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미미’ 서선영으로 들을까, 황수미로 들을까...차이콥스키·퀸엘리자베스 우승자 동시캐스팅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39년만에 첫 ‘라보엠’ 공연
​​​​​​​거대한 책 세트로 독특한 공간 연출 등 선보여

박정옥 기자 승인 2024.10.18 10:12 | 최종 수정 2024.10.18 14:43 의견 0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이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에서 미미 역할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차이콥스키 콩쿠르 ‘미미’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미미’가 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9년 만에 처음으로 자코모 푸치니의 ‘라보엠’을 무대에 올리는 가운데 대한민국 최고의 소프라노 서선영과 황수미가 주인공 미미를 맡는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2011년) 서선영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2014년) 황수미는 한국 오페라계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스타 성악가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지닌 두 사람이 동시에 캐스팅됐다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설렌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올해 만남을 테마로 한 마지막 작품으로 ‘라보엠’을 오는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 39년 역사에서 처음 제작되는 ‘라보엠’인 만큼 서울시오페라단만의 특장점을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클래식 음악 애호가와 오페라 입문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을 펼치는 젊은 한국 성악가들의 현재 진행형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푸치니의 자전적 이야기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에서 미미 역할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라보엠’은 푸치니(1858~1924)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다. 청춘 시절 가난한 보헤미안 예술가로 살았던 푸치니는 당시의 체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로 만들었다.

‘라보엠’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뮤지컬 ‘렌트’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렌트는 ‘라보엠’의 19세기 파리 보헤미안들을 20세기 뉴욕으로 옮겨, 현대적인 각색을 통해 동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라보엠’은 19세기 파리 라탱지구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 그리고 이들이 겪는 기쁨과 고통은 청춘의 뜨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그 순수한 시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할 것이다.

● 문세훈·김정훈·김유미·김태한...세계무대 석권한 한국 대표 성악가 총출동

서울시오페라단은 박혜진 단장 취임 이후 매번 눈길을 끄는 캐스팅으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이번 ‘라보엠’ 역시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들이 출연해 기대를 한층 높였다. 미미 역은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맡는다.

로돌포 역은 테너 문세훈과 김정훈이 캐스팅됐다. 문세훈은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 입학 후 벨베데레 국제 콩쿠르·비오티 국제 콩쿠르·비냐스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시츠오카 국제 콩쿠르에서는 우승 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이탈리아를 무대에서 전문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김정훈은 이번 ‘라보엠’을 통해 국내 주역 데뷔한다. 베르디 콩쿠르·비냐스 콩쿠르·툴루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세계 3대 오페라극장으로 꼽히는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라보엠’ 로돌포 역으로 공연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킨 바 있다.

무제타 역은 소프라노 김유미와 장은수가 맡는다. 김유미는 대한민국 오페라 무대를 이끌고 있는 젊은 성악가 중 한 명으로 독일가곡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콩쿠르·레오폴드벨랑 국제콩쿠르·베지에 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은수는 2024년도 서울시오페라단 정기공연 출연진 선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젊은 성악가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작품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이승왕과 김태한이 출연한다. 이승왕은 오디션으로 굵직굵직한 배역들을 따내며 주역의 자리에 올라 ‘불굴의 바리톤’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마르첼로 역 역시 2024년도 서울시오페라단 정기공연 출연진 선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그리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하며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요건을 갖춘 김태한이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을 통해 국내 데뷔 무대를 가진다.

● 엄숙정 연출...거대한 책 세트 움직임 통해 다락방·모무스카페 재현

오페라 ‘라보엠’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베토벤의 ‘교향곡 9번’과 함께 연말에 꼭 봐야 할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라보엠’은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미리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전망이다.

연출은 제2회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호평을 받은 엄숙정이 맡아 차별화된 미장센과 독특한 공간 연출을 선보인다. 거대한 책 세트의 움직임을 통해 파리 라탱지구의 다락방과 모무스 카페를 재현하며, 흰색과 검은색을 기반으로 한 무대와 의상에 화려한 색상을 더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 이야기다. 특히 로돌포가 미미의 손을 녹이며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과 미미의 답가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는 오페라 팬들에게 익숙한 명곡이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평가받는다.

● 최희준 지휘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깊이 있는 해석 선보여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옛 코리안심포니)의 최연소 상임지휘자였던 최희준 지휘자는 독일 전 음대 지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베를린의 주요 일간지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연주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지휘자”로 평가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지휘 전공 교수이자 제7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이번 ‘라보엠’에서 그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1985년 한국 최초의 민간 오케스트라로 출범해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로 지정되면서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극장 오케스트라’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2022년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변경하며 한국 교향악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희준 지휘자의 섬세한 지휘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푸치니의 ‘라보엠’에 더욱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을 더해 관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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