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 연주자 유성권은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하면서 “따뜻한 바순 소리는 연주할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유성권 제공
[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금호문화재단이 연례적으로 해오는 ‘아름다운 목요일’이 올해는 ‘네트워크(NET; WORK)’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네트워크’는 각 연주자가 시대와 작곡가, 작품을 관통하는 연결 고리를 통해 직접 공연 콘셉트를 기획하는 시리즈다.
이 ‘네트워크’에 대한민국 관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바수니스트 유성권이 출연했다. 유성권은 16세에 베를린 국립음악대학교에 최연소 입학 및 졸업을 했다. 21세의 나이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바수니스트로 입단, 악단 전 파트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로 활동하며 또 하나의 경이적인 최연소 수식어를 남겼다.
이뿐만 아니라 수석 입단한지 6개월 만에 종신단원으로 임명이 될 정도로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그는 현재까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DSO),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도이치오퍼 베를린, 코미쉬오퍼 베를린 객원 수석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7월 4일 ‘아름다운 목요일’ 공연을 한다. 이번 공연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이번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하는 아름다운 목요일 ‘네트워크’ 시리즈는 제 한국에서의 첫 독주회인데요. 오랫동안 기다린 순간입니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참 좋은 순간에 저에게 온 첫 독주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네트워크’ 시리즈는 연주자가 직접 작품을 페어링하고 연결고리를 소개하는 스페셜 큐레이션의 무대입니다. 그래서 작곡가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해보니 작곡가와 저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작곡가들의 연결고리를 찾았고 지금까지의 제 독일 생활들을 프로그램에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첫번째 곡인 안톤 라이하의 소나타는 저를 베를린 국립음대에 오게 한 곡인데요. 제가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음반에 수록된 곡입니다. 저의 은사이신 에카르트 휘브너의 음반입니다. 저는 이 음반을 너무나 좋아해서 베를린 국립음대에 꼭 들어오고 싶었고 휘브너 선생님께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선생님께 레슨 받았던 곡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라이하의 소나타를 이번 독주회의 첫 번째 곡으로 선정하고 싶었습니다. 독일에서의 첫 시작을 알린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빅토르 브룬스의 솔로 곡은 제가 2017년 음반 녹음을 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빅토르 브룬스는 독일의 바순 연주자이자 작곡가입니다. 많이 연주되지 않는 숨겨진 아름다운 곡입니다. 저도 음반 녹음을 통해 이 곡을 알게 되었고 이번 금호아트홀에서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피아니스트 김재원 선생님과는 2019년 같이 음반 녹음도 했고 많은 연주를 같이하고 있는데요. 같이 음반 작업을 했던 생상스의 소나타도 이번 무대에서 연주하게 되어서 기대되고 설렙니다.“
바순 연주자 유성권은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하면서 “따뜻한 바순 소리는 연주할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유성권 제공
-상당히 어릴 때부터 바순을 시작했는데 바순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나.
“바순은 만 11세에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했죠. 초등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웠는데 그때 저에게 부는 관악기가 잘 맞는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던 것 같아요. 리코더를 손에서 한 순간도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예고를 다니다가 독일로 유학을 갔다. 왜 독일로 갔나.
“감사하게도 저의 스승이신 김병엽 선생님께서 늘 유학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일찍 유학을 나가 더 큰 세상에서 배워 보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연주자들이 많았던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바순 연주자 유성권은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하면서 “따뜻한 바순 소리는 연주할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유성권 제공
-21살의 나이에 베를린방송교향악단 최연소 수석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그때가 2009년인데요. 저는 그 당시만 해도 경험도 없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만 해보았죠. 그래서 오디션 당일까지도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즐겁게 하자’라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근데 1차, 2차를 지나 점점 6차 오디션까지 올라가면서 기대도 커졌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두 명의 응시자 중 제가 합격했을 때는 오히려 얼떨떨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바로 부모님께 전화드렸습니다. ‘나 됐어!’라고요.”
-‘바순’이란 악기는 상당히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오케스트라 전체에서는 중간 어디쯤 위치한 관현악기로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런 악기로 솔로 연주를 한다. ‘바순’의 참 된 매력은 무엇이며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나.
“모든 오케스트라의 중심에는 목관 수석들이 위치합니다. 앞줄에는 플루트와 오보에 그리고 그 뒤에 클라리넷과 바순이죠. 제가 생각하는 바순의 매력은 소리인 것 같습니다. 현악기 중 첼로와 같은 음역대를 내는 데요. 저는 바순의 따뜻한 소리가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좋아하는 바순 연주자는.
“저의 선생님이신 에카르트 휘브너입니다. 늘 선생님 같은 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소리를 가진 연주자가 되고 싶고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마음을 가지는 지에 따라 저의 소리도 또 달라지겠죠. 따뜻한 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주자로 남고 싶나.
“전에는 늘 무언가를 하고 앞서가는 연주가이고 싶었어요. 욕심도 경쟁심도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좋은 연주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60대, 70대가 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앞도 보고 가야겠지만 주위도 살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을 인터뷰 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다. 당신에게서 ‘바순’이란 무엇인가.
“‘친구’죠. 항상 함께 하죠. 그리고 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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