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신발에 묻은 먼지도 작품이 된다...김홍식 그래피티 전시회 ‘관객 공모’
5월22일까지 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4 개최
관객을 작품 제작과정에 끌어들이는 ‘개입’ 도입
‘사라질 것들’ 잡아두고 싶은 아련한 감정 표현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5.08 14:17
의견
0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관람객 신발에 묻은 먼지도 작품이 되는 그래피티 전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관객을 작품 제작과정에 끌어들이는 ‘개입’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김홍식 작가의 개인전 ‘관객 공모’가 5월 2일부터 5월 22일까지 다양한 예술실험을 지향하는 예술공간 스페이스유닛4(SpaceUnit4)에서 열리고 있다.
김홍식의 그래피티(스트리트 아트)에는 초기 팝아트의 아방가르드 정신과 뒤샹으로부터 이어지는 개념주의적 요소,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형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개입’은 그의 작업을 지배하는 단어다.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를 쓴 마셜 맥루언의 미디어론과 미술에 대한 견해를 따른 결과다. 그의 개입은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도달한다. 그리고 최근 전시 ‘도시의 단서’에서 나타나듯 관객을 작품 제작과정에 끌어들인다.
‘관객 공모’는 ‘도시의 단서’에서 선보인 벽을 뒤덮은 공사용 보양 비닐과 관객이 밟으며 감상하도록 바닥에 흩뿌려 놓은 그림들로 구성된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그는 기존의 그래피티에 대한 관념이라 할 수 있는 ‘자유’나 ‘반항’ 따위의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 대신에 언제 지워지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취약성’에 주목한다. 한 눈에 보기에 오염되고 흐트러진 공간을 연출한 전시지만, 비닐을 걷어내고 나면 그 흔적이 너무나도 손쉽게 사라져버리는 구성이 그의 관점을 지지한다.
작가는 “공적 영역인 도시의 길거리에 낙서를 던지는 순간, 그것은 이미 소통이며 세계의 일부분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피티를 개인적인 활동이 아닌 ‘소통 지향의 작업’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전에 합의된 낙서’, 즉 전시되는 그래피티의 상실된 본질을 되찾을 방법이 없음을 시인하고 관객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한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가지고 오는 도시의 먼지와 필연적인 마모를 통해 얻어낸 낙서의 파편과 비닐, 마스킹 테이프 등은 전시가 끝난 후에 절개되어 캔버스 위에 올려진다. 이로써 전시와 전시가 연결되고 작품 제작과정 자체를 전시하는 순환구조가 생성된다.
어쩌면 작가는 전시의 일회성과 그래피티의 장소성이 합치된 결과물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둘 모두 ‘사라질 것들’을 잡아두고 싶은 아련한 감정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질에 집착하지 않고, 본연 이외의 것을 품음으로써 의식을 확장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확고한 것만은 확실하다.
스페이스유닛은 서울 중구 을지로 143에 있다. 전시는 수·목·금·토 오후 1~5시 열린다.
/kim67@classicbiz.kr
저작권자 ⓒ Classic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