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최근 대한민국에 발레붐이 일고 있다. 전국의 모든 발레학원에서 성인발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발레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발레덕후’가 많아져 국립발레단을 위시해 외국 발레단 공연까지 티켓이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비단 티켓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발레 공연 영상은 조회수가 엄청나다. 심지어 발레 전문 출판사까지 생겼다. 게다가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대한민국에서 국립발레단을 제외하고 공공단체 발레단은 광주시립발레단이 유일하다. 이 광주시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박경숙 단장이 올해 다시 연임됐다. 지난 2년 동안의 성과가 남달랐기에 연임된 것이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다.
- 먼저 연임을 축하드린다. 새롭게 연임되면서 다짐한 생각은 무엇인가.
“처음 2년은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단원들 개개인의 기량을 높이고, 기존에 해 왔던 공연 레퍼토리를 분석하고, 그걸 다시 조절하며 발레단의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치중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국립발레단 다음으로 최고의 발레단인데 그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우리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색깔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 연임된 2년 동안에는 한층 더 성숙된 발레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발레단만의 빼어난 작품으로 레퍼토리를 만들고 다듬어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라이선스 작품을 많이 해 왔는데 예술감독으로서 저의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조만간에 발표할 예정인데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웃음)”
- 지난 재임기간 동안 광주시립발레단의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특히 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 기획 프로그램이 돋보였고 신작도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 연장선에서 발레단의 구상은 뭔가.
“저희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갈라 공연이 많습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어요. 그래서 극장에서는 공연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부 야외 공연으로 돌렸죠. 그러다 보니 야외 공연에 알맞은 레퍼토리 공연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시민들이 야외 공연을 보면서 ‘광주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니’하면서 우리 지역의 발레단이 이렇게 멋진 공연을 하는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많은 SNS에 저희 사진이 올라가 엄청 호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코로나도 끝났고 해서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극장으로 찾아오셔서 품격 높은 공연을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레퍼토리 공연을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국립 다음으로 유일하게 공립 발레단이다. 이제 곧 서울시에서도 발레단이 만들어져 3개의 발레단이 존재한다. 어쩌면 경쟁체재로 갈 것이다. 그에 대한 광주시립발레단의 생각은. 그리고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저희는 저희만의 매력적인 부분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같은 ‘돈키호테’를 하더라도 저희는 현대식 해석으로 간결하게 안무를 했습니다. 이게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기존에 봐 왔던 스타일과 완전히 달랐죠. 많이 압축했습니다. 무대미술도 세트를 사용하지 않고 대형 LED화면으로 변화를 많이 줬습니다. 아마 저희 광주시립발레단이 처음으로 시도했을 겁니다. 이렇듯 광주시립발레단만의 특성화된 작품을 만드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작년에 외부 안무가 초빙으로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안무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주재만 선생님을 모시고 ‘DIVINE’이란 컨템퍼러리발레 작품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기존의 클래식 발레만 봐 왔던 시민들이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으로 만든 작품이라 현대 발레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길 전해줬습니다. 메시지도 강렬했고요. 매년 브랜드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저희 광주시립발레단 만이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다른 발레단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뛰어난 레퍼토리를 계속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문제는 예산인데 아주 적은 예산으로 국립을 능가할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저희만의 특성을 잘 살리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아주 오래전에 광주시립발레단장을 역임한 걸로 알고 있다. 그때와 지금이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 특히 발레마니아들이 많이 생겼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제가 1996년에 광주시립발레단에 첫 예술감독으로 부임했어요. 2002년까지 근무했는데 정확히 20년 만에 다시 예술감독을 맡아보니 뭐랄까 세월만큼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람도 바뀌고 제도도 바뀌고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죠. 예전에는 예술감독이 제왕적 카리스마로 모든 걸 다 휘어잡고 이끌어 나갔죠. 심지어 여기저기 티켓도 팔러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죠. 지금은 업무분담이 정확히 나눠져 있고 예술감독인 저는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명하달식의 수직적 구조였다면 지금은 서로 소통하면서 운영해 나가는 수평적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민주적입니다.”
-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장점은.
“일단 중앙과의 차별화를 둘 것입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역사가 47년째입니다. 이것은 다른 단체에서는 따라오기 힘듭니다. 그동안 쌓아 놓은 노하우와 작품 레퍼토리는 국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훌륭한 무용수들이 포진하고 있고요. 그들의 열정은 더 높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광주가 지역에서 유일한 발레단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전국에서 저희 광주시로 공연을 보러 옵니다. 요즘 발레마니아들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것이 충분히 관광상품화 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
- 앞으로 발레단의 계획은. 새로운 프로그램도 소개해 달라.
“작년에 호평을 받았던 ‘DIVINE’를 다시 무대에 올립니다. 그리고 전막 발레로는 올해 제가 안무하는 신작을 준비 중이고 내년에는 ‘라 바야데르’나 존 프랑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문제는 예산인데 클래식 발레는 저작료가 엄청나게 비쌉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식상하겠지만 늘 하던 클래식 작품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외부 안무자 초빙으로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만든 겁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요. 물론 신작이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신선한 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습니다. 기회가 되면 컨템퍼러리 발레도 하나 더 만들고 싶습니다. 그 외 다양한 레퍼토리는 늘 해 왔던 대로 상황에 따라 바꿔가면서 작품을 올릴 계획입니다. 새로운 레퍼토리도 개발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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