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김인하는 오는 6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첼로 에세이’라는 타이틀로 개최하고 있는 아홉 번째 독주회를 연다. ⓒ김인하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음악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력이지만, 그 다음은 ‘소통’이에요. 딱 알맞은 곡을 골라 프로그램의 스토리를 엮어나가는 이유도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리사이틀 소통도 기대해주세요.”
첼리스트 김인하는 ‘불도저 김인하’다. 무엇 하나를 결심하면 끝까지 밀고 나간다. 중단이 없다. ‘첼로 에세이(Cello Essay)’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리사이틀이 벌써 9회차를 맞았다. 오는 6월 15일(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아홉 번째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독주회는 피아니스트 황보영이 함께한다.
김인하는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영국 북부왕립음악원, 미국 인디애나 음대에서 공부하며 탄탄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특히 미국 유학 시절에 첼로의 거장 야노스 슈타커(1924~2013)를 사사하며 연주디플롬 과정을 수료했다. 체코, 슬로바키아, 러시아, 오스트리아, 중국, 홍콩 등에서 다수의 초청 연주를 했고 이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해왔다.
“음악을 시작한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공부해야할 레퍼토리가 산더미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써내려가듯 ‘김인하 다운’ 음악의 길을 열어나간다는 의미로 첼로 에세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10일 인터뷰에서도 그는 매회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음악회를 만들까, 늘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곡가는 헝가리 출신의 에른스트 폰 도흐나니(1877~1960)다. 헝가리 식으로 이름을 표기하면 ‘도흐나니 에르뇌’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독일어 이름으로 표기해 발표했기 때문에 ‘에른스트 폰 도흐나니’로 불린다.
김인하는 도흐나니의 ‘루랄리아 훙가리카(Op.32d)’와 ‘첼로 소나타(Op.8)’ 두 작품을 연주한다. ‘루랄리아 훙가리카(Ruralia Hungarica)’는 원래 1823년 작곡된 피아노곡(Op.32a)인데, 2악장 ‘andante rubato, alla zingaresca’를 따로 떼어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Op.32d)으로 편곡한 곡을 들려준다. 헝가리 민속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도흐나니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일은 항상 가장 어려워요. 모든 곡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져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거기에 더해 매번 새롭고 도전적인 곡, 그리고 저에게도 자극을 주는 곡을 찾아야 합니다. 좀 까다롭죠. 철저한 셀프검열입니다. 첼로 인생의 스승님들 중 가장 마지막에 만났던 헝가리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의 영향도 컸습니다.”
사실 도흐나니의 소나타와 콘체르토 소품은 첼리스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행히 스승 슈타커는 도흐나니와 친분이 깊었다. 같이 음반 녹음도 했다. 인디애나 음대 재학시절 스승은 도흐나니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주 말해주곤 했다. 그래서 도흐나니의 곡을 꼭 연주해보고 싶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이번 독주회 전반에 깔려있는 배경은 미국이다. 슈타커는 인디애나대학교, 도흐나니는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였다. 두 사람 모두 미국으로 망명한 헝가리 음악가다. 거기에 미국 태생의 작곡가 조지 크럼(1929~2022)과 사무엘 바버(1910~1981)의 소나타도 넣었다.
김인하는 2013년부터 중국 선전필하모닉 첼로 수석과 선전교향악단 단원으로 활약했으며, 다양한 실내악 및 독주 무대를 통해 연주 영역을 확장해왔다. 2020년 귀국 후에는 활발한 연주 활동과 함께 연세대, 세종대, 숙명여대 영재교육원, 서울교대 평생교육원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인하는 독주뿐만 아니라 실내악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것 역시 ‘소통’의 일환이다. ‘솔리스 앙상블’ ‘Celli the SNUa’ ‘앙상블 클랑’ ‘가우디움 앙상블’ 등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피아노는 혼자 다 할 수 있지만 첼로는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에요.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듯, 각기 다른 연주자가 하나의 소리를 내기위해 노력하고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매력이 있어 실내악 연주를 좋아해요. 독주회도 피아노와 독주악기가 연주하는 듀오라고 보면 됩니다. 피아니스트와 음악적 견해를 나누고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연주가 관객에게 잘 전달돼 음악회장 안의 모든 사람이 음악 안에서 소통하는 시간을 선물하겠습니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