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지휘자인 최재혁이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2017년) 우승에 이어 지휘 부문(2025년)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사진은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최재혁(가운데)이 던칸 와드(왼쪽)·사이먼 래틀(오른쪽)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앙상블블랭크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앞으로 작곡가 겸 지휘자인 최재혁의 별명은 ‘제네바 콩쿠르의 사나이’다.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 1위를 수상하며 주목받은 최재혁이 이번엔 ‘2025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지휘 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지휘 부문은 1994년 이후 31년 만에 부활했으며, 당시 우승자는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지낸 앨런 길버트다.

최재혁이 이끌고 있는 앙상블블랭크(Ensemble Blank)는 “최재혁이 제네바 콩쿠르 지휘 부문에서 본선에 진출했다”고 22일 밝혔다. 본선 진출자는 모두 24명이다.

그동안 최재혁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띄었다. 작곡가로서 제네바 국제 콩쿠르를 비롯해 메뉴힌 국제 콩쿠르, 벤프 페스티벌,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콜럼버스 실내악축제 등의 위촉을 받아 국제적 입지를 다져왔으며, 유니버설 에디션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해 작품 세계를 넓혔다.

지휘자로서의 데뷔는 극적이었다.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마티아스 핀처를 대신해 사이먼 래틀의 선택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슈톡하우젠의 ‘그루펜(Gruppen)’을 공동 지휘하며 무대에 섰다.

이후 그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등 스위스의 주요 지휘 프로그램을 거치며 스위스 음악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또한 최재혁은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얍 판 츠베덴 지휘 펠로우십을 수행했고, 2024년 부쿠레슈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며 지휘자로서도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가 2015년에 창단한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블랭크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소개해 왔다. 특히 앙상블블랭크는 2024년 롯데콘서트홀이 기획한 BBC 프롬스 코리아에 초청돼 최재혁의 제네바 콩쿠르 우승 작품을 클라리네티스트 제롬 콤테의 연주와 최재혁의 지휘로 한국 초연했다.

줄리어드 음악원,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 메네스 음악원에서 수학한 최재혁은 이번 지휘 부문 본선을 통해, 다시 한 번 제네바라는 이름 아래 작곡가와 지휘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여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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