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연극 무대에 컴백하는 배우 이영애가 11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 열린 첫 리딩에 참가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입니다. 32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영애가 11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 열린 첫 리딩 현장에서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LG아트센터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오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헤다 가블러’를 무대에 올린다.
이영애는 “그 동안 드라마, 영화 등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배우로서 항상 목마름이 있었다”라며 “50대가 된 지금 여자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헤다’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오직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헨리크 입센 원작의 ‘헤다 가블러’는 ‘대장금’ ‘친절한 금자씨’ ‘봄날은 간다’ 등 다양한 배역을 통해 대체불가 존재감을 선보여온 이영애의 32년만의 연극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이영애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인물인 ‘헤다’를 강렬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해낼 예정이다.
32년만에 연극 무대에 컴백하는 배우 이영애가 11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 열린 ‘헤다 가블러’ 첫 리딩에 참가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첫 리딩 현장에는 이영애를 비롯해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이정미, 조어진 등 출연 배우들과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연출가 전인철, 무대 디자이너 박상봉, 사운드 디자이너 카입, 의상 디자이너 김환 등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또한 노르웨이 왕실공로훈장을 수훈한 입센 권위자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가 자문으로 함께 자리했다.
제작 총괄을 맡은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LG아트센터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헤다 가블러’를 선보이게 됐다”며 “관객들과 뜻 깊은 날을 기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LG아트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확고히 보여주는 작품을 공연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제작의 이유를 밝혔다.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헤다 가블러’에는 다양한 무대를 통해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온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한다. 윗줄 왼쪽부터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아랫줄 왼쪽부터 백지원, 이정미, 조어진. ⓒLG아트센터 제공
연극 ‘헤다 가블러’에는 다양한 무대를 통해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온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한다.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에 김정호,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에 지현준,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뢰브보그’ 역에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친구 ‘테아’ 역에 백지원,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고모 ‘테스만’ 역에 이정미, 헤다의 하녀 ‘베르트’ 역에 조어진이 출연해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다.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이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그동안 세계의 많은 무대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불러 일으켜 왔다. 특히 이번 작품은 ‘헤다 가블러’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2006)을 수상한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을 사용해 동시대 관객들에게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헤다 가블러’ 연출을 맡은 전인철은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욕망을 너무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2025년 동시대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아트센터 제공
전인천 연출은 “그간 수많은 대작들을 통해 대단한 연극적 경험을 해왔던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작업을 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1890년에 쓴 작품이지만 읽을수록 대단히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욕망을 너무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2025년 동시대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의 주인공이자 ‘치밀한 텍스트 분석의 달인’으로 불리는 전인철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헤다의 다층적인 내면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복잡한 심리와 불안을 담아내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회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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