라시이틀(24일), FOLKSY라는 부제로 다양한 민속곡을 선보일 트리오 아미티에(25일), 작곡가들의 환상과 꿈을 연주로 녹여낼 한희준 피아노 리사이틀(26일), 클래식과 재즈의 이색적인 조합이 기대되는 현대음악단체 앙상블 카두시우스(27일)의 공연이 열린다.
공모팀 스튜디오페이즈의 퍼커셔니스트 이원석은 “클래식 시장이 한정적인 작은 시장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며 “예술의전당이 좀 더 다채롭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올릴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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