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겨누다 일제의 심장을 쏘다...창작 칸타타 ‘산포수 홍범도’ 4월27일 초연

변사와 영상이 함께하는 감동 합창드라마
​​​​​​​조지영·배은환·석상근 등 솔리스트로 출연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4.04 17:14 의견 0
창작 칸타타 ‘산포수 홍범도’가 오는 4월 27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초연된다. ⓒ수원시음악협회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여보, 나의 장군님!/ 다치지 않고 살아주어 기쁘기 한량없소/ 헌병대 인질로 살점 찢어지는 고통 당하나/ 오직 낭군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견뎠소/ 큰아들 양순이 일본 흉탄에 쓰러졌으나/ 하늘나라에서 나와 함께 있으니 걱정 말아요/ 그대 만난 이 옥영이 당신으로 행복했소/ 나라 찾는 그날까지 내 죽음 슬퍼마오/ 당신이 다치지 않고 살아주어 무량 기쁠 뿐”

먼저 하늘나라로 간 홍범도 장군의 아내 이옥영이 봉오동전투에서 승리한 남편을 생각하며 부르는 애잔한 아리아다.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의 업적에 가려져 홍범도 장군과 아내 이옥영과의 러브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내 가족의 죽음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홍범도 장군은 전쟁 중에 아내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을 듣고, 그 슬픔을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을 무찌르는 역사적 승리로 승화시킨다.

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봉오동 전투를 다룬 칸타타 ‘산포수 홍장군’이 오는 4월 27일(토) 오후 5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초연된다. 이번에 펼쳐지는 ‘산포수 홍장군’은 오페라나 뮤지컬이 아니라 변사와 영상이 함께 하는 칸타타 형식의 합창드라마로 홍범도의 전쟁과 사랑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 박진감·긴장감 넘치는 소리꾼 이영태의 변설과 영상·합창

창작 칸타타 ‘산포수 홍범도’가 오는 4월 27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초연된다. 왼쪽부터 소프라노 조지영. 테너 배은환, 바리톤 석상근. ⓒ수원시음악협회 제공


‘산포수 홍장군’은 정순도·장민호·성용원 등이 작곡가로 참여했으며 음악감독은 한숙현이 맡는다. 특히 변사 역으로 등장하는 소리꾼 이영태는 일제강점기 백절불굴의 정신과 노도와 같은 기개로 전투에 임한 홍범도 장군과 독립군의 움직임을 판소리를 곁들여 생동감 있게 표현해내기 때문에 그 어떤 역사인물 드라마보다 심장을 뛰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설만으로 이 공연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홍범도의 활동을 일러스트와 영상, 자료 화면 등으로 생생하게 편집한 영상은 홍범도 장군의 전쟁사와 함께 그가 활약하던 시대 배경을 동시에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변사가 해야 할 변설 중 극적인 부분은 수원콘서트콰이어의 감동적인 합창으로 표현해 지루할 틈이 없이 전개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더구나 변사의 변설과 합창이 진행될 때 고수 박상훈의 끝없는 북소리와 소리꾼 김소민의 노래·연기는 감정선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백순재의 일렉톤 연주를 중심으로 피아노5중주(피아노 손세명, 바이올린 나승준·손보리, 비올라 송민아, 첼로 김소을)가 가미한 반주, 여기에 마에스트로 김기웅은 수원콘서트콰이어를 지휘, 홍범도 인생을 음악으로 흐르게 한다.

수원콘서트콰이어와 함께 소프라노 조지영(이옥영 역), 테너 배은환(홍범도 역), 바리톤 석상근(독립군 역)이 솔로로 출연,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했던 독립군들의 치열한 모습을 대변하고 작품의 큰 줄기를 형성한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연대기적 서사로 전개되지 않고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대한제국이 독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가 스스로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 진정한 ‘독립국가’가 되지 못하고 신탁통치로 전락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모스크바3상회의’로부터 출발한다.

대한은 독립전쟁의 역사가 없어 스스로 독립할 의지가 없는 국가라는 강대국들의 결정에 ‘대한의 역사에도 역사에 남을 치열한 독립전쟁이 존재함을 설명하기 위해’ 봉오동 전투 현장으로 훅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합창드라마가 펼쳐진다.

● 봉오동 전투와 사랑이야기 총 5장으로 전개

창작 칸타타 ‘산포수 홍범도’가 오는 4월 27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초연된다. 왼쪽부터 지휘 김기웅, 음악감독 한숙현. 소리꾼 이영태. ⓒ수원시음악협회 제공


제1장은 미리 승리할 계획을 정확히 구상하는 ‘선승구전(先勝求戰)’으로써 봉오동 계곡이라는 거대한 함정으로 일본군을 유인해 매복 독립군들이 일제히 공격하는 봉오동 전투의 전법을 생생하게 선보인다.

제2장은 홍범도가 비구니였던 아내 옥영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꾸미지만 곧 건달패를 만나 아내를 빼앗기는데 설상가상으로 1895년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살해당하는 을미사변까지 발생하면서 홍범도는 ‘아내도 국모도 빼앗기는’ 인생이 아니라 건달패를, 일본낭인을 쫓는 자로서 호랑이를 잡는 산포수로 변신, 총을 들고 최초의 의병활동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장은 객주집에서 산포수들의 객담을 듣던 중 옥영이 산삼을 홍삼으로 만드는 증포소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와 눈물로 상봉하는 내용과 아내의 독립군 지원에 힘입어 홍범도가 최초의 독립군 부대를 창설하고 일본군을 무찌르는 활약상을 그린다.

제4장은 독립군들의 연전연승을 막기 위해 홍범도를 생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일본헌병대는 아내 옥영을 인질로 붙잡아 갖은 고문을 가하지만, 옥영은 홍범도의 소재지를 밝히지 않은 채 끝내 자결하게 되고, 아들은 옥에서 탈출하지만 일본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다. 홍범도는 뒤늦게 이 사실을 보고받고 헌병대를 초토화한 후 아내의 유해를 되찾고 장부는 피눈물로 울부짖는다.

피날레 제5장에서는 독립군에게 식량을 조달한다는 핑계로 국경선 주민들을 학살하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간도로 후퇴하지만 홍범도는 봉오동 부근에 정착 전투에서 대승으로 가둔 후 일본군의 공격으로 곤경에 빠진 김좌진 장군을 돕기 위해 청산리로 향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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