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서울국제음악제(SIMF)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총 6회의 무대를 선보인다. 사진은 SIMF오케스트라.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서울 한복판에 ‘음악 춤바람’이 펼쳐진다. 왈츠, 탱고, 발레 등 서양 음악사를 이끌어온 ‘춤’이라는 요소를 매개로 클래식 음악이 전하는 삶의 활력과 기쁨을 1주일 동안 관객과 나눈다.
2025서울국제음악제(SIMF)가 오는 10월 30일(목)부터 11월 6일(목)까지 일주일간 총 6회의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의 주제는 ‘Dance with Me’다.
2009년부터 시작된 서울국제음악제는 류재준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하며, 한국 대표 클래식 축제로 자리매김해 올해로 제17회를 맞이한다.
이번 축제의 주요 출연진으로는 세계적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 ‘호르니스트들의 호르니스트’로 불리는 라덱 바보락, 그리고 2022년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과 2024년 교향악축제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있다.
또한 ‘앙상블 오푸스’의 국내 정상급 연주력을 구심점으로 서울국제음악제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SIMF오케스트라(악장 김다미·백주영·김재원)는 오케스트라, 현악 오케스트라,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아우르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서울국제음악제 피날레 무대에서는 SIMF오케스트라가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타케미츠 토오루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을 한국 초연해 음악과 문화 교류의 만남에 특별한 가치를 더한다.
여기에 일본의 정상급 연주자인 클라리네티스트 요시노 아키나, 호르니스트 하마지 카나메, 트롬보니스트 시미즈 마유미가 오케스트라 수석을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키타다 치히로가 합류해 한국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예술적 교류의 장을 확대한다.
#1. 개막음악회 ‘SIMF오케스트라 with 라덱 바보락’: 김홍박과 호른 연주
2025서울국제음악제(SIMF)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총 6회의 무대를 선보인다. 사진은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서울국제음악제 개막음악회(10월30일 오후 7시30분/롯데콘서트홀)는 음악제를 관통하는 주제인 춤을 호른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막을 여는 작품은 다소 의외의 악기 조합인 모차르트의 ‘두 대의 호른, 바순과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K.205)’. 천재 음악가의 유쾌한 감성이 고전 음악 특유의 균형미를 바탕으로 한 호른의 온화한 음색을 타고 흐른다.
하이든/로세티 ‘두 대의 호른을 위한 협주곡’에서는 두 호른이 서로 대화하듯 주제를 주고받으며 생동감을 더하고, 이어 연주되는 이탈리아의 호르니스트 살리에티의 ‘호른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모음곡(오케스트라 버전)’은 관현악의 풍성한 음향과 호른의 따듯한 선율이 춤곡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마지막 곡으로는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가 연주돼 고조된 무대의 공기를 매혹적인 탱고 리듬이 더욱 뜨겁고 화려하게 발산해 피날레를 장식한다.
살롱 무도회가 떠오르는 우아함과 친밀함으로 관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물론, 명실상부 최고의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과 김홍박의 연주로 호른의 매력을 한층 깊이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축제의 화려한 첫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2. SIMF 실내악 ‘독일의 춤’: 베토벤·멘델스존·슈베르트의 춤곡
서울국제음악제 두 번째 공연은 SIMF 실내악 ‘독일의 춤’(10월31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이다. 제목 그대로 독일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베토벤, 멘델스존, 슈베르트가 고전과 낭만의 경계에서 남긴 춤곡들로 구성했다.
첫 곡으로 고전 시대의 정통적 선율과 조화로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베토벤의 초기작 ‘육중주 내림마장조(Op.71)’를 연주해 관객을 환영한다. 이어지는 멘델스존 ‘현악 팔중주 내림마장조(Op.20, MWV R20)’는 작곡가의 10대 시절 작품으로 현악 사중주 두 팀을 한 곳에 묶은 젊은 작곡가의 열정과 천재적인 감성이 돋보인다. 팔중주의 다채로운 음향을 통해 독일 실내악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어 사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기 슈베르트의 걸작 ‘현악오중주 다장조(Op.163, D.956)’가 연주된다. 동시기에 작곡된 그의 후기 작품들과 같이 현악오중주 또한 무겁고 진중한 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독일의 춤’에서는 춤이라는 음악적 요소가 연주자 사이의 호흡, 그리고 악기 간의 친밀한 대화로 표현되는 ‘음악의 움직임’으로 구현된다.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음악과 호흡에 내재해온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다.
#3. SIMF 실내악 ‘러시아의 춤’: 글린카·스트라빈스키·차이콥스키 연주
서울국제음악제의 두 번째 실내악 공연인 ‘러시아의 춤’(11월1일 오후 7시30분/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은 러시아 음악을 춤이라는 주제를 통해 탐구하는 여정이다. 민속적 정취에서부터 장대한 낭만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러시아 음악의 세계를 하나의 이야기로 압축한다.
첫 무대는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글린카의 ‘칠중주 내림마장조’로 시작된다. 각 악기가 맞물리며 활기찬 무도회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이날 춤의 서막을 여는 발걸음과도 같다.
