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디가 돼달라”...체코필 단원들이 영입한 세묜 비치코프의 ‘올 드보르자크’

10월24일 예술의전당서 ‘사육제 서곡’ ‘교향곡 7번’ 연주
‘일본의 조성진’ 후지타 마오는 피아노협주곡 g단조 선사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7.19 16:03 | 최종 수정 2023.09.19 08:56 의견 0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이끌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이 오는 10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으로 체코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1952년생)는 ‘행동하는 마에스트로’다. 체코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그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못했던 조부 등 아픈 가족사를 공개하며 “악과 대면했을 때 침묵하면 공범이 될 수 있다. 지금 침묵한다는 것은 우리의 양심과 가치,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의 고귀함에 대한 배신이다”라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2018년도부터 체코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그는 일명 ‘대디(Daddy)’로 불린다. 2017년 오랜 지휘자였던 이르지 벨로홀라베크가 타계하고 슬픔에 빠져 있던 체코 필하모닉은 그가 이끈 공연에 매우 감동했다. 단원들이 우르르 무대 뒤로 찾아와 ‘아우어 대디(Our Daddy)’가 돼달라고 요청한다. 이후 공식적으로 진행된 단원들의 투표에서 ‘100% 찬성표’를 받으며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 하게 됐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동유럽의 음악 강국 체코를 대표하는 체코 필하모닉과 상임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오는 10월 24일(화)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의 첫 한국 협연 무대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체코의 국민 작곡가인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작품만을 선택해 체코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유니크한 레퍼토리로 정통성 있는 오케스트라가 써내려가는 보헤미안의 드라마가 2시간 동안 펼쳐진다.

인아츠프로덕션의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오는 7월 20일(목) 예매를 시작하며, 특별히 오픈 당일 한정 수량으로 얼리버드 혜택이 적용된 티켓이 판매될 예정이다.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이끌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이 오는 10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으로 체코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동유럽 오케스트라의 대표이자 맏형인 체코 필하모닉. 이 악단의 역사적 유산은 체코의 국민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직접 지휘대에 올랐던 1896년 창단 연주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라하 시내 중심에 위치해 현재도 악단의 주 무대로 활용되는 루돌피눔 홀. 이곳에서 열린 창단 공연에서 드보르자크는 ‘성서의 노래’를 초연했다. 그의 새로운 작품과 체코 필하모닉을 동시에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체코 필하모닉은 특히 체코 출신 유명 작곡가들의 레퍼토리에 대한 명확한 해석으로 정평이 났다.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7번’, 레오시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등 유명 레퍼토리를 초연했고, 보헤미안적인 독특한 음색과 전통적인 스타일을 계속해서 유지해 오고 있다.

1991년 첫 내한공연 이후 그동안 다섯 차례 있었던 공연에서 체코 필하모닉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곡들을 엄선해 선보여 왔다. 당연하게도 체코의 대표 작곡가인 드보르자크, 말러,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작품들을 빼놓지 않았는데, 이번 2023년 내한은 더욱 특별하게 준비했다.

체코의 작곡가들과 다른 대중적인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들을 섞어서 선보였던 그간의 공연들과 달리, 체코 필하모닉의 필살기인 ‘올 드보르자크’ 작품으로만 정면 승부할 예정. 드보르자크의 ‘사육제 서곡’ ‘교향곡 7번’ 등 체코 필하모닉의 지문과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특히나 자주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 g단조’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선보인다. 마치 좋은 와인의 떼루아와 같이, 은연 중 묻어나는 체코 필하모닉만의 고유한 향기, 감성적이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드보르자크의 감성이 온전히 재현될 것이다

● 체코필의 온화한 대디, 가장 아름다운 연주 들려주다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이끌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이 오는 10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으로 체코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누구보다 온화하고 인간적인 비치코프는 체코 필하모닉이 지닌 정체성, 음악적 특징에 매우 집중하며 그 음악적 면모를 십분 살려내고 있다. ‘BBC뮤직 매거진’은 “세묜 비치코프와 체코 필하모닉의 2017년 레코딩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준다”고 극찬했고, ‘라임라이트’ 매거진은 “절묘한 균형감과 예리한 심리적 해석을 지닌 지휘자다”라는 평을 남겼다.

이번 체코 필하모닉의 무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상임지휘자 비치코프와 함께하는 첫 내한이기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2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매네스 음대를 졸업했고, 바로 동 대학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1985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데뷔했고, 여전히 베를린 필하모닉과도 꾸준한 연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이며, 매년 BBC 프롬스 무대에 초대받아 오르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치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최초의 음악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연설을 한 이후 BBC 하드 토크(HARD Talk) 등 유럽과 미국의 방송에 출연하여 전쟁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피력해왔다.

● ‘일본의 조성진’ 후지타 마오 첫 국내 협연무대

'일본의 조성진'으로 통하는 일본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가 세묜 비치코프가 이끌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과 오는 10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일본을 대표하는 신성’ 후지타 마오는 음악적 감수성과 타고난 예술성으로 모두를 사로잡는 피아니스트다. 도쿄 출신의 일본 국내파였던 그는 2017년 도쿄 음악대학 재학 중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과 동시에 3개 부문 상을 휩쓸며 클래식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자신만의 특별한 음악성을 세계에 알렸다.

그는 클래식 명문 음반 레이블 소니 클래식컬과 전속 월드와이드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일본인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간 소니 클래식컬과 같은 계약을 체결했던 일본인 아티스트는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인 다이신 카지모토가 유일하다. 마오의 이번 계약은 22년 만의 쾌거로 일본 클래식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니에서 발매한 그의 첫 앨범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이다. 2021년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이미 입증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다시 한번 완벽한 음반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세계적인 실내악 공연장인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5번의 시리즈로 또 한 번 모차르트 전곡 소나타와 변주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할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극도로 까다로워 피아니스트들이 기피하기로 유명한 드보르자크 ‘피아노 협주곡 g단조’의 오리지널 버전을 선택해 선보인다.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25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펼쳐질 체코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서는 드보르자크가 사랑했던 보헤미아의 자연 풍광과 그로부터 유래한 서사적 드라마들이 장대하게 펼쳐질 것이다. 특유의 진지하고도 치밀한 해석으로 정수만을 전달할 세묜 비치코프의 첫 내한 지휘 또한 기대할 만하다. 드보르자크부터 이어온 124년 체코 필하모닉의 전통성을 그대로 체험할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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