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배혜리가 5월 1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배혜리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리사이틀 포스터의 색감이 전체적으로 화사하다. 거기에 더해 분홍 장미꽃까지 한아름 들고 있어 더 따듯하다. 꽃다발 위에는 ‘사랑·감사·기쁨’이라는 글씨를 일부러 넣었다. 이번 공연의 목적을 뚜렷이 보여준다. 지금까지 저의 음악을 들어주신 모든 분들게 바치는 헌정의 무대다.

소프라노 배혜리가 15일(목)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그는 “공연의 큰 주제는 인생 여정이다”라며 “그중 아름다운 5월 가정의 달에 초점을 맞춰 사랑·감사·기쁨을 키워드로 한 가곡과 아리아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강경신이 반주를 맡는다.

1부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를 부른다. 원래는 소프라노 독창과 관현악으로 이뤄진 곡이다. 제1곡 ‘봄(Frühling)’, 제2곡 ‘9월(September)’, 제3곡 ‘잠자리에 들 때(Beim Schlafengehen)’는 헤르만 헤세의 시에 선율을 붙였고, 제4곡 ‘저녁노을(Im Abendrot)’은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의 시를 노랫말로 삼았다.

사실상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작품이다. 나치에 협력했다는 사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내 파울리네와 함께 스위스 곳곳을 떠돌던 시기에 작곡했다. 추억에 대한 회상, 죽음을 앞둔 노년의 심경이 애잔하게 서려 있다. 또한 당대의 소프라노 가수였던 아내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배혜리의 목소리를 타고 이런 씁쓸한 스토리가 관객 가슴으로 날아와 박히리라.

2부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가곡 삼종세트를 풀어 놓는다. 안토니오 세키의 ‘그리운 임을 떠나(Lungi dal caro bene)’, 루이지 아르디티의 ‘입맞춤(Il bacio)’,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꾸고 난 후(Après un rêve)’ ‘사랑의 노래(Chanson d’amour)’를 부른다. 또한 이지수의 ‘아라리요’(이승민 시)와 이원주의 ‘연’(김동현 시)으로 고막여친 매력을 뽐낸다.

‘사르수엘라(zarzuela)’는 노래·대사·춤이 혼합된 스페인 고유의 오페라다. 지금의 일반적인 종합예술로서의 오페라보다는 규모가 작은 로컬 민속극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국내 무대에서는 자주 연주되지 않은 귀한 장르다. 헤로니모 히메네스와 미겔 니에토가 작곡한 ‘세비야의 이발사(El Barbero de Sevilla)’에 나오는 ‘나를 미인이라 불러요(Me llaman la Primorosa)’를 넣었다. 배혜리가 이번 독창회에서 특히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함께 힘을 준 곡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난봉꾼의 인생역정(The Rake’s Progress)’에 나오는 ‘톰으로부터 말이 없네(No word from Tom)’와 ‘나는 그에게 간다(I go to him)’도 기대되는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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