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 깍듯 격식까지 갖춘 보자기의 속마음...김시현 작가 24일부터 개인전

하남시 갤러리베누스서 11월11일까지 전시
한국적·여성적 이미지 통해 따뜻 사랑 표현

김일환 기자 승인 2023.10.19 11:16 의견 0
김시현 작가의 2023년 작품인 ‘The Precious Message’. 112.1x112.1cm, Oil on Canvas. ⓒ갤러리베누스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오래전 고향에 갔을 때 엄마 장롱을 열었더니 이불보들이 있었어요. 시집올 때 해 오신 동백꽃 자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 이불보로 보자기를 만들어 작업을 했어요.”

김시현은 ‘보자기를 그리는 작가’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이불보 보자기를 그린 작품이 자기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비록 그림이 말을 하지는 않지만, 모녀의 속 깊은 대화가 흘러나오는 작품이리라.

그는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색동’ 컬러를 이용해 보자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대중들에게는 특히 이 작품이 반응이 좋다. 알록달록 색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하늘을 감싼 보자기 작품이 실렸다. 그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발상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현 작가가 오는 24일(화)부터 갤러리 베누스(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158번길 43)에서 ‘오래된 새로움(An old novelty)’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11월 11일(토)까지 오픈한다.

김 작가는 보자기가 가지는 한국적이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각예술 언어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보자기는 원래 실용적인 도구다. 물건을 보관하거나 선물을 전달할 때 사용되는 물건이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는 행복에 대한 염원과 바람을 나타내는 기도면서 예절과 격식을 갖추기 위한 정성의 표시다.

갤러리 베누스 관계자는 “작가의 작품 속 보자기를 보고 있으면 행복과 건강을 기원해 주는 따뜻함과 그 속에 가득 담아 놓았을 사랑의 마음까지 느낄 수 있다”며 “작 작가가 우리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전시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인천대학교 서양화과졸업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45회 열었으며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을 포함해 450여회의 국내외 기획단체전에 초대됐다.

ARTKIST 레지던시 제1기(2013~2014)를 지냈다. 인천대학교, 건국대학교, 백석예술대학교에 출강했다. 현재는 세종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전업 작가로서 서울을 기반으로 국내외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과 해외대사관에 비롯해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 작가의 그림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렸고 이어령의 저서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책표지와 러시아에서 번역한 용혜원 시집 ‘류보비·사랑’의 표지로도 실려 있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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