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짜리 ‘투란도트’ 무대디자인팀 “공연장 둘러보니 아이디어 샘솟아...기존 포맷 바꿔 공연”

12월 코엑스 공연 앞두고 사전 방문해 점검
“IT강국 한국의 장점 잘 살리면 충분히 경쟁력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대형무대 놓치면 후회“

송인호 객원기자 승인 2024.06.18 14:51 의견 0
12월 공연을 앞두고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디자인팀의 크리스티아나 피코(왼쪽)와 플로리안 보제가 한국을 방문해 공연장을 둘러보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굿스테이지 제공


[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박정옥 기자] 오는 12월말에 2024년 대미를 장식할 거대 오페라가 제작된다. 지금부터 11년 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세기의 오페라가 공연됐다. 바로 푸치니의 ‘투란도트’. 당시 세계적인 중국의 영화감독 장이모우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당시 누적관객 11만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 제작팀이 다시 힘을 모아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 전관을 빌려 공연을 한다. ‘투란도트’는 스케일이 큰 엄청난 대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작품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국내 오페라 역사상 최대의 프로젝트로서 200억원이 투입된다.

이 공연을 위해 사전 준비차 오페라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 피렌체극장의 오리지널 무대디자인팀이 내한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티아나 피코와 플로리안 보제를 만나 ‘투란도트’ 무대미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12월 공연을 앞두고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디자인팀의 플로리안 보제가 한국을 방문해 공연장을 둘러보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굿스테이지 제공


- 먼저 이번 무대디자인은 한국 상황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이 되나.

“푸치니가 작곡하면서 생각했던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페라는 세계적인 공통 언어다. 푸치니가 작곡을 할 당시 동양에 대해 심취해 있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한다. 다만 한국의 무대상황에 맞게끔 고려해서 디자인 작업을 할 것이다.”

- 오랫동안 오페라 무대디자인 작업을 해 왔다. 그런 측면에서 현장에 대한 감이랄까, 본인들만이 갖고 있는 이번 한국의 무대에 대한 느낌은.

“그동안 많은 작품을 디자인해 왔으며 다양한 국가와 여러 사람과 협업하며 같이 일했다. 그래서 우리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오페라 무대라는 점에서 현장은 항상 같다. 다만 우리의 생각과 콘셉트를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시대상황이 많이 변했다. 그동안 전통적인 방식에서 오페라공연을 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는 그런 현장에 대한 공부와 새로운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디자인작업을 진행한다.”

- 이탈리아 무대디자인의 차별점은.

“오페라라는 것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서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예술행위다. 예전에는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중요시 했지만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다. 동서양의 혼합, 즉 퓨전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페라 강국으로서 세계적인 오페라 제작의 극장 시스템을 갖고 있다. 거기에서 얻어진 경험은 굉장히 큰 강점이다. 이 점을 잘 활용한다면 아마 한국도 무대제작에서 더 발전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IT강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두개가 결합된다면 아마도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다.”

12월 공연을 앞두고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디자인팀의 크리스티아나 피코가 한국을 방문해 공연장을 둘러보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굿스테이지 제공


- 한국에서 공연이 펼치질 장소를 답사했는데 예상되는 어려움은. 그리고 한국팀과의 의사소통은.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조금 디자인을 수정할 생각이다. 기존의 무대보다 더 멋지고 훌륭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팀과의 소통은 아주 좋다. 특히 제작을 맡은 박현준 예술감독은 항해하는 배로 치면 멋진 선장이다. 도전과 모험심이 가득한 사람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박 감독은 이미 ‘투란도트’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그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환상적인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 이번 공연에 대한 의의는.

“오페라는 역사가 오래된 공연예술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을 통해 이 아름다운 문화를 계승시켜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이 공연을 보러 단 한명의 어린아이가 온다면 그것은 미래의 오페라 발전에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본다.”

- 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한마디.

“여러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정말 승리감을 맛보게 해 줄 것이다. 또한 압도적인 무대디자인으로 몰입감을 극대화 할 것이다. 클래식음악이나 오페라에 대해 몰랐던 사람도 환상적인 무대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은 없다.”

12월 공연예정인 오페라 ‘두란도트’의 박현준 총예술감독(왼쪽에서 네번째)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연 뒤 참석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정옥 기자


<백브리핑> 박현준 총예술감독 “매년 연말 대규모 오페라 감동 선사할 것”

“지난 2년 동안 작품 준비에만 몰두했습니다. 1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매년 연말 마다 대규모 오페라의 감동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오페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오는 12월 22~31일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열리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사령탑을 맡은 박현준 총예술감독은 공연 성공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페라는 세계적으로 극장 공연은 어려워지고 페스티벌 콘텐츠만 살아남았다”면서 “이번 공연은 일종의 페스티벌이다. 그리고 매년 연말 이런 공연을 올리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2003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국내 야외 오페라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공연장에는 길이 45m, 높이 17m의 대형 무대와 7000석 규모의 객석이 마련된다. 박 감독은 “현재 추산하는 제작비가 160억원이지만 최대 200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작 라인업이 탄탄하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이 40년 만에 제작하는 ‘투란도트’의 새 프로덕션 연출을 맡은 다비데 리베모어가 서울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파올로 카리냐니와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 테너 호세 쿠라가 지휘를 각각 나눠 맡는다. 쿠라는 칼라프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투란도트 역)과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칼라프 역) 등 월클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소프라노 박미혜(서울대 음대 교수)는 이탈리아 소프라노 다리아 미시에로와 칼라프를 짝사랑하다 비극적 죽음을 맞는 류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티켓 가격은 비싸다. VIP석 100만원, R석 30만원, S석 25만원, A석 15만원이다. 박 감독은 “100만원에 책정된 티켓은 주로 기업 마케팅용으로 활용될 것이다”라며 “2003년 공연 당시 50만원짜리 티켓에 대해 비싸다고 많은 우려를 했지만 가장 먼저 매진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오페라 티켓 최고가는 2003년 야외 오페라 ‘아이다’의 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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