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록환 교수가 ‘31살 이등병 아들을 생각하며’를 출간했다. ⓒ김록환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다문화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록환 교수(삼육보건대)는 아들이 입대하기 전날 ‘감동적인’ 노래를 들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아들은 영화 ‘탑건: 매버릭’의 OST인 원리퍼블릭의 ‘I ain’t worried’를 불러줬다. 국방의 의무에 나서는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엄빠를 위해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요”라며 먼저 위로해준 것. 속 깊은 아들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지만 자식을 보내는 부모 입장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근심을 달고 산다. 더욱이 아들은 31세라는 늦은 나이에 군 생활을 시작했다. 핑계 같지만 늦은 입대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목표로 하는 시험이 있어서 준비하던 중 ‘조금만 더해야지’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2023년 뜨거운 여름에 신병교육대로 입영했다.

사실 아들은 정말로 군대에 가고 싶어 했다. 힘들다는 해난구조대와 같은 특수 부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낙방해 원하는 부대의 꿈을 이루지 못하자, 부모는 아쉬운 마음에 아들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군대에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반대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후회만 남는다.

입영통지서를 받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입대하는 아들을 보며 기쁜 마음으로 응원했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돼 자신보다 열 살 어린 선후임들과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18개월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다문화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록환 교수가 ‘31살 이등병 아들을 생각하며’를 출간했다. ⓒ김록환 제공


김록환 교수가 ‘31살 이등병 아들을 생각하며’(다사랑책방·144쪽·1만2000원)를 출간했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군 생활을 시작해 33세에 병장으로 전역한 아들을 생각하며 쓴 책이다. 18개월 동안 쓴 편지와 글을 모았다. 대부분 사사로운 이야기만 뜨거운 청춘의 한때를 기록해주고 싶은 마음에 틈틈이 적었다. 그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대한민국 군인 부모로 사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출판 이유를 밝혔다.

김록환 교수는 아들의 전역식을 잊지 못한다. 다리를 다쳐 아들이 전역하는 날 휠체어를 탄 채로 경례를 받았다. 나이가 많은 아들은 부대원을 대표해 ‘차렷’ ‘부모님께 대하여 경례’를 우렁찬 목소리로 선창했고, 모두들 아들의 구령에 맞춰 일제히 ‘필승’을 외치며 경례했다. 아버지도 ‘필승’ 거수경례를 하며 화답했다.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어디선가 간부인 군인이 다가와서 “아드님이 군대 생활을 정말 잘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아드님을 군대에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하면서 ‘필승’ 경례를 했다. 자녀들을 군대에 보낸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에게 바친 경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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