이어지는 곡은 20세기 음악사의 전환점을 이룬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이다. 작곡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날카로운 리듬과 파격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가운데 땅을 두드리는 듯한 강렬한 리듬은 춤의 원초적 기원을 환기하며 청중을 압도한다.
마지막은 차이콥스키의 명곡, 현악육중주 ‘플로렌스의 추억(Op.70)’이다. 작곡가의 이탈리아에 대한 회상과 열정이 교차하고, 러시아 음악의 화려하고 낭만적인 정서가 여운을 길게 남긴다. 러시아 민속 춤곡풍의 4악장은 마치 발레를 보듯 총체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세 작품이 직조하는 흐름 속에서 관객은 춤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러시아 음악에서 어떻게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민속적인 선율과 리듬, 화려한 낭만과 서정을 아우르며 러시아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과 정수를 한 무대에 담아낼 예정이다.
#4. SIMF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의 왈츠’: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등의 삼박자 매력
2025서울국제음악제(SIMF)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총 6회의 무대를 선보인다. 사진은 소프라노 신주연.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SIMF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오케스트라의 왈츠’(11월2일 오후 5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삼박자의 왈츠 음악과 낭만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통해 관객을 춤의 정점으로 안내한다.
무대의 첫 문을 여는 곡은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남긴 ‘봄의 소리 왈츠’다. 봄날의 환희와 설렘을 경쾌한 리듬과 선율 속에 담아, 왈츠 특유의 우아함과 생명력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어 연주되는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마장조(Op.22)’는 춤의 리듬과 보헤미아의 민속적인 선율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친밀하면서도 품격 있는 음악의 향취를 전한다.
마지막으로는 차이콥스키의 대표적 작품인 ‘현을 위한 세레나데 다장조(Op.48)’가 연주된다. 러시아 낭만주의 특유의 극적인 구조와 서정이 서로 얽히고, 춤의 흐름 속에서 절정의 순간을 향해 고조된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지역의 배경 속에서 태어났지만 춤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음악의 생명력을 드러낸다. 춤이 음악에 불어넣는 생명력과 그렇게 태어난 음악 속에 숨은 춤의 언어가 다시 무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새로이 경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5. 게리 호프만 ‘베토벤과 함께 춤을’: 두 번의 인터미션 있는 리사이틀
2025서울국제음악제(SIMF)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총 6회의 무대를 선보인다. 사진은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정상의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이 일생에 걸쳐 탐구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11월5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한다. 이번 공연은 2회의 인터미션이 예정돼 있으며, 게리 호프만과 함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녹음을 함께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셀리그가 무대에 오른다.
게리 호프만은 음악과 삶을 일치시키는 예술가로, 악보를 존중하면서도 전통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고수해왔다. 음악을 삶의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연주는 고전이 간직한 춤의 아름다움에 철학을 담은 예술 그 자체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은 베토벤이 일생에 걸쳐 완성한 총체적 프로그램으로, 그의 음악적 성장과 세계를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리사이틀이다. 고전 시대의 서정과 균형이 깃든 1번과 2번, 작곡가의 실험정신과 독창성이 드러나는 3번, 그리고 후기 베토벤의 성찰과 자유로운 형식미가 응축된 4번과 5번에 이르기까지, 베토벤의 예술적 궤적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소나타의 나열이 아닌, 인간적 고뇌와 환희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베토벤의 의의를 오늘의 청중 앞에 되살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6. 폐막음악회 ‘SIMF오케스트라 with 키릴 카라비츠’: 타케미츠 토오루 ‘가을의 현’ 국내 초연
2025서울국제음악제(SIMF)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총 6회의 무대를 선보인다. 사진은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서울국제음악제의 마지막 무대(11월6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음악제의 꽃, SIMF오케스트라가 장식한다. 가을의 서정과 리듬, 그리고 감정의 흐름이 어우러진 작품들로 구성돼 관객을 음악과 춤이 만나는 순간으로 초대한다. 2022년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2024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로 한국 관객을 만난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지휘봉을 잡는다.
첫 곡은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초연되는 일본 현대음악의 거장 타케미츠 토오루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이다. 비올리스트 박하양의 협연과 함께할 이 곡은 몽환적인 화성 진행과 악기군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환상과도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연주할 브루흐의 ‘바이올린,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Op.88)’은 두 협연 악기가 서로를 따라가고 마주하며 춤의 동작을 연상시키는 대화를 보여준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Op.45)’은 장대한 규모의 관현악과 다채로운 춤곡 리듬을 통해 무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도회처럼 만든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춤의 언어를 구현하며, 이번 음악제의 주제인 ‘Dance with Me’를 완벽히 형상화한다. 낭만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이번 폐막 공연은 음악과 춤이 함께 만들어내는 생명력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다.
류재준 음악감독은 “올해는 세 번의 SIMF오케스트라 무대를 준비했는데 독일, 프랑스, 폴란드, 영국, 대만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했다”며 “악장도 김다미, 백주영, 김재원이 번갈아 맡아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IMF가 고르고 고른 올해의 신인 소프라노 신주연의 ‘봄의 소리 왈츠’ 노래와 일본 도쿄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박하양의 ‘가을의 현’ 연주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